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의 속 깊은 인터뷰

윤홍균 윤홍균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자존감 주치의의 사랑 수업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사랑, 참 어렵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동시에 나를 사랑하는 일은 어마어마한 기적이다. 이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한 존재와 한 존재가 서로 엇갈리지 않고 알아보는 사건은 얼마나 희박한 확률인가.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그토록 사랑하는데도 상대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이별을 떠올리게 된다.

더군다나 이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란 얼마나 지난한지. 단둘이만 있어도 난관투성이인데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환경은 시간과 공간, 접촉의 제약을 안겼다. 연애실종시대, 사랑불능시대를 부추기는 이 시대의 공기는 어떻게 뚫고 가야 하는 걸까. 윤홍균 윤홍균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자꾸만 싸워서 죽고 싶다”는 사람들이 줄줄이 찾아온다.

그가 《사랑 수업》을 냈다. 밀리언셀러 《자존감 수업》으로 ‘국민 자존감 주치의’라는 별명을 얻은 지 4년 만이다. 《자존감 수업》에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다뤘다면 《사랑 수업》에서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그의 책은 다정하고 친절하다. 애착 이론, 착한 아이 증후군, 안전지대 등 심리학 전문용어를 꼭꼭 씹은 후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편안하게 말을 건다. 부모의 반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결혼은 꼭 해야 하는지와 같은 현실 조언까지 진솔하게 알려줘, 경험 많고 속 깊은 선배가 건네는 이야기처럼 읽힌다.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그의 책은 공감대가 넓다. 본인이 자존감이 낮아서 괴로워하다가 《자존감 수업》을 냈고, 사랑이 어려워서 힘들어하다가 낸 《사랑 수업》은 타인의 이야기지만 마치 내 이야기처럼 주파수가 일치해 공명이 크다. 《자존감 수업》은 국내를 넘어 해외 독자까지 사로잡아 일본,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으로도 판권이 팔렸다.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을 육박하는 1월 초, 마포구 공덕역 부근에 있는 병원 진료실에서 윤홍균 원장과 마주 앉았다. 마스크를 쓰고 투명 가림막 너머로 들려오는 답변은 높낮이 없는 음성에 조곤조곤 작았지만, 귀를 쫑긋 기울이게 하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이번 책도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울 것 같아요.”


뭐가 그렇게 힘들던가요.

“글을 쓰면 글에 제가 보이잖아요. 진짜 나는 뒤통수에 있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보려 해도 평소에는 잘 안 보여요. 글로 내 경험과 기억을 풀어내면서 ‘내가 이런 인생을 살았구나’가 보이는 거죠.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잘못한 일이 있었고, 억울하고 상처받았다고 생각한 일이 쓰다 보니 거꾸로 내가 상처를 줬다는 것도 알게 되기도 하고요. 죄책감도 몰려오고 후회도 많이 했어요.”


실제로 울기도 하고요?

“그럼요. 상처를 받은 기억이 떠올라서, 또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상처를 준 기억들이 떠올라서 힘들었어요.”


책을 쓴 후에 삶에 찾아온 변화가 있는지요.

“새해가 되기도 했으니 친절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친절이요? 원장님은 이미 ‘친절한 정신과 전문의’로 유명한데요. 이메일 답변에 친절하게 응대해줘서 ‘윤답장 선생님’이라고 불릴 정도로요.

“그러니까요. 저도 제가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맘 한구석에는 친절에 대한 자격지심이나 노파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나치게 친절한 의사는 장삿속이나 상업적인 것 같아 보이지 않을까, 친절을 가장해서 실력을 감추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었고요. 이런 저항 때문에 더 친절하지 못했고, 더 따듯하지 못했어요. 앞으로는 실컷 따뜻하고, 마음껏 친절하자, 내 실력을 믿고 원 없이 따뜻해지자, 그렇게 생각했어요.”


친절이란 뭔가요.

“누구를 만나도 기분 좋게 해주는 것. 친절을 실천하기 위해 정해둔 몇 가지 행동이 있어요. 우선 매일 아침 기도를 해요. (그의 책상에는 ‘일을 시작하며 바치는 기도문’이 너덜너덜해진 채 붙어 있다.) 또 다음 진료 받을 분을 제가 직접 진료실 문을 열고 이름을 불러서 맞아요. ○○○님 하고요.”


모든 내담자를 다요?

“네. 선배 중에 그렇게 하시는 분이 있는데 좋아 보였어요.”


이전보다 자존감이 탄탄해져서 가능해진 면도 있겠지요?

“그렇죠. 상호작용이죠.”


