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

‘고양이 집사 농부’ 문현진 꼼냥 대표

세상 모든 고양이가 ‘고로롱’거리는 그날까지

글·사진 : 서경리 기자

고양이가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가 있다. ‘고로롱고로롱’. 봄볕 쏟아지는 창가, 고양이가 누워 고로롱거리고 있다면, 그건 분명 기분이 좋다는 표현이다. 국내산 캣닙(Catnip)으로 고양이를 위한 상품을 만드는 농업회사법인 ‘꼼냥’의 ‘고로롱’은 이름처럼 반려묘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브랜드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캣맘’으로 시작해 열한 마리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가 된 청년 농부 문현진. 그는 고양이들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캣닙을 직접 재배하고 연구해 캣닙 제품을 만들고 있다.

“‘개박하’라고도 불리는 캣닙은 줄기와 잎, 꽃에 네페탈락톤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요. 고양이의 페로몬과 유사한 성분으로, 코 점막에 닿으면 뇌를 자극해 고양이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허브의 일종인 캣닙은 고양이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고양이가 활동하는 영역이나 장난감에 캣닙을 뿌려주면 운동량이 늘어나서 비만을 막을 수 있으며, 자칫 예민해질 수 있는 낯선 환경에서도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 또 식욕이 떨어진 고양이에게는 사료에 뿌려 식욕을 돋우며, 물에 뿌려 음수량을 늘리기도 한다. 반려묘의 건강을 지키는 데 탁월한, 똑똑한 식물이다.

다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캣닙은 출처와 성분을 알 길이 없다. 게다가 거칠게 갈린 캣닙 가루 날림으로 인한 호흡기 질병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현진 꼼냥 대표는 직접 유기농으로 국산 캣닙을 키우고 있다. 캣닙 스프레이와 모래 탈취 파우더, 캣닙차 등이 그가 만든 상품이다.


길고양이가 ‘간택’한 ‘집사 농부’


봄날 한적한 시골, 양지바른 들녘 어디에서나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를 볼 수 있다. 문현진 대표가 사는 안성 공도읍에도 널리고 널린 게 길고양이다. 문 대표는 어미가 버리고 간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하며 처음 고양이를 마주했다. 눈곱도 잔뜩 끼고 골골대던 녀석이었는데, 항생제를 먹이고 병원을 오가며 극진히 돌봤지만 20여 일 만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도시에 살 땐 동물을 무서워했는데, 시골 와서 고양이를 키우며 마음을 열었어요. 잘 때 옆에 와서 자고, 요리하러 주방에 들어가면 쪼르르 와서 밑에 앉아 있고, 다녀오면 마중 나오고. 고양이를 떠나보내고 상실감이 깊었어요. 몇 날 며칠을 울었죠.”

떠나보낸 고양이를 그리워하던 문 대표의 시선은 길고양이에게로 향했다. 농장 앞에 사료를 놓아두고, 키우던 고양이가 썼던 장난감 등을 내놓았다. 문 대표의 손길에 길고양이가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루는 임신한 고양이가 와서 창고 안에 새끼를 낳았는데 그 수가 점점 늘어 열한 마리가 됐다. 그의 말마따나 고양이에게 ‘집사’로 ‘간택’받은 거다. 자연스레 그의 관심도 고양이를 위한 먹거리나 환경에 쏠렸다.


6개월 만에 삼성전자 퇴사해 귀농


문 대표가 캣닙을 키우기 시작한 건 2017년 겨울, 부모가 운영하는 안성의 농장에서다. 대학에서 인테리어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삼성전자에 취직해 도면 만드는 일을 하다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일에 지쳐 6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뒀다. 부모의 농장에 머물며 텃밭을 가꾸다 귀농을 생각하게 됐다.

“텃밭에도 사계절이 있어요. 겨울에는 양파나 마늘을 심고, 여름에는 블루베리를 키우죠. 텃밭에서는 온전히 우리가 먹기 위한 작물을 키워요. 내가 직접 기른 식물을 수확해 먹는 즐거움이 있죠. 텃밭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여기서 새로운 걸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문 대표의 부모는 경기도 화성에서 살다 10여 년 전 귀농했다. 6000여 평(19,800m2) 농장에서 대규모로 쌈채소나 잎채소를 키우는데, 아버지가 식물을 잘 키우는 데다 어머니는 손이 빠르고 깔끔해 출하한 상품들이 높은 가격에 팔렸다. 문 대표는 부모를 따라 2015년 귀농했고, 지금은 28동의 비닐하우스 중 한 동(660m2)을 맡아 캣닙을 기르고 있다.

“열한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며 자연스럽게 캣닙을 접하게 됐어요. 고양이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으로 ‘내가 한번 키워볼까?’ 해서 캣닙을 처음 심게 됐죠. 시중에서 파는 캣닙을 사다 키워봤는데, 남들은 다 죽인다는데 제 텃밭에선 잘 자라더라고요.”

