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topp

백종원이 호떡 먹는 법을 보며

‘백주부’와 ‘개통령’의 공통점

카이스트 이승섭의 교육이 없는 나라
이승섭 교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던 모범생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학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고, 카이스트 교수가 되어 우리나라 과학 영재들을 바라보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를 ‘교육이 없는 나라’라고 말한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생들의 장래 희망을 조사하면 과학자가 높은 순위에 있었고, 나 역시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 중 한 명이었다. 과학자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었지만, “기술이 있으면 세상이 변해도 굶지 않는다”는 부모님의 소박한 바람, 아폴로 우주선 그리고 만화영화 〈우주소년 아톰〉의 영향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 장래 희망 높은 순위에 ‘요리사’는 없었다. 짜장면이 최고의 음식이고 탕수육은 귀한 요리였던 그 시절, 감히 오늘날의 요리사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 유튜브에서는 먹방이 유행하고, 미슐랭이란 단어가 익숙해졌으며, TV에서는 유명 요리사들이 경연대회도 펼친다. 학생들의 장래 희망에도 요리사는 높은 순위에 있다.

‘백주부’로 불리는 요리사 백종원을 존경한다. 만나본 적도 없고 요리에도 무심한 내가 그를 존경하게 된 까닭은 ‘호떡’ 때문이다. 무심히 TV를 보던 어느 날, 그의 호떡 먹는 모습에 눈이 번쩍 뜨였다.

식당을 방문한 백종원에게 주인은 음식과 함께 호떡을 내오면서 “호떡 먹는 방법을 아느냐?”고 뜬금없는 질문을 건넸다. 백종원은 혹시 틀리면 알려달라며 호떡을 먹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주인은 웃으며 인정해주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고승들이 주고받는 선문답 같았다.

백종원은 호떡 가운데를 갈라 접어서 먹었다. ‘호떡 하나를 먹을 때도 최고의 맛을 생각한다’는 것을 느끼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순간 국제학술대회에서 세계적인 대가를 만났을 때와 같은 경외감이 솟구쳤다. 그는 자신의 분야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탁월한 실력을 겸비한 대가의 모습이었다.


강형욱의 소신 있는 ‘조기 영재교육’

과거 우리나라는 여름철 복날이면 보신탕을 먹곤 했지만 사회적으로 큰 거부감이 없었고, 방 안에서 개를 키우는 경우도 드물었다. 30여 년 전 미국 유학 시절, 개를 위한 의료보험과 강의실 밖에서 기다리는 개들의 모습을 보며 문화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강아지에게 ‘반려견’ 혹은 ‘입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심지어 TV에는 강아지 전용 채널도 있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 없는 나조차 ‘개통령’ 강형욱을 안다. 그는 어린 시절 반려견 훈련사의 꿈을 품고 중학교 때 반려견훈련소에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고등학교는 2주일에 한 번만 가는 방송통신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오늘날 관점에서 보자면, 의도치 않게 반려견 훈련사로서 조기 영재교육 과정을 밟은 셈이다. 강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훈련시키는 그의 모습을 보다 보면 강아지에 대한 애정과 훈련사로서의 탁월함을 넘어 인간관계와 자녀 교육 방향까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공통된 생각은 ‘참 행복하겠구나’ 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부와 명예도 함께 얻을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학창 시절을 상상해보면 우리 교육 환경에서 순탄하지 않았을 것 같아 한편으로 마음이 착잡하다. 내 경우 운 좋게 우리나라 교육과정과 꿈과 적성이 맞았음에도 학창 시절 교육에 아쉬움과 불만이 많다. 쓸데없이 어려운 문제풀이식 교육들이 내 꿈과 재능에 도움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지인이 자신의 아이가 ‘개 심리학자’가 되기 위해 하버드대학에 가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처음 들어보는 개 심리학이란 단어에 식사 중임에도 깔깔대며 웃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개 심리학(canine psychology)’은 이미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분야로, 인지과학, 뇌과학, 혹은 뇌 영상 기법 등과도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 요리사와 반려견 훈련사의 꿈을 키웠던 백종원, 강형욱처럼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미래 세상의 ‘개 심리학자’의 꿈을 어린아이의 치기 어림으로 생각하고 웃었던 내가 순간 부끄러웠다.

더 이상 《수학의 정석》이 영재성과 교육의 바이블이 아니었으면 한다. 새로운 세상, 4차 산업혁명 그리고 5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더 많은 길들이 펼쳐질 것이다. 상상 속의 그 많은 길들 위에서 우리 아이들 각자가 가진 영재성을 마음껏 발휘해 30년 후에 대가가 되고, 개인의 행복은 물론 국가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기 바란다. 그런 세상을 위해 우리 교육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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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vagabondi   ( 2020-10-11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호떡을 저렇게 반으로 갈라 접어서 먹으면 맛이 있다. 발상 전환이 돋보인다는 교수님의 평, 지독히도 본인의 주관인 듯. 한국의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건 옳죠. 그러나 교수님의 주장에 내세운 근거를 읽고 있자니 교육이 변할지는 몰라도 예전보다 나아지지는 않겠다는 느낌이네요. 호떡 갈라서 먹는 법이 왜 맛을 좋게 하는지, 다른 불편함은 없는지, 뜨거운 호떡을 가를 때에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위험이 없는지, 기분이나 감각이 아닌 맛이 과학화 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 단순한 생각의 전환이 창의성도 가르쳐야 할 것도 아니죠. 문제는 우리가 가진 획일화 된 교범입니다. 교육에 오래 몸담고 있었지만 한국의 교육, 전 없다고 봅니다.
  jjlee020   ( 2020-10-11 )    수정   삭제 찬성 : 2 반대 : 1
카이스트 교수면 논리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백종원이 호떡의 반을 가르고, 또 접어서 먹는 방법이 왜 최고로 맛있게 먹는 방법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업계에서 한, 두 명이 아는 방법이면 이 방법이 최고로 맛있는 방법으로 '아!' 해야하는지는 의문이에요. 왜 이 방법이 최고의 방법인지를 알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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