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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카페 감자밭’ 최동녘 대표

이것은 감자인가, 빵인가? 감자빵으로 연매출 100억

글·사진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카페 감자밭 

강원도산 감자로 만든 감자 모양 빵, ‘감자빵’이 SNS에서 난리다. 감자빵은 강원도 춘천의 팜카페, ‘카페 감자밭’이 지난해 선보인 빵. 밭에서 갓 캐낸 감자처럼 생겼는데, 겉은 쫄깃하고 속은 으깨서 구운 감자로 꽉 차 있어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고소함이 감긴다. 춘천에서 알음알음 입소문 나던 감자빵은 지난해 서울 대형 백화점 팝업 매장에 입점하며 전국으로 이름을 알렸고, 지금은 하루 2만 개가 넘게 팔리는 춘천 명물이 됐다. SNS에는 감자빵 인증샷이 1만 건 넘게 올라올 만큼 인기다. 춘천 하면 떠오르는 닭갈비의 명성도 넘볼 기세다. 이 덕에 카페 감자밭의 지난해 매출은 75억 원, 올해 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카페 감자밭은 농업회사법인 밭(BATT)이 운영하는 팜카페로, 최동녘 밭 대표는 부인 이미소 공동 대표와 함께 이곳에서 농촌의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며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일궈가고 있다. 최 대표는 “감자 하나로 농촌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며 호기롭게 말했다.

최동녘 대표를 만난 건 오전 아홉 시 반, 강원도 춘천 신북읍에 자리한 카페 감자밭에서다. 이른 아침인데도 카페 앞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가 문을 여는 열 시가 조금 지나자 카페 야외 테이블은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다. 모두 감자빵을 맛보러 온 손님들이었다. 저마다 감자빵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한 가운데, 소양강변으로 이어지는 카페 야외정원에 붉은색 맨드라미가 눈에 띄었다. 최 대표는 카페 바로 옆에 1000평(3305㎡) 남짓한 감자밭이 있는데, 여름에 감자를 수확하고 나면 해바라기, 맨드라미, 핑크뮬리 등을 번갈아 심어 꽃 정원을 가꾼다고 했다.


사과 농부는 왜 감자밭을 일궜나

로즈감자(왼쪽)와 로즈감자로 만든 감자빵.
강원도 홍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최동녘 대표는 농업에 뜻을 품고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양구 해안면에 터를 잡고 과수농사 중에서도 힘들다는 유기농 사과농사에 도전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전문 지식 없이 시작해 두 번의 실패를 거치며 4000만 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 사과 재배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노하우를 전수받고 나서야 유기농 사과 품평회에서 1등을 하고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유기농 사과 농부로는 최연소 기록이다.

“품평회에서 1등 하면 내 인생이 바뀔 줄 알았어요. 사과 농사에 대해서는 품질과 상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우리나라 유통구조 안에서 원물이 제값 받기란 쉽지 않아요. 수익과 원물의 가치를 농부가 정의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죠. 그때부터 농산물 브랜드 개발과 지역에 기반 둔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해 고민했어요.”

고민이 깊어질 즈음, 그와 뜻이 맞는 동갑내기 농부이자 지금의 아내인 이미소 대표를 만나게 됐다. 서울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이 대표는 춘천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위해 20대 중반에 농업에 뛰어든 청년 농부였다. 이 대표는 로즈감자, 청강감자 같은 국내 품종을 재배하던 아버지가 판로를 못 찾고 2억 원에 이르는 감자를 폐기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농사의 쓰라림을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은 농업의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굳이 춘천까지 와서 고급스러운 음료를 바라진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우리한테 있는 거라곤 감자뿐이니 감자로 승부를 보자, 했죠. 강원도 하면 감자잖아요. 하지만 정작 강원도에는 감자를 테마로 한 공간이나 특화 상품이 없어요. 강원도가 놓친 블루오션인 거죠. 감자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보자 해서 만든 공간이 카페 감자밭이에요.”

오전 9시 반, 카페 문을 열기 전부터 수십 명의 손님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주목한 건 이 대표의 아버지가 종자 개발에 참여한 로즈감자다. 겉은 붉고 안이 노래서 ‘홍감자’로도 불리는 로즈감자는 일반 감자에 비해 전분 함량이 높아 식감이 쫀득하고 감자 특유의 향이 진하다.

