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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명의 소프트웨어 전문가 만나보니

추락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비상한 진짜 비결?

이소영의 다음 인재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리전 매니저로, 전 세계 커뮤니티 리더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2000여 명의 소프트웨어 인재와 소통하며 그들의 커뮤니티 리더십을 알리는 일을 합니다. 이 경험을 녹여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를 펴냈고, 각계각층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전략과 지혜를 나누고 있습니다.
© 셔터스톡
나는 IMF 시절 대학을 졸업했다.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아 대학생들이 만든 인터넷 벤처 회사에 취업하면서 IT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15년째 근무 중이다. 현재는 아시아 전 지역을 커버하는 리전 매니저로, 기술 커뮤니티 리더들을 관리하는 팀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만난 2000여 명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은 매우 다양했다. 한국을 거쳐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아시아 전 지역의 전문가들을 만났으니 국적만도 20개가 훌쩍 넘는다. 난 그들의 학력이나 학벌을 전혀 모른다. 왜냐하면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그들이 수년간 쌓아온 커뮤니티 활동과 그 활동들을 통해 알 수 있는 전문 능력, 영향력만 철저히 검증하기 때문이다.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왔는지, 공동체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며 해왔는지가 관건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나이·인종·학력·성별의 차별 없이 누구나 자신의 노력과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문화가 있다. 물론 저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한 문화를 지향하는 전 세계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커뮤니티를 이뤄 오픈소스를 만들고, 거대한 기업에 저항하고 협력하며 이뤄낸 문화다. 그리고 그런 문화를 조성하고 사람들에게 선한 기술의 영향력을 끼치는 ‘커뮤니티 리더’를 세계 최고 IT 기업과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주목하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버드 출신 스티브 발머 vs 인도 출신 사티아 나델라

내가 만난 커뮤니티 리더 모두가 높은 자리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미래가 펼쳐져도 자신이 먼저 배워 남과 공유하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런 자세로 공부하면 효율적으로 지식을 축적할 수도 있고, 세계 최고의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커뮤니티 리더십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할 때 어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는지 나는 15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를 통해 생생히 경험했다.

명문 하버드대 출신의 스티브 발머가 이끌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십 수 년간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하지만 이름 없는 인도의 대학을 나오고, 명문대라 보기 힘든 미국의 대학에서 유학한 인도 출신 사티아 나델라가 회장이 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추락을 거듭하며 잊혀가던 마이크로소프트를 또다시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들더니 급기야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의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나는 이 두 회장의 시절을 모두 겪으며 지금 시대에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를 절감했다. 바로 소통·공감·개방성·나눔이라는 문화와 태도다. 이 요소는 학벌이 아니라 커뮤니티 리더십을 통해 갖출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다.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위 회사 중 7개는 소프트웨어 즉 IT 기업이 차지한다.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로 우리 삶과 일터의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일련의 혁신도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런 상황이니 학벌이 좋다고 무조건 뽑아주는 회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현 시대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 급속도록 진행되는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과거와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이 글을 쓰며 간절한 꿈을 꾼다. 우리 기업 곳곳에 그리고 사회 이곳저곳에 ‘소통·공감·개방성·나눔’을 실천하는 커뮤니티 리더들이 많이 자리 잡기를. 그래서 학교나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가슴속에 소중한 배움의 열정을 품고 평생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를. 다른 사람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열정과 헌신을 다하는 사람들이 칭찬받는 사회가 되기를. 그런 기업과 학교가 많아지기를. 그리하여 급변하는 우리 사회에 가장 어울리는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인재의 시대가 열리길 말이다.
  •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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