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

김드림 농부대첩 대표

와디즈 펀딩 최다 실적, 승전보를 올려라!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농부대첩 

‘아빠멸치’, ‘인생참치회’, ‘부끄럽지 않은 쥐치포’.
독특한 이름을 내건 산지 직송 먹거리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F&B 카테고리 최다 오픈 기록을 세운 이가 있다.
2018년 처음 펀딩을 등록한 이후 지난 1월까지 무려 50건을 진행했고, 누적 판매금이 6억 원에 달한다.
질 좋은 먹거리를 향한 고집과 진정성을 무기로 농산물 유통 경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 스타트업 농부대첩의 김드림 대표 이야기다.
먹거리 시장은 돈이 살아 꿈틀대는 전장이다. 곡식을 수확해 운송과 유통 과정을 거쳐 누군가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각 과정마다 먹거리를 두고 가격 경쟁을 치른다. 농부대첩 김드림 대표는 질 좋은 농수산물을 좀 더 나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전하기 위해 분투한다. 그리고 거의 매 싸움마다 승전보를 올린다.

“농수산물 유통 현장에 뛰어들어 보니 이 업계가 눈 가리고 아웅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원물이 차이가 나도 말 안 하면 몰라요. 질이 낮아도 가격을 슬쩍 올려 어물쩍 넘어가면 소비자는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죠. 철학을 가지고 먹거리 전쟁에서 제대로 싸워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명도 농부대첩이라 지었어요.”

김드림 대표의 ‘농부대첩’ 서막은 대학 시절에 싹텄다. 영어 통번역학을 전공한 그는 AI가 발전할수록 통역사의 길이 좁아지는 게 보였다. 늘 자신의 쓰임에 대해 고민하던 중 모임을 통해 알게 된 경영자 과정에 참여하며 창업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20대, 열정과 패기가 충만할 때였다. 본격적으로 창업팀을 꾸리고, 학교도 휴학했다.



기똥찬 토마토 맛의 비밀

우리 농수산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우연히 산지에서 갓 딴 토마토를 맛보고 나서다. 창업 아이템 회의를 겸해 강원도 철원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방금 딴 토마토 맛이 기똥찼다고 한다. 달고 짜고 시큼한 본연의 맛이 살아 있는, 이제까지 알던 토마토가 아니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토마토 대부분은 꼭지 부근만 살짝 붉은, 초록색 상태에서 수확해요. 유통 과정에서 익히는 거죠. 우리가 맛본 토마토는 완전히 익은 상태에서 바로 따서 먹은 거였고요. 유통이 아닌 상품 자체에 초점을 맞춰 판매하면 어떨까, 갓 수확해 신선한 농산물이라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농수산물 ‘유통’을 창업 아이템으로 가져가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친구들과 함께 완숙 상태에서 수확한 토마토를 들고 ‘서울밤도깨비야시장’과 ‘서울 농부의 시장’을 찾아다니며 팔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티코 자동차에 가득 싣고 간 토마토 전량을 다 팔았다.


전통 기법으로 말린 흑곶감.
맛 좋은 농산물 발품 팔아 찾아내

그는 토마토 판매를 시작으로 강원도 철원 주변 농가에서 찾아낸 맛 좋은 사과와 밤 등을 직접 받아 와 서울 직거래 장터에서 팔았다. 매번 완판으로 이어졌고, 하루 최고 50~6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아 가격을 낮출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직접 발품 팔아가며 맛있는 농산물을 찾아낸 덕이었다.

농산물에 스토리를 입힌 것도 주효했다. “작지만 맛있는 옛날 사과, 동북7호 사과입니다”라는 식. 맛도 맛이지만 키우는 방식과 사람에도 집중했다. 농부들이 어떤 마음과 철학을 가지고 재배했는지 말이다.

“스토리를 내세우고 싶었어요. 실제로 강원도에서 만난 한 농부님의 밭은 독특했어요. 토지의 양분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나무 사이 간격을 넓히고, 제초제를 치지 않는 대신 잡초를 일일이 베고, 나무에 일체 물도 주지 않았아요. 오로지 자연이 주는 비와 해, 토양의 힘으로 키우는 거죠. 강인한 생명력으로 자란 사과는 알이 실하고, 알맹이는 작지만 당도는 월등하게 높아요.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줬죠.”

장사에 물이 오를 즈음, 이들 창업팀은 산지 농산물과 유통을 나눠 각자 주력할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자는 현지 농산물을 바로 요리해 선보이는 ‘팜투테이블’을 춘천에 열었고, 유통에 흥미를 느낀 김드림 대표는 팀에서 나와 2016년 7월 농부대첩을 창업했다.


