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슬의 커피코피해피#11

짓는 마음

글 : 강이슬 

새집을 짓는 기분으로 글을 쓴다.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서 청사진조차 그리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시작하는 집짓기다. 마음 같아선 누구나 감탄할 만한 멋지고 화려한 집을 짓고 싶지만 내 마음에 드는 집을 짓는 것도 쉽지가 않은 일이다. 글의 주제는 집의 구조요, 문단의 길이는 방의 크기, 문장은 인테리어가 된다. 어느 날은 인테리어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운이 좋은 경우다. 대부분은 삽질하는 데 시간을 다 쓴다. 파도 파도 진흙일 때가 다반사여서 단단한 지반을 찾지 못하고 구덩이만 뻥뻥 파내느라 지치는 날이 많다. 물리적으로 못질하고 ‘공구리’ 치는 일이 아닌데도 체력이 고갈된다는 점이 매번 신기하다.

새하얀 한글 화면에 몇 글자 적지도 못하고 지칠 때면 초가집은커녕 두꺼비집도 제대로 못 짓는 스스로에게 조바심이 난다. 다른 사람들이 지은 피라미드 같은 글이 너무 미스터리하게 느껴진다. 저 사람들도 나처럼 삽질을 할까. 그렇다면 그들의 삽질은 나랑 클래스부터 다를 것이다. 그들이 삽을 쥐었다면 내 손에 들린 건 핑크색 배스킨라빈스 스푼에 불과하다. 그래, 첫 삽에 배부르랴! 기운을 내고 싶지만 이미 기가 죽어서 다시 삽을 들 용기가 나지 않는다. 누가 정신 차리라고 내 엉덩이라도 걷어차 준다면 좋으련만 글 짓는 일은 혼자의 몫이다. 나는 내 엉덩이를 걷어찰 수 없어 서러워진다.


“이 정도면 괜찮다, 라는 말이 싫어”

그런 날엔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시골 주택으로 이사한 지 6년째인데 우리 집은 아직도 미완성 상태다. 아빠는 항상 집의 어딘가를 부수고 부순 자리를 보수한다. 나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집의 안타까움이 아빠 눈엔 자꾸만 보인댔다. 여기를 넓히면 더 좋을 것 같고, 이곳의 마감이 거슬리고, 저기에 페인트를 다시 칠하면 훨씬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멀쩡한 공간을 부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사는 데 지장 없잖아. 이 정도면 괜찮은데 뭐 하러 사서 고생을 해, 이 더운 여름에.”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멀쩡한 수돗가를 쾅쾅 부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는 팔등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대강 닦더니 허리를 펴고 대답했다.

“아빠는 ‘이 정도면 괜찮다’라는 말이 싫어. 그거는 더 좋아질 수 있는데 이쯤에서 그만한다는 말이잖냐. 평생을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하느니 딱 한 번 ‘아따 좋~다’ 할란다.”

“언제 ‘아따 좋~다’ 할 건데?”
“모르지 아빠도.”
“그래도 힘들잖아.”
“힘드니까 재미있지. 쉬우면 재미가 없어서 아빠도 안 해.”

아빠의 망치질에 산산이 부서지는 수돗가 세면바닥을 바라보며 나의 삽질을 떠올렸다. 아빠의 성정이 내게도 유전된 게 분명했다. 우리가 끝없이 집을 부수고 삽질하는 이유는 프롤레타리아적 기질을 공유해서일 것이다.


“아따 좋~다”의 순간을 만날 때까지

아빠의 말처럼 힘들고 어려운데 그게 재미있어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도 외로운 건 좀 싫다. 쓰는 일은 너무 혼자만의 일이다. 혼자서 짓고 혼자서 부수고 혼자서 보수하고. 나는 혼자서 책임지는 게 두렵고 싫은 사람인데 어째서 이러고 있나. 이 일은 도무지 나라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자주 생각한다. 때로는 글 쓰는 내 모습이 어색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혓바닥 놓는 위치가 갑작스레 헷갈릴 때처럼 새삼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래도 그냥 노트북 앞에 앉아 매일매일 삽질을 한다. 글쓰기에 탁월해지고 싶은데 삽질 말고는 뭘 해야 하는지 별다른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집을 짓는 마음으로 쓴다. “아따 좋~다” 할 만한 집을 짓게 되길 소망하며 일단 첫 삽을 퍼 올린다. 언젠가는 꼭 “아따 좋~다”의 순간을 만나고 싶다. 그때까지 멀쩡해 보이는 집을 마구마구 부수고 지체 없이 보수할 용기와 체력이 허락되었으면 좋겠다.

글쓴이 강이슬은 〈SNL 코리아〉 〈인생술집〉 〈놀라운 토요일〉 등 TV 프로그램에서 근면하게 일하며 소소하게 버는 방송작가다.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안 느끼한 산문집》으로 대상을 받고 출판 계약을 하며 난생처음 갑이 됐다. 술과 개와 밤을 좋아하고 욕을 잘하지만 착하다.
어제도 오늘도 가난했고 내일도 가난하겠지만 가난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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