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UX 디자이너 - 홍석희 UX 디자이너

디자인, 사람을 읽는 일

글 : 차지현 명예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국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둘러싸고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실수로 재난지원금을 기부했다는 ‘실수 기부’가 대거 발생한 것. 지원금 신청과 기부가 한 화면으로 구성돼 있고, ‘약관 전체 동의’ 항목에 기부 동의가 포함돼서 생긴 문제였다.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잘못 읽은, 실패한 UX(User Experience) 디자인의 대표 사례다.
UX 디자인이란 사용자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조사와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제품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UX는 ‘사용자 경험’이란 뜻으로 디자인이나 레이아웃처럼 기술적인 부분을 주로 다루는 UI(User Interface)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모든 경험을 통칭한다. UI를 이용하면서 사용자가 느끼는 경험 또한 UX에 포함된다.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UI 디자이너와 달리, UX 디자이너는 관찰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의 특성과 이용 패턴을 그때그때 예측해야 한다. 미적 감각에 더해 직관과 분석력이 중요한 이유다.

홍석희 UX 디자이너는 UX 디자이너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프로그램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UX 디자이너로 전환했다. UX 방법론을 활용해 출시 3일 만에 1억 원 매출을 올린 서비스를 한 달 만에 개발하기도 한 그는 클래스 101에서 ‘킹홍’이라는 닉네임으로 ‘UX 디자인 개론’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더비’에서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맡고 있다.


UX 디자인이 왜 중요한가요?


“UX는 사용자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입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불편이나 불만뿐 아니라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실제로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사용자의 숨겨진 요구를 파악하는 일이죠. 사용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불편을 느끼는 서비스를 개선하고, 새롭게 원하는 요구가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어요.”


UX 디자인으로 변화를 가져온 경험을 소개해주세요.

“팬들이 보낸 메시지를 아티스트에게 전달해주는 ‘Message to artist’ 마이뮤직테이스트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아요. 〈프로듀스 101〉의 인기가 한창일 때, 아티스트의 생일을 축하하는 지하철 광고판의 수많은 포스트잇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어요. 아티스트가 실제로 그 편지들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왜 팬들끼리 전광판에 모여 행복해하는 걸까. 이 물음을 토대로 아티스트와의 연결을 원하는 팬들의 요구가 있다는 가설을 세웠어요. 기존 플랫폼 위에 아티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봄으로써 가설을 검증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500만 개 이상의 메시지가 들어왔고, 아티스트가 직접 메시지를 읽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죠. 하나부터 열까지 사용자가 만들어낸 콘텐츠였어요.”


UX 디자이너는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네요.
기업 내에서 UX 디자이너의 역할은 뭔가요?


“시장에서의 사용자가 고객이라면, 회사 내부에서는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사용자라 할 수 있어요. 밖에서는 사용자의 요구를 해결하지만, 회사 안에서는 대표, 개발자, UI 디자이너, 마케터 등 다양한 담당자의 요구를 듣고 조율합니다. 부서마다 추구하는 목표나 원하는 요구가 다른데, 모두의 이야기를 들은 후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게 좋을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UI 디자이너가 원하는 디자인을 개발자가 시간과 예산 등이 부족해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UX 디자이너는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고 설득해 갈등을 조율해요.”


미국에서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다고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개발자로 2개월 정도 일하다가 미국행을 결심했습니다. 뉴욕에 있는 디지털 광고 에이전시에서 인턴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어요. 미국에서의 업무 경험은 생각보다 더 치열했어요. 업무 능력이 떨어지거나 자기 PR을 하지 못해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동료도 있었죠. 살아남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습니다.”


개발자에서 UX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바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대학 시절부터 개발자로서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어요.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말하고 기획하는 일이 훨씬 재밌기도 했고요. 마침 미국에서 UX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주목받는 시기였어요. 수요도 많고 연봉도 높았죠. 직업 간 경계가 모호한 미국 회사의 특징은 커리어를 전환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연결해준 기관을 통해 UX 디자인을 공부하고,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UX 디자이너의 일을 시작했어요. 사용자의 관점을 이해하고, 아이디어 단계의 솔루션을 구체화하고 검증하는 과정에 큰 재미를 느꼈어요.”


거쳐온 이력을 보니 스타트업 경험이 많습니다.

“미국에서 뉴스 에디터로 일하던 친구와 함께 미디어 관련 창업을 시도했는데 실패했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스타트업 마이뮤직테이스트를 만나게 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팬과 아티스트를 잇는 ‘Message to artist’ 프로젝트를 한 곳이죠. 소규모 스타트업이 100명이 넘는 조직으로 성장하는 동안 UX 디자인부터 프로덕트 매니징, 투자 업무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어요. 가장 많이 일하고 나를 성장시킨 곳이죠.”


디자인 과정에서 어떤 점이 중요할까요?

“디자인 프로세스는 관찰에서 시작합니다. UX 디자인은 매출 목표나 시장 점유율 등의 회사 목표와 사용자의 요구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이에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고객을 관찰하고 연구해요. 가령 이미 출시된 제품이라면 고객이 제품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정량적인 데이터를 종합해 문제를 발견하기도 해요.”


UX 디자이너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시장에 임팩트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거죠. UX 디자이너로 일하는 동안은 최대한 많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해보고 싶어요.”



쉽고 편리한 디자인을 위한 사용자 연구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이미지 중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핀터레스트 등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이 주목을 끌면서 세계적으로 UX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한정돼 있던 디자인의 영역이 새로운 서비스를 설계하고 기획하는 데까지 녹아들면서 회사들은 앞 다퉈 능력 있는 UX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디자인의 시대는 지났다. 아무리 예뻐도 이용하기 불편한 디자인은 결국 사라지기 마련이다. 아름다움과 편의성을 두루 갖춘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를 연구하고, 회사 내 구성원을 설득해야 한다. 즉 디자인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UX 디자이너가 하는 일?

UX 디자이너는 사용자 경험을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편하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만드는 일을 한다.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 국한하지 않고, 공간의 동선이나 분위기를 바꿔 사용자의 편의를 개선하는 일이 모두 UX 디자이너의 업무에 포함된다. 단순하게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용자들이 사용하기 쉽고 편리한 디자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UX 디자이너의 최종 목표는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은 것과 회사가 얻고 싶은 것의 교차점을 조율하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비용 내에서 최선의 솔루션을 찾고, 구체화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UX 디자이너가 되려면?

디자인 기획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 코딩, 프로토타이핑 등 UX 디자이너의 업무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건축학, 철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전공과 결합할 수 있지만 시각디자인을 배워두면 큰 도움이 된다. 석사 과정으로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학과가 있다. 논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연봉 및 처우

그래픽디자이너보다 평균적으로 연봉이 높다. 스타트업의 경우 초봉은 약 3000만 원 정도, 일반 기업은 약 3000~4000만 원 수준이다. UX 디자이너 개인의 역량에 따라 연봉 폭이 크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특화된 무기를 갖춘 UX 디자이너는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한다.
  • 2020년 06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