자존감과 친절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자존감이 낮으면 누군가가 나에게 친절을 베풀고 사랑을 줘도 의심해요. 늘 누군가가 나를 속일 수 있고 나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방어적이 되니까요.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도 친절이 나오기 힘들고, 친절을 줘도 누리기 힘들어요.”


책에서 “낮은 자존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제대로 된 사랑과 지지를 받아본 경험이 없다”고 했지요. 이 부분은 내 의지대로 어찌할 수 없는 환경적 요소라 좌절감이 들기도 합니다.

“10대와 20대 초반까지는 ‘내가 부모에게서 제대로 된 사랑과 지지를 못 받아서 자존감이 낮구나’가 통해요. 부모와 친척 같은 보호자의 세계가 전부이니까요. 하지만 20대 중반부터는 얘기가 달라져요. 환경 탓, 부모님 탓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되죠. 나에게 지지와 응원을 해주는 환경을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야 해요. 친구나 동료일 수도, 책을 쓰는 저자나 영화를 만드는 감독,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일 수도 있어요. 잘 찾아보면 그런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라면서 퍼지는 콘텐츠들이 많거든요. 그런 문화적인 도움을 받아서라도 자존감 있는 어른이 되어야 자식들에게, 후배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어요.”


그렇게 하면 훼손된 자존감이 회복됩니까.

“되더라고요. 뿌리 깊게 훼손된 자존감이 기적적으로 회복되는 사례들을 종종 봐요. 그래서 제가 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포기를 못 합니다. 힘들다고 몇 달을 울던 분이 자존감이 회복되면서 타인과 사랑을 잘 주고받고, 사회적으로 놀라운 성취를 이루기도 하거든요. 잠재력이 터지는 거죠. 원래 200만큼의 자원이 있는 사람이 낮은 자존감 때문에 100을 깎아 먹어서 100만큼의 능력만 발휘하며 살다가, 이 부분이 회복되면 팡, 하고 잠재력이 터지는 거예요.”


자존감이 먼저 쌓여야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나요?

“자존감이 기초이고, 그다음이 사랑이긴 해요. 그래서 책을 《자존감 수업》 다음에 《사랑 수업》을 썼고요. 하지만 자존감을 쌓아야만 사랑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봄여름가을겨울이 순서이지만, 잘 안 되면 여름부터 가져다 써도 돼요.”



제대로 된 사랑을 하면 없던 자존감이 생기나요.

“그렇죠. 반려견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기도 해요. 인간들과는 제대로 된 사랑을 주고받지 못했는데, 반려견과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안전지대가 생기는 거죠. 내가 쓸모없고 할 일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반려견은 하루 종일 나만 기다리고, 밥을 주면 좋아하고, 놀아주면 환장을 해요. 재미와 보람을 느끼게 되죠. 자신이 반려견을 보호해주고, 거꾸로 반려견이 자신을 보호해주면서 교류를 하면 그 경험이 자신감이 돼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친구, 연인과의 관계로 점점 확장해나가는 거죠.”


원장님의 반려견 호크와 쿠키 이야기가 책에 잠깐 나오는데, 더 듣고 싶어요. 호크를 잃고 쿠키를 입양하기까지 왜 3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건가요.

“호크를 잃고 결심했죠.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요. 중학교 때 떠나보냈는데 상처가 그만큼 깊었어요. 이후엔 공부하고 회사 다니고 결혼하고 애 낳고 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사에서 멀어졌어요. 그런데 애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어요. 저는 그다음 단계가 뻔히 보이잖아요. 예뻐하다가 병들어 죽으면, 우리는 슬퍼할 게 뻔히 보여요. 아빠로서 자식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지 아픔을 주고 싶진 않죠. 그래서 말리다가 〈말리와 나〉라는 영화를 보고 마음을 바꿨어요. 젊은 부부가 강아지 말리를 입양해 키우다가 아이들을 낳고, 남자가 직업적으로 성장해 도시를 떠나고 마지막에 말리가 세상을 떠나는 장면까지 나와요. 슬픈 일이지만, 그 남자도, 가족도 성장한 거예요. 저 역시 어릴 때 호크로 인해 성장했겠구나, 싶었어요. 부모는 자식을 성장시킬 의무가 있잖아요. 이런 과정을 겪게 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말티즈인 쿠키를 입양했죠.”


사랑력이란 뭔가요.

“이 말이 제가 만든 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쓰는 분들이 있더군요. 사랑력이란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이에요.”


쉬운데 어렵네요.

“어렵죠. 차라리 무거운 물건을 드는 능력이 훨씬 더 쉬울 거예요(웃음).”


