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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그만둘까 버텨볼까’의 늪

서른다섯, 출근하기 싫어졌습니다
본명은 유재경. 일에 몰입하고 승승장구하던 여성들이 30대 중반이 되면 자신과 같은 고민과 방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닫고 커리어 코치의 길을 걷게 됐다. ‘원더우먼 프로젝트’ 등을 이끌며 직장생활의 정체기를 겪는 여성들을 돕고 있다.
여성 리더십 관련 연구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른다섯쯤 되면 ‘그만둘까 버텨볼까’의 늪에 빠진다. 직장을 옮길까, 아예 다른 일을 알아볼까, 수도 없이 고민한다. 지금까지 영혼 갈아 넣으며 열심히 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허무함과 번아웃이다. 어느 순간부터 빠릿빠릿하게 실무를 해내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해진다.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고, 그로 인해 무기력해진다.

이것은 당신만의 고민이 아니다. 나 자신이 겪기도 했고 서른 중반을 지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커리어 코치로 일해오면서 나는 수많은 여성 직장인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는데, 일에 몰입하고 승승장구하던 여성일수록 서른다섯 즈음 되면 고민과 방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 30대 중반의 고민과 방황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회 초년생 때는 약간의 눈치와 일머리만 있어도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업무에 익숙해지는 5~10년 차쯤 되면 상황이 바뀐다. 실무 능력에 더해 관리 능력이 필요하고, 상사와 후배 사이에서 위아래로 치인다.

또 상사와 선배들의 은퇴를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특별한 하자 없는 인생임에도 나만 도태된 것 같다. 결혼 등을 기점으로 새로운 인간관계가 확장되면서 관계 면에서도 큰 혼란을 겪는다. 워킹맘은 대부분 자기가 나쁜 엄마라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이의 받아쓰기 점수를 보면서 내 일보다는 아이에게 더 집중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글로벌 기업 팀장이 됐지만

나 역시 그 시기에 같은 경험을 했다. 30대 중후반에 나는 글로벌 기업의 팀장이 됐다. 생애 최고 연봉을 받았고, 명함을 내밀 때마다 모두의 부러움을 샀지만 1년도 안 되어 퇴사했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본부장의 지시에 억눌려 질식할 것만 같았다. 사사건건 나에게 도전하는 부하 직원과의 불화로도 억장이 무너졌다.

퇴근 후나 주말에는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아이들은 내가 누워 있으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결국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나왔다. 그렇다. 나는 완벽하게 실패한 여성 팀장이었다.

이미 흘러간 나의 흑역사를 바꿀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돕고 싶었다. 비록 나는 회사를 떠났지만 더 많은 여성들이 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더 높은 자리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길 바랐다. 그렇게 나는 커리어 코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회사생활 2라운드, 다른 방식으로 도약할 때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회사생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도약해야 한다. 똑똑하게 관계 맺고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그만둘 게 아니라 영리하게 커리어를 쌓고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 또 몸과 마음을 관리하면서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서른다섯 즈음 되면 그저 ‘열심히’만 해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때부터는 관리 능력을 더 키우고 챙길 것은 챙기면서 회사 안에서 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아부’하거나 남을 짓밟지 않고도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

지금 당신이 힘든 이유는 오히려 그만큼 회사생활을 잘해왔다는 의미다. 커리어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던 여성들이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다.

매일이 고난의 연속이고, 일에 치여 하루가 어찌 가는지 모르지만 서른다섯은 아직 괜찮은 나이다. 조직에서 고군분투하며, 롤 모델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하루하루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느라 매일 녹초가 되고 있다면, 느긋하게 진짜 나를 찾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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