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topp

‘네’와 ‘네!’의 차이

지면에서만 쓰이던 문자언어가 인터넷과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으로 일상생활에까지 넘어오면서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기존의 문자언어는 정적이고 격식을 갖춰 사용됐지만, 일상으로 넘어온 문자언어는 그런 특성이 무너지고 있다. 문자언어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특성 중 하나인 느낌표의 확장성에 대해 탐험해보려 한다.

신지영의 언어탐험×탐험대원 나로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들.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고려대학교를 베이스캠프로,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있다.
느낌표(!)는 놀람과 같은 특별히 강한 느낌을 나타내거나 다른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하는 문장부호다.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문자언어를 사용하던 과거에는 느낌표 사용이 드물었다. 담담히 정보를 전달하는 책에서는 강한 느낌을 나타낼 일이 많지 않고, 소설에서는 독자가 인물의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감정을 결정짓는다는 이유로 느낌표 사용이 제한되기도 했다. 신문에서도 기사의 제목을 강조할 때가 아니면 느낌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쓰임이 명확한 마침표, 쉼표, 물음표와 달리 느낌표는 주관적이어서 정적인 기존 문자언어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웠다.

인터넷과 모바일 메신저의 발달로 자신의 의견을 온라인상에 남기거나 주변 사람들과 문자로 대화하기 쉬워진 요즘, 느낌표 사용이 늘고 있다.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할 때나 기쁘고 신날 때, 짧고 발랄하게 대답할 때 등 놀람을 표현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느낌표를 사용한다. 때마다 느낌표의 의미는 달라지지만 대체로 높은 억양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다. 즉 느낌표를 이용해 자신의 실제 말투를 문자언어에 반영하는 것이다.


‘네’와 ‘네!’, 담백함과 딱딱함 사이


문장부호를 사용해 음성대화 상황처럼 말투를 드러내다 보니, 문장부호를 사용하지 않은 문장을 보고 딱딱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은 문장부호를 비교적 많이 사용하는 젊은 세대에서 더 두드러진다.

위와 같은 경우 ‘교수님은 화가 났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느낌표나 물결표 같은 문장부호가 없어 교수님의 말이 딱딱하고 단조롭게 읽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장부호를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부드러운 말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같은 문장을 보고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학생이 “네”라고만 해도 되는 상황에서 느낌표를 사용해 “네!”라고 한 것은 더 빠릿빠릿하고 힘찬 대답임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혹은 발랄함을 드러내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문장부호를 활용해 실감나는 말투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문장부호를 꼭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기도 한다. 동아리 홍보문 공지를 작성 중인 두 사람의 메신저 대화를 보자.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므로 담백하게 써도 되지만, 두 사람은 글이 딱딱해 보일 수도 있다는 이유로 문장부호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문장부호를 사용하지 않은 문장이 로봇의 말처럼 딱딱해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이거나, 상대에게 발랄하고 친절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일 것이다.

과연 문장부호가 꼭 있어야 할까? 문장부호가 없는 글은 딱딱해 보인다는 편견과 문장부호가 있어야 친절해 보인다는 생각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오해도 줄어들고 더 편안한 문자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문자언어에서 핵심은 문장부호가 아니라 문장의 의미이니까 말이다.
  • 202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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