생존의 문제가 달린 코로나 시국에서 사랑 운운은 한가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 시국에 왜 사랑력이 중요할까요.


“위기의 시대잖아요.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그걸 극복할 수 있게 해준 힘은 결국 사랑이에요. 사경을 헤매다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 가난의 바닥까지 갔다가 일어난 사람들에게 ‘당신을 구한 힘이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부자가 되고 싶었어요’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내 손주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사랑하는 아내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서라고 해요. 사랑력은 인간의 의지력을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에요. 자동차에 비유하면 엔진과 같아요. 엔진이 꺼져버리면 운동해서, 건강해져서, 부자가 돼서 뭐해요.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말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걸’이잖아요.”


코로나 시국에 오시는 분들의 고민과 아픔의 양상이 달라졌나요?

“달라졌죠.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요. 답답해서 잠도 잘 안 오고 숨도 잘 안 쉬어진다고요. 과거에도 스트레스 요소는 늘 존재했지만 그걸 해소할 수 있는 이벤트가 징검다리처럼 있었어요. 봄에는 벚꽃놀이 가고, 여름에는 괌, 사이판, 하와이로 휴가를 떠나고, 가을 되면 단풍놀이하고, 겨울에는 스키장 가고, 연말연시에는 다 같이 모여 선물을 주고받느라 병원에 환자가 없었어요. 어제까지 죽을 것 같다는 사람이 다음 날 공항 가는 길에 들러요. ‘선생님, 저 비행기 타야 하니까 공황장애 약 좀 처방해주세요’라고요. 그렇게 다녀오면 풀리고 그 추억으로 몇 달을 버티는데, 그걸 못 하게 됐으니 힘들 수밖에요.”


그런 분들에겐 어떤 처방을 내립니까.

“마음의 병이 쌓이면 몸의 병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있던 병이 더 심해지기도 하잖아요. 몸에 도움이 되는 약을 처방하기도 하고, 포스트 코로나가 와도 과거의 삶으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으라고 합니다.”


사랑력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했지요.
사랑이 사라지면 사랑력도 사라지나요.


“사랑이 사라진다는 건 되게 애매한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고 그 사랑이 끝난 건가요? 사랑하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내 사랑이 끝난 건가요? 사랑과 이별은 반대의 속성을 지녔지만, 복잡하게 꼬여 있어요. 사랑은 남아 있는데 헤어질 수도 있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인데 같이 살 수도 있죠.”


열정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다가 그 사랑이 식어서 헤어진 경우, 그 기억과 경험이 한 존재에 어떤 지문을 새기게 될까요.

“사랑은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아요.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만나서 사랑을 하면 나무 한 그루가 생겨요. A에게 나무 키우는 능력이 80, B에게는 70이 있다면 나무는 75 정도의 사랑력이 있겠죠. 두 사람이 헤어지면 나무가 죽고요. 그렇다고 각각의 사랑력이 사라질까요? 원래 있던 사랑력이 나무를 키우면서 더 커지기도 합니다.”


책에서 “단둘이 하는 사랑은 난이도가 높다”고 했는데, 왜 그런가요.

“집단치료라는 게 있어요. 알코올중독, 도박중독자들을 모아서 집단으로 치료하는데, 그러면 한 명씩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치료가 잘돼요. 집단이 가진 힘이죠. 4인 가족에서 아이 둘이 싸울 경우, 부모가 완충 역할을 해서 저절로 화해되는 부분이 있어요. 엄마나 아빠가 ‘너 왜 그래? 그랬구나. 푹 자’ 하는 것만으로도 풀리거든요. 그런데 둘만 살다가 틀어지면 화해가 어려워요. 친구 간의 우정도 그래요. 집단에는 다양한 조력자들이 있어서 완충되고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하겠군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도움을 받는 건 중요한데, 도움을 받는다고 다 잘되지는 않더라고요.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을 잘 선별해야죠. 연인인 둘 사이의 관계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질투도 있는 데다가,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하니까요. 둘이 헤어져서 친구의 연인이 솔로가 되면 나에게도 기회가 오잖아요.”


사랑에는 다양한 층위가 있지요. 가족 간의 사랑력을 키우는 일도 만만찮게 어렵습니다만.

“사랑하는 자식과 다퉈서 힘들다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부모 자식 간에는 세대 차이를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부모가 쓰는 단어와 자식의 단어는 전혀 다르거든요. 부모에게 사랑은 생산 활동이에요. 먹을 걸 사주고, 전화를 자주 하고, 여행을 다니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자식에게 사랑은 내버려두는 거예요. 잘한다고 응원하면서 스스로 하도록 기다려주는 것. 부모 세대끼리는 서로 코칭하면서 잘 놀지만, 자식 세대에게는 이래라저래라가 안 통해요.”