농부대첩의 사업 아이템은 인터넷과 주변의 입소문에서 얻었다.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후기에 올라온 단 한 줄, ‘맛있다’라는 말에서 줄기를 뻗어 농부들의 정보를 수집했다. 어쩌다 찍힌 사진에서 독특한 형태의 밭이나 나무가 보이면 놓치지 않고 찾아갔다. 본능적으로 탐지해 지략을 펼치는 농산물 유통 전장에서 그는 거침없이 달렸다.

한번은 SNS에서 본 검은색 곶감을 물어물어 찾아내 상품화하기도 했다. 사진을 올린 이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고, 김 대표는 무작정 메시지를 보내 곶감의 출처를 물었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보내준 곶감이라고 했어요. 농장을 알아내 전라도 광주까지 찾아갔죠. 곶감을 첨가제 없이 옛날식으로 말리면 검은색이 돼요. 다만 검은 음식에 대한 편견이 있다 보니 오래전부터 황을 태워 색을 보존시켰죠. 그분은 전통 방식 그대로 감식초를 발라 산패를 막고 자연 발효시켜 감칠맛을 살렸더라고요.”

김드림 대표가 매의 눈으로 찾아낸 ‘흑곶감’은 매년 완판되는 농부대첩 인기 상품으로, 상품성을 인정받아 일부 호텔에도 납품하고 있다.


농부대첩의 인기 상품인 ‘아빠멸치’와 ‘부끄럽지 않은 쥐치포’.
‘부끄럽지 않은’ 시리즈

직거래 유통에 집중하던 농부대첩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확장하며 성장을 거듭해갔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상품의 스토리를 자세히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자의 철학에 집중해온 그가 재능을 펼쳐 보이기에 최적이었다. 멸치 하나를 팔더라도 구구절절 사연을 넣었다.

“홍명완 선장님의 멸치에도 사연이 있어요. 선장님의 세 살 난 아이가 딱딱한 멸치를 먹다가 목에 걸려 캑캑거리는 걸 보고서 부드러운 멸치를 찾아냈다고 해요. 아이들이 먹기 좋은, 크림 식감의 멸치라 입안에서 사르르 녹죠. 그래서 멸치 이름도 ‘아빠멸치’라고 지었어요.”

질 좋은 상품에 사람 냄새가 짙게 밴 이야기가 더해지니 인기는 배가 됐다. 특히 ‘부끄럽지 않은’ 시리즈는 농부대첩의 성장에 큰 발판이 됐다. 시리즈의 첫 번째, ‘부끄럽지 않은 쥐치포’는 김드림 대표가 직접 가공에 관여한 식품이다. 평소 쥐포를 좋아하던 그가 대형 마트의 조미 쥐포 맛에 질려 직접 원물을 찾아 나선 게 시작이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쥐포의 대부분은 원물 자체를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가져와요. 국내산보다 신선도나 품질에서 떨어지죠. 그래서 조미가 필수예요. 이것 또한 유통 문제 때문이죠. 그래서 찾아낸 게 일반 쥐치보다 크기가 큰 국내산 말쥐치예요. 한 달 전까지 바다에서 뛰어놀던 쥐치들을 바로 포 떠서 만들기 때문에 신선하고 잡내도 안 나요. 여기에 MSG를 전혀 첨가하지 않고 표고버섯과 천일염, 설탕만으로 쥐포를 만들었어요.”

쥐포는 펀딩 첫 등판에 목표액 1784%를 달성하며 17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 외에도 멸치, 참치, 한우, 장어, 육포 등으로 50회 펀딩, 누적 판매액 6억 원의 기록을 세웠다. 매번 펀딩 때마다 목표 달성은 물론, 앙코르가 거듭 이어져 와디즈 F&B 분야 최대 오픈 기록을 세웠다.



잘 싸워 크게 이기려면

매출이 오르며 팀원도 다섯 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성장에 불이 붙을수록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경영자가 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해요. 수익 계산하며 물건을 팔면 일반 상인과 다를 게 없어요. 우리는 MD다, 회사 가치를 실현하는 MD가 되어야 한다고요. 저를 포함해 모두가 매일 현장으로 나가 발품 팔아 상품을 찾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통화 때마다 “미팅 중이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는 말을 했다. 과연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열성 청년 사업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제안도 두어 번 고사했다. 이유는 “아직 배우는 중이라 부끄럽다”는 것이었다.

“이 일은 농부를 도와주기 위해 시작한 일만은 아니에요. 제가 살려고 뛰어든 거죠. 상생이에요. 그저 누구보다 이 일을 열심히, 잘하고 싶어요. 철학을 가진 농부들과 제대로 만든 농작물을 발굴해 ‘농부대첩’이라는 이름처럼 잘 싸워 크게 이기고 싶습니다.”
  • 2021년 0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