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취향 (31) 마라탕

내 맘대로 고른 마라탕(痲辣湯) 맛집 best 4

© 셔터스톡
어려서부터 무슨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중국이나 동남아 요리에 사용되는, 호불호가 강한 외국 향신료에도 특별한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색다른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돌아보니 이 ‘글로벌’한 입맛이, 5년 남짓한 캐나다 생활을 즐겁게 만들어준 가장 큰 동력이었다. 문화적으로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인 친구들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다양한 중국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영어 공부를 하다 만난 두 명의 중국 친구와 더없는 ‘절친’이 되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중국 음식점에서 점심 모임을 했다. 세금에 팁까지, 원래 음식 가격에 이런저런 부대비용이 붙어 외식비가 부담스러운 캐나다에서, 중국 음식점은 가성비가 좋아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광둥식·사천식·동북식 등 지역별 전문 음식점에서부터 수백 가지의 메뉴가 있는 초대형 음식점까지 선택의 폭도 넓다. 내가 음식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친구들은 매번 새로운 음식을 소개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빠져든 것이 바로 마라탕이었다.

딱 이맘때, 11월 초인데도 벌써 첫눈이 지나가 제법 겨울 같았던 어느 날, 친구들이 새로 생긴 곳이라며 마라탕집으로 데려갔다. 매운맛이 확 풍기는 뜨끈한 국물에 고기·버섯·청경채·어묵·건두부에 감자국수까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으니 잠시 후 신호가 왔다. 입 안이 얼얼하면서 혀가 마비되는 느낌이었다. 청양고추의 매운맛과는 또 달랐다. 한자로 마(痲)는 ‘저리다’, 라(辣)는 ‘맵다’는 뜻이니, 마라탕은 말 그대로 ‘혀가 저릴 정도로 매운 국물’이다. 어쩌면 이렇게 이름을 기막히게 지었을까, 감탄하며 연신 젓가락질을 했다. 특히 감자전분으로 만든, 칼국수와 우동의 중간쯤 되는 면발은 지금까지 먹어본 국수 중 최고의 식감이었다.

그날 이후 그 집의 단골이 되었다. 한국 친구들에게도 많이 소개했다. 그러다 중국 슈퍼마켓에서 다양한 마라탕 소스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집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지금도 마라탕 소소는 우리 집 상비 양념이다.

한국에 돌아오니 마라탕의 인기는 여기서도 대단했다. 마라탕 전문점이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띄었고, 마트에서는 마라라면·마라과자·마라떡볶이 등 마라 향을 넣은 가공식품들도 많아 무척 반가웠다.

묘한 중독성이 있는 이국적인 매운맛. 날은 점점 추워지고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매운 음식은 더욱 당기니, 앞으로도 한동안 마라탕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국인 셰프가 직접 짠 산초기름으로
소각(SOGAK)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0길 17

© 네이버플레이스 - SOGAK
중국인 셰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중국 가정식’ 맛을 낸다. 메인 메뉴는 마라탕. 사골을 우려 육수를 내고, 직접 짠 산초기름으로 맛을 낸 매콤한 국물이 특징이다. 여기에 쇠고기·새우·버섯·어묵·포두부·면두부·완자·옥수수면과 중국 당면, 각종 채소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어 넉넉한 인심을 느끼게 한다. 특히 간이 잘 배어 매콤하면서도 쫄깃한 옥수수면이 별미. 마라탕 음식점이 대부분 원하는 재료를 골라 넣는 뷔페형인 데 비해 이곳에서는 재료를 한 그릇에 골고루 넣어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매운맛은 1~3단계로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데, 1.5단계나 4단계처럼 특별히 원하는 맛을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 매운맛을 원할 경우 국물에 추가할 수 있는 소스를 가져다준다.



손꼽히는 마라탕 맛집… 얼큰한 본토 맛!
봉선마라탕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38길 11

© 인스타그램 - seulseul.cat
대림역 인근에는 ‘서울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리는 중국인 거리가 있다. 중국 음식점들이 즐비한 이곳에 자리 잡은 봉선마라탕은 오래전부터 마라탕 맛집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본토 맛과 가장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봉선마라탕에는 일반 마라탕과 양고기 마라탕 두 가지가 있다. 사골국물에 당면과 각종 채소, 건두부 등을 넣는데, 콩나물로 시원한 맛을 더해 얼핏 해장국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라탕 위에 뿌려진 땅콩소스를 휘휘 저어 섞으면 얼큰하면서도 고소하다. 안에 든 재료를 건져 먹은 뒤 밥을 말아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더없이 든든하다. 감자와 가지를 큼직큼직 썰어 소스에 볶아낸 지삼선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한약재로 우린 진한 육수, 한국식 마라탕
마라토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23길 16

© 인스타그램 - 마라토끼
마라토끼에는 중국식 매운맛인 마라를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메뉴가 많다. 특히 양지와 사태, 소 힘줄, 한약재까지 넣어 푹 우려낸 국물이 깊고 진한 맛을 내는 비결. 여기에 중국 본토 마라탕 맛집과 기술 제휴를 통해 개발한 자체 마라 소스와 열네 가지의 천연 향신료를 사용한 특제 고추양념 등이 맵고 칼칼한 맛을 더한다. 주재료에 따라 고기마라탕, 야채마라탕, 버섯마라탕, 스팸마라탕 등이 있다. 마라탕 외에도 화자오, 팔각, 고추와 산수유 등 매운 향신료를 듬뿍 뿌려 볶은 마라샹궈, 한국식 마라 떡볶이인 마라토끼떡, 민물가재 볶음인 마라롱샤, 마라술국, 토마토마라탕 등 마라 맛을 기본으로 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위세척을 부르는 매운맛 ‘마라샹궈’가 당긴다면
매운향솥
서울 광진구 동일로18길 61

© 네이버블로그 - sarang2012g
마라탕이 국물 요리라면 마라샹궈는 볶음 요리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조리하는 방식만 바꾼 것. 건대 양꼬치 골목에 자리 잡은 ‘매운향솥’은 마라샹궈로 유명하다. 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닭 근위·스팸 등이 구비된 고기 냉장고와 채소·어묵·당면 등을 넣어둔 냉장고에서 각각 원하는 재료를 고른 뒤 무게로 계산한다. 두 냉장고에서 고른 재료가 섞이지 않게 각기 다른 그릇에 담아야 한다. 매운맛은 ‘아주 순한 맛’에서부터 ‘신라면 매운맛’ ‘청양고추 매운맛’ ‘상상 이상 매운맛’까지 범위가 넓다. 맨 위 단계는 “위세척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 문구도 붙어 있다. 흰밥에 올려 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맥주 안주로도 그만이다. 가게 이름 ‘매운향솥’은 ‘마라샹궈’를 한자 뜻 그대로 풀이해놓은 것이다.
  •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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