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

논산 ‘파리씨’ 최희경 대표

딸기 농부가 만든 ‘논두렁 뷰’ 디저트 카페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충남 논산은 딸기로 유명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양의 딸기가 생산되는 이곳에 최근 또 하나의 지역 명물이 추가됐다.
올 1월 문을 연 디저트 카페 ‘파리씨’가 그 주인공. 대표 메뉴인 딸기케이크를 비롯해 다양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고, 넓은 통창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논두렁 뷰’가 일품인 이곳에서 청년 농부 최희경(39) 씨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꿈꾸고, 도전한다.
카페 ‘파리씨’(Par ici, 프랑스어로 ‘이곳으로’라는 뜻)는 주변이 온통 논밭인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트렌디한 공간 중 하나인 디저트 카페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입지이지만 그만큼 반전 매력이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시선을 끌고,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내는 수준급 디저트들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문을 연 지 불과 몇 달 만에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난 이유다.


“카페 자리를 찾느라 많이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이 동네에 와서 건물을 보고 바로 계약했죠. 바다가 펼쳐진 것처럼 넓은 들판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게 가장 좋았어요. 요즘은 가볼 만한 데라고 생각되면 약간 불편해도 찾아가잖아요. 여기는 시내도 아니고 2층인 데다, 입구도 찾기 어렵지만 풍경과 맛으로 승부를 걸어볼 만했어요. 인테리어는 잡지사 기자 출신인 동생(최안나)의 솜씨예요.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저희 둘이 직접 하느라 6개월이 걸렸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죠.”


카페를 내기 전 최희경 씨는 딸기 농사를 지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09년 겨울 결혼을 하면서 논산으로 왔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귀농한 부모와 함께 딸기 농사를 짓던 건실한 청년(남편 한재희 씨)’을 소개받은 것이 계기였다. 그는 결혼 후 한동안 디자인 일을 접고 가족과 함께 딸기 농사에만 전념했다. 휴일도 없이 매달렸지만 투자하는 시간과 인력 대비 수입은 늘 아쉬웠다. 농부로서 삶이 낭만적일 것만 같았던 농촌 생활이 그저 ‘로망’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농부, 카페 사장, 디자이너, 쿠킹 클래스 운영…


결국 다시 디자인 일을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딸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중 하나가 딸기잼, 딸기청 같은 2차 가공식품이었다. 특히 딸기청은 당시만 해도 흔하지 않을 때라 제법 잘 팔렸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베이킹에도 도전했다. 아이가 생기면서 직접 건강한 간식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고, 딸기를 비롯해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디저트를 개발하고 싶었다. 그는 독학으로 먼저 기초를 다지고, 유명 파티셰와 쇼콜라티에들이 진행하는 수업을 찾아다니며 실력을 쌓았다. 이후 ‘한스 테이블(Han’s Table)’이라는 쿠킹 스튜디오를 만들어 5년간 홈베이킹을 가르쳤다. 강사로 제법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전국에서 수강생들이 찾아왔다. 특히 자신이 생산한 농작물을 가공식품으로 만드는 데 관심 있는 청년 농부들에게는 기꺼이 쿠킹 스튜디오를 개방해 레시피 연구를 도왔다. 쿠킹 스튜디오는 카페를 낸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농부들이 정성 들여 수확한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를 하다 보니 카페 창업까지 왔어요. 저희 카페에서는 음료를 만들 때 티백이나 가루를 넣지 않아요. 대신 김해 백향화(패션프루트), 장성 블루베리, 완도 유자 등 청년 농부들이 직접 농사지은 과일을 사용해요. 앞으로 이런 메뉴들을 점점 더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청년 농부들과 교류가 활발한 그는 올해 청년농업인연합회 부회장을 맡았다. 청년농업인연합회는 전국의 20~40대 청년 농부 200여 명으로 구성된 친목단체다. 그는 “농산물 2차 가공이나 판로 개척 등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만큼 여러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부들 간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년 농부들을 위해 카페를 활용하는 방법을 구상 중입니다. 카페 한쪽에 전국 청년 농부들의 농산물을 소개하는 공간도 만들고, 깻잎·인삼·홍삼·유자 등 다양한 농산물을 넣어 만든 ‘청년 농부 초콜릿 선물세트’ 같은 것도 시도해보려 해요. 농부가 돼보니 농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농사만 지어서는 어렵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청년 농부들이 야심 찬 꿈을 안고 농촌에 들어왔다가 2~3년 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야죠. 저는 ‘반농반X’라는 말을 좋아해요. 농사도 지으면서 한편으로 취미든 일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또 다른 걸 하며 사는 거죠. 그런 재능을 농업과 결합하거나 다른 농업인과 나누면 좀 더 색다른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청년 농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일례로 그는 디자인 작업을 들었다. 디자이너로서 그가 요즘 주력하는 것은 농산물 관련 브랜드 제작, 로고·패키지 디자인 등이다. 그는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 중 하나로 정부에서 브랜드 제작비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정작 지원을 받는다 해도 이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농업인들은 적합한 제작사를 찾아 의뢰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 부분을 돕고 있다”고 했다.

카페와 쿠킹 스튜디오 운영만으로도 벅찰 텐데, 디자인 일까지 병행할 수 있는 비법이 있을까. 그는 일을 마치는 시간이 일러야 새벽 2시, 하루 수면 시간도 다섯 시간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가 좀 일 중독 같아요.(웃음) 일을 많이 하는 게 피곤하기보다 활력소가 돼요. 바쁘게 움직여야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하거든요. 아이들이 아홉 살, 다섯 살이라서 아직은 손이 많이 갈 나이인데, 순전히 남편의 내조 덕분에 하고 있어요. 정말 감사하죠.”

앞으로도 그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청년 농부들이 함께 교류하며 보다 큰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파리씨’는 그에게 그저 시작점일 뿐이다.
  • 202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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