캣닙은 종묘상들에게도 생소한 작물이었다. 종자를 구하는 데도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문 대표는 300g의 종자를 30만 원에 사와 모판에 심어 발아시킨 후 밭에 옮겨 심었다. 캣닙은 상추나 근대처럼 다년생 식물이다. 잎을 따면 그 자리에 새로운 잎이 자란다. 이종을 하고 25일쯤 지나면 수확이 가능할 만큼 자라는데, 발아율이 낮아 뿌리내리기까지가 쉽지 않았다.

“캣닙은 발아율이 50% 정도예요. 씨를 넉넉하게 심어서 키워냈죠. 약은 전혀 치지 않았어요. 민달팽이 같은 게 올라와서 풀을 뜯어먹기도 하는데, 맥주를 주변에 뿌려주면 달아나죠.”

겨울에 심은 캣닙은 이듬해 봄이 되니 무성하게 잎이 자랐고, 여름엔 하얀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캣닙의 꽃은 들깨나 참깨처럼 줄기에 무수히 달린다. 향이 짙어 양봉장만큼이나 꿀벌이 몰려들 정도다. 꽃이 진 자리에는 깨알만 한 씨(종자)가 다닥다닥 달린다. 문 대표는 이를 채종해 다시 모판에 심어 키웠다.

캣닙은 직접 키우기 까다로운 식물이라 주로 잎을 따서 말리고 분쇄해 가루 형태로 유통한다. 문 대표는 캣닙을 키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캣닙 가공품 형태로 다양하게 응용하고 있다.

“캣닙은 버릴 게 없어요. 잎이나 줄기는 말려뒀다가 가루로 분쇄해 캣닙 파우더를 만들고, 생잎은 수증기 증류법으로 추출해 천연보존제나 캣닙 오일, 스프레이 형태로 만들 수 있죠. 또 꽃은 말려뒀다가 차로 우려내기도 하고요.”


월평균 수익 700만 원


그는 캣닙 제품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펫 아로마 테라피’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한 경기도농업기술원 경기농업대학 농식품과에 진학해 농식품 가공에 대해서 영양학도 공부했다. 농부이기 이전에 반려인으로서 안전하다는 확신을 갖고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캣닙을 활용한 스프레이부터 가루, 오일, 환, 비누 등 열 가지 형태의 상품을 만들었고, 특허 출원도 마쳤다. 캣닙 스프레이와 파우더는 1년여의 테스트를 마치고 2019년 8월 시장에 내놨다.

고로롱의 제품 중 가장 화제가 된 건 ‘캣닙 꽃차’다. 말린 꽃을 티백에 담은 것인데, 캣닙에 별 반응 없는 고양이들도 꽃잎을 우려낸 물은 좋아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처음에는 스프레이나 파우더를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선물로 주다가 티백에 대한 문의가 늘자 그해 12월 추가로 판매를 시작했다.

고로롱의 캣닙 제품은 스프레이와 가루, 잎차 티백 등 세 가지 상품을 모아 4만 원 패키지로 판매된다. 이 중 1만 원은 고양이 쉼터인 ‘경묘당’에 기부한다. 개별 구매도 가능하다. 지난해 8월부터 판매를 시작해 9월 1100만 원어치를 팔았고, 이후 월평균 7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고로롱 캣닙 상품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2018년 A-startup 마케톤대회에서 우수상,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개최한 농식품창업콘테스트에서 아이디어상,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의 농식품파란창업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곰처럼 느리지만 우직하게


캣닙은 고양이가 직접 음용하는 제품이라 무엇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문 대표는 잔류 농약 부분까지 세심하게 관리했고, 그 덕에 고로롱 캣닙은 잔류 농약 245종에 대해 성분 불검출 검사를 받았다. 검증된 제품으로 반려묘와 반려인을 만족시키겠다는 마음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난관을 만났다.

“사료로 성분 등록을 하려 했는데, 사료로 만들 수 있는 원료 목록에 캣닙이 없어서 등록이 무산됐어요. 법적 절차상 어떻게 할 수 없었죠. 기관에 문의해봤더니 ‘박하’는 있어도 ‘개박하(캣닙)’는 등록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인증기관에서 캣닙을 사료로 인정해주지 않는 거죠. 법에 ‘샌드박스 규제 완화’라는 제도가 있어요. 법의 허점과 불합리한 규제를 해결해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보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죠. 올해는 이 제도를 이용해 검증을 받아 판매하는 게 목표예요.”

농업법인 ‘꼼냥’은 문 대표의 별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의 성인 ‘문’을 뒤집으면 ‘곰’이 되는데, 평소 곰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어려서부터 별명이 ‘곰양’이었다고. 된소리를 넣어 귀엽게 보이도록 ‘꼼’, 뒤에 고양이의 ‘냥’을 붙여 ‘꼼냥’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이름은 밝고 경쾌하지만, ‘우직하게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꼼냥이라는 이름처럼 그는 느릿느릿 우직하게 길을 만들어간다. 속이지 않으면서, 고양이에게는 도움이 되고 사람에게는 해가 되지 않는 삶이 ‘고양이 집사 농부’가 가고자 하는 길이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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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dheksdk   ( 2020-06-04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작은 고양이는 이름 붓이는 이름이 무엇인가요???
  이학윤   ( 2020-04-15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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