밀레니얼 세대를 연애기피세대, 사랑할 용기가 부족한 세대라고도 합니다.

“석박사 학위가 있어도 취직이 잘 안되는데 어떻게 연애와 사랑에 관심을 쏟겠어요. 과거에는 일과 사랑에 에너지와 시간을 반반씩 썼다면 지금은 8 대 2가 됐단 말이에요. 그 짧은 시간에 해내긴 쉽지 않죠.”


책에서 한국의 입시제도가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없게 한다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어요. 김연아 선수가 아름다운 점프를 하는 순간의 반응을 언급하면서요. 외국 해설가들은 감탄을 먼저 하는데 우리나라 해설가들은 몇 점짜리인지 따지느라 여념이 없었죠.

“어릴 때부터 입시 공부에 매진하고, 생산 활동을 많이 하다 보면 뭔가를 감상하고 감탄할 시간이 없어요. 단점을 빨리 찾아내서 보완하려는 습성이 뿌리 깊고요. 그래서 잘살게 된 측면도 있지만, 안타까운 면도 있고, 상처를 주기도 하죠.”


이런 태도가 연인 간의 사랑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면 끔찍하겠어요.

“그럼요. 상대방의 단점과 문제점을 넘어가주지 못하면 친해지기 힘들죠. 살다 보면 우리는 말이 안 되는 행동을 얼마나 많이 합니까. 다이어트한다면서 먹고, 내일부터 운동한다 하고는 안 하잖아요. 하나하나 끄집어내서 지적하면 사람 사이는 멀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냥 넘어가주기’가 꼭 필요해요. 공부할 땐 지적 모드로 하다가도 사랑할 땐 그런 뇌의 스위치를 끌 줄 알아야 해요. 이 모드 전환이 잘못되면 일하는 곳에서 사랑받으려 하고, 집에서 일하려 하게 되죠.”


제대로 된 사랑을 방해하는 애착 유형 중 ‘회피형 애착’과 ‘불안형 애착’ 중 누가 더 많나요.

“통계학적으로는 비슷하다고 하는데, 불안형이 눈에는 더 많이 띕니다. 불안형은 에너지가 높아서 잘 돌아다니고, 말도 많이 하고, 표현도 많이 하거든요. 병원에도 많이 오고 직장에서도 눈에 잘 보여요. 반면 회피형은 병원에도 잘 안 오고, 직장에서도 눈에 안 띄죠.”


회피형 애착이 직장생활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요.

“일 중독에 빠질 확률이 높으니까요.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회사 인간이 되고, 갈등이 생기면 해결하려 하기보다 유야무야 넘어가려 하고요. 그래서 회사생활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트렌드가 바뀌면서 회피형 애착이 위기를 맞고 있어요. 집에 안 가는 리더를 싫어하는 분위기라 아랫사람들이 못 견디죠.”


이제 원장님을 찾아오는 회피형이 많아지겠군요.

“그렇겠죠. 억울해하시면서 오겠죠.”


왜 억울하죠?

“나는 힘든 게 있어도 꾹 참고 일했고, 그게 장점이자 미덕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랫사람들이 ‘당신과 일 못 하겠다’면서 나가버리니까 억울하죠. 나의 장점을 다른 사람들이 공격하니 당황스럽고 외로워지고요.”


회피형과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더 멀리 달아나버려요. 고슴도치의 거리를 지키는 게 중요해요.”


책 부제 ‘당연한 사랑은 없다’는 무슨 뜻인가요.

“우리는 사랑에 대한 신화가 있어요. 몇 초 만에 반해서 사랑이 샘솟고, 서로 사랑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다른 신화는 잘 깨지는데 사랑에 대한 신화는 좀처럼 깨지지 않아요. 누구나 그런 사랑을 꿈꾸지만 그런 사랑은 세상에 없죠. 세상에 저절로 되는 건 없어요. 돈을 많이 벌려면, 글을 잘 쓰려면, 공부를 잘하려면 그에 해당하는 노력을 해야 하듯, 사랑 역시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구상 중인 다음 책이 있는지요.

“여러 개 있어요. 《자존감 수업》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 수업》으로 타인을 사랑했으니까 그다음 단계는 결혼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한 해 한 해 늙어가면서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죠. 결국 나의 이야기를 할 것 같아요.”
  •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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