“감자도 사과처럼 품종이 다양하고, 품종마다 향이 다 다르죠. 고구마처럼 고소하고 달달한 감자가 있는 반면, 포슬포슬한 감자도 있어요. 색도 흰색, 보라색, 노란색 다채롭죠. 하지만 시중에서는 흰색 감자만 볼 수 있어요. 유통구조 때문이죠. 팔리는 것만 가져가니, 가격 경쟁력을 보장받을 수 없어 대부분 흔한 품종만 심어요. 다양한 감자 종을 알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작년 3월 셰프님들과 협업해 로즈감자를 이용한 감자빵을 만들었습니다.”

카페 감자밭 대표 메뉴인 ‘오리지널 감자빵’에는 빵 한 개당 200g짜리 감자가 통째로 들어간다. 감자 전분과 쌀가루를 이용해 쫄깃하게 만든 반죽에 감자와 버터, 강낭콩 등을 섞어 소를 만든다. 소에 넣는 감자는 오븐에 한 시간 반 이상 굽는데, 이렇게 하면 감자 맛과 향이 농축돼 훨씬 맛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카페 감자밭의 또 다른 히트 메뉴는 ‘카레감자빵’. 청강감자에 매콤한 양파와 고추, 강황가루를 섞어 속을 만든다.


아내와 둘이 시작, 1년 만에 직원 130명

지난해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열린 팝업 매장에서 강원도산 감자로 만든 감자빵을 선보인 이미소(왼쪽), 최동녘 공동 대표. © 현대백화점
하루 대여섯 개 팔릴까 말까 하던 투박한 감자 모양의 빵은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3개월 만에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대형 백화점에서 찾아와 팝업 매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하루 1500개씩 팔릴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감자빵의 인기는 지역 농가 소득으로도 이어졌다.

“이 지역 30개 농가와 계약 재배를 통해 감자를 수급 받아요. 대부분 어릴 적 알고 지낸 동네 형, 어르신들이죠. 규모로 따지면 10만 평(33만㎡) 정도 밭에서 농사 지어 하루 3톤, 1년에 1000톤의 감자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한 카페가 소비하는 규모로는 엄청난 양이죠. 아내와 둘이 시작해 작년에는 60명의 직원을 고용했고, 올해 130명까지 늘었어요. 못난이라 놀림받던 감자 하나 잘 키워 농촌을 활성화하고 지역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 뜻깊어요. 감자밭을 넘어 농산물을 콘텐츠로 엮어 지역을 키우는 데 힘쓰고 싶어요. 프랜차이즈 계획은 없어요. 감자밭은 춘천에만 있어야지 지역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춘천 감자밭처럼 양구에 사과밭을 여는 거죠. 그 지역에 맞는 특산물을 앞세워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이어가는 겁니다.”

최 대표는 이를 위해 올해 1월 농업회사법인 ‘밭’을 출범시켰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식음료 전문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포부다.


밭이 도화지라면, 농부는 기획자

카페 감자밭을 함께 일구는 청년들. 감자빵의 성공은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성과는 ‘2021 대한민국 관광공모전’ 기념품 부문 대상인 대통령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지역의 특색을 살리면서 지역과 선순환을 이끌어낸, 청년 농부의 힘이다.

부부는 자신들의 성과를 도내 아이들에게 나누는 일에도 기꺼이 동참한다. 매년 ‘메리 감자 데이’라는 정기 후원 이벤트를 열고 판매 수익금 전액을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문득 최동녘 대표에게 밭이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첫 번째는 농산물이 자라는 농토 개념이고요, 두 번째는 지역 청년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터전, 세 번째는 자신을 가꿀 수 있는 마음의 밭이에요. 공동체 안에서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게 우리 밭의 의미입니다. 밭은 농부에게 도화지와 같아요. 어떤 작물을 언제 어떻게 심어 언제 수확할지 하나하나 그려가야 해요. 농사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을 빨리 볼 수 있는 직업이라 제 적성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기획자로서 농부는 여기에 어떤 콘텐츠와 철학, 진정성을 넣을지 고민하죠.”

최 대표가 말하는 진정성은 무늬가 아닌 진심으로 농사를 대하는 마음이다.

“마음에 무엇이 담겼는가를 봐야 해요. 농업을 통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농촌은 낙후된 지역이 아닌, 건강한 농산물을 먹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우리 밭이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의 이름 최동녘은 떠오르는 해를 뜻한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지으신 이름이래요. 동녘. 어떤 일을 시작하든 새벽에 누구보다 먼저 눈을 뜨면 자신감이 생겨 일할 때도 거침이 없죠. 농부에게 딱 맞는 이름 아닌가요.”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매일이 흥미롭다”며 웃는 그의 얼굴이 이 아침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처럼 말갛다.
  •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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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은송   ( 2021-11-05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재미있네요.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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