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

희망토농장 강영수·서종효·유경호 이장

‘B급 농업 예능’ 너머의 꿈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희망토농장 

농촌을 배경으로 예능(?)을 찍는 세 명의 청년이 있다. 강영수·서종효·유경호 세 청년은 대구 수성구에서 ‘희망토농장’을 운영하며 유튜브 채널 〈농사직방〉을 찍는 ‘농튜버(농부+유튜버)’다. ‘몰라도 되는 배추상식’ ‘농약 이름 발표대회’ ‘열정 만수르의 트래커 왕초보 탈출법’ 등의 콘텐츠로 웃고 떠드는데, 한 편의 개그 같으면서도 내용이 알차다. 그들은 스스로를 ‘B급 농촌 예능인’이라 부른다. 농업에 임하는 마음은 진지하게, 그 방법은 유쾌하게 풀어가는 세 청년을 만났다.
왼쪽부터 강영수·유경호·서종효 이장.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다. 농기구를 리뷰하거나 농사 팁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 〈농사직방〉은 ‘B급 농업 예능’을 표방한다. 강영수(42)·서종효(34)·유경호(31) 세 청년이 자신들이 하는 농사를 사람들에게 재밌게 알리고 싶어 만든 채널이다. 〈농사직방〉 이름은 조선 세종 때 편찬된 농사 지침서 《농사직설》에서 착안했다.

〈농사직방〉의 콘텐츠는 웃기면서도 참신하고 알차다. 3분 안에 제철 미나리 다듬기나 텃밭 고랑 잡초 제거하기, 감자 심기 등을 보여주는 ‘서 이장의 3분 농법’, 농기구를 소개하는 ‘뇌쇄적인 농기구 리뷰’, 전국의 농장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하는 ‘열여섯 시 내 고향’ 등이 주요 콘텐츠다. 2017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해 지금까지 47개의 영상이 올라왔다. 구독자는 6000여 명. 구독을 늘리기 위해 욕심낼 법도 한데,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저 “우리가 재밌으면 된다”며 ‘허허허’ 웃는다.

“농업 콘텐츠에 예능을 가미한 프로그램이에요. 우리는 B급 농업 예능을 꿈꿉니다. 나름 유명세를 타면서 종종 농기계회사 등에서 광고 제안이 들어와요. CJ ENM의 다이아 티비(DIA TV) 소속 크리에이터로 이름 올렸고요. 우리 채널을 유니크한 아이템으로 본 거죠.”(유경호)

“농사는 전문가지만 방송은 초보”라는 이들은 어깨에 힘을 뺀 농업 이야기로 흥미를 끌어올린다. 덕분에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웹테이너프로젝트 상영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각종 박람회 참여나 강의 제안도 받고 있다.



농튜버? 본업은 농부!

유튜브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들의 본업은 농부다. 대구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희망토농장’이 이들의 농장 겸 농업 교육장이다.

희망토는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를 다니던 서종효 이장이 만든 텃밭 동아리 이름이다. 교내에서 텃밭을 가꾸던 서 이장은 졸업 후 2013년 같은 이름의 농장을 열었고, 이후 경북대 대학원에서 환경을 공부하던 강영수 이장과 서 이장의 동아리 후배인 유경호 이장이 합류했다. 이들은 서로를 ‘이장’이라 부르는데, 동아리에서 쓰던 호칭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희망토농장의 시작은 농업 교육과 농촌 체험이었다. 도시에 농장을 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땅을 일구는 일만이 농업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농사(農事)’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일 또한 청년 농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희망토에서는 ‘농사가 교육이다’라는 모토로 가드닝과 생태, 먹거리 교육을 하고 있어요. 학교를 찾아가 실습하거나 주말농장 만드는 일을 돕죠. 도시인들이 직접 농사를 짓거나 텃밭을 가꾸면 자연스럽게 농사의 중요성과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어요.”(서종효)

희망토농장은 인근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린이농부교실, 도시농부교실, 진로농장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도시인들에게 주말농장을 분양하고 농사에 필요한 교육도 진행한다. 또 농촌 자립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한 회 열다섯 명 정원에 100여 명씩 몰릴 정도로 인기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스물두 명의 청년이 농촌에 정착하기도 했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던진 그 한마디가 컸다.

“우리 같이 농촌에서 건강한 밥 지어 먹으며 재밌게 살아볼래?”





희망토농장으로 농업에 희망을

대구 도심 한가운데서 본격 농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 차. 경북대학교 작은 텃밭에서 시작한 농사는 대구시에서 6000평(19,800㎡) 규모의 농장과 경북 의성군에서 2000여 평(약 6,600㎡)의 농지를 임대해 몸집을 키웠다. 키우는 작물도 다채롭다. 쌀·옥수수·양파·마늘·쪽파·감자·쌈채소 등 50여 가지에 이른다. 올해 말에는 쌀농사 규모를 키워 크라우드 펀딩에 내놓을 계획이다.

“스마트 농장에도 관심이 있어요. 도시는 땅값이 비싸 농장을 더 넓히기 어려우니까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작물을 키워 집적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농산물 유통이에요. 도시 농장이라서 농사지을 땅은 좁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까이 있어 신선한 농작물을 빠르게 유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죠.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나 주말농장을 찾는 가족들 그리고 온라인으로 만나는 구독자 모두가 우리 고객입니다.”(강영수)

작년부터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으로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유튜브에서 농작물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종의 온라인 홈쇼핑이다. 그들이 가장 잘하는 ‘B급 예능’이 여기서 힘을 발휘한다.

“새싹보리 키트나 감자볶음 키트를 판매한 적이 있어요. 직접 감자를 볶는 모습이나 흙을 부어 씨를 뿌리는 모습을 예능으로 풀었어요. 단순한 홈쇼핑이 아니라 농법 교육에 가까운데, 예능감을 더해 재미를 살린 거죠. 농사짓는 일이 재밌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방송을 보고 ‘재밌다’ ‘농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댓글을 볼 때 가장 행복합니다.”(강영수)

재미로 똘똘 뭉친 농튜버지만, 희망토농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 이장이 창업 당시부터 생각해온 ‘굶주림 문제 해결’이다. 그는 “국내 농장에서 성공을 거두면 아프리카 등에서 비슷한 모델의 농장마을을 세우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와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무산됐지만, 베트남 지역에 체험 농장을 실험적으로 운영해볼 계획이었다. 현지인들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쳐줌으로써 해외 기아 문제에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다.

강영수 이장은 농촌에서 미래와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환경 문제 때문이에요. ‘환경 보호와 보존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것이 시작이었죠. 먹거리를 다루는 농업은 환경을 지키는 최전선에 있습니다. 이를 알리기 위해 농사 교육을 하고 있고, 유튜브로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청년들이 더 많이 농사에 뛰어들어 올바른 농업 모델을 만들어가면 좋겠어요.”
  •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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