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취향 (22) 파스타

내 맘대로 고른 파스타 맛집 best 4

© 셔터스톡
파스타만큼 무난한 음식이 있을까. 해산물 못 먹는 사람, 매운 것 못 먹는 사람이라도 ‘파스타 먹으러 가자’는 얘기에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몇 없다. 그래서인지 여럿이 모이면 파스타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돈가스와 수프를 내놓는 경양식집이 차츰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대체한 게 파스타집이다.

‘한국식 파스타’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동창들의 모임 장소로, 데이트 음식점으로 자주 찾다 보니 셰프들은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한국적인 맛’을 만들어냈다. 달걀노른자만 넣는 원래의 까르보나라 대신 생크림과 우유를 듬뿍 넣어 만든 한국식 까르보나라, 아예 얼큰하게 국물을 낸 ‘뚝배기 파스타’ 같은 메뉴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요즘 들어 ‘진짜 파스타’와 ‘한국식 파스타’를 구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회 전반적으로 미식 경험이 풍부해진 때문이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파스타를 직접 먹어본 사람들부터, 재료를 준비하고 가공하는 방법까지 통달한 미식가들이 늘어났다. 그렇다 보니 종종 생크림소스 잔뜩 묻힌 한국식 까르보나라는 ‘맛 모르는’ 사람들이 먹는 것으로 취급당하기도 한다.


실제로 요리를 해보면 파스타가 얼마나 다채로운 음식인지 알 수 있다. 기본이 되는 토마토소스만 해도 어떤 토마토를 쓰는지, 어떻게 끓여내는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파스타 면의 종류도 수없이 많고, 직접 만들 때도, 서로 다른 브랜드의 면을 쓸 때도, 삶아내는 시간에 따라서도 모두 맛이 다르다. 그러고 보면 크림소스 범벅인 한국식 파스타는 면과 소스, 재료의 합이 중요한 파스타 본연의 색채와는 좀 거리가 있다. ‘진짜 한국식 파스타’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셰프들이 한국 재료로 한국적인 맛을 내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굳이 우열을 가를 필요는 없다. 친구들 중 가장 먼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친구를 위해 ‘베이비샤워’를 하던 날, 매콤한 소스를 뿌린 바비큐립과 새콤한 함박스테이크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메뉴는 생크림을 묵묵히 끓여 만들어낸 한국식 까르보나라였다. 친구도 ‘예전 맛’이 난다며 크림 범벅 까르보나라만 집어 먹곤 했다. 과외며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용돈을 벌던 학창 시절, 생일처럼 특별한 날 한껏 차려입고 꽃무늬 가득한 레스토랑에서 먹던 그 까르보나라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는 이탈리아 현지에나 있을 법한 정통 파스타 맛집만 꼽아봤지만, 사실 당장 찾아가고 싶은 곳은 15년 전 학교 앞 건물 지하에 있던 어느 파스타집이다.



톡톡
요즘 핫한 김대천 셰프의 맛집
서울 강남구 학동로97길 41 / 02-542-3030

© 네이버블로그_hb0508
주목받는 셰프 중 한 사람인 김대천 셰프의 레스토랑이다. 얼마 전 서울 청담동으로 이전했는데, 전과 다름없는 맛을 더 세련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마냥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아니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트러플파스타의 가격이 3만 원을 넘고, 2020년 2월을 기준으로 런치코스가 6만 5000원, 디너코스가 13만 원이다. 자주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특별한 날 한 곳을 들러야 한다면 톡톡을 고려해보기를 권한다. 〈미슐랭가이드〉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 같은 곳에 이름을 올리는 등 유명세도 그렇지만 요리마다 독특하면서도 조화로운 맛이 있다. 트러플, 다시마, 전복 같은 재료를 잘 활용한다.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온 트러플 면으로 만든 블랙트러플파스타나 완도산 최고급 다시마를 활용했다는 완도켈프파스타를 추천한다.



트라토리아 몰토
상암동 숨은 맛집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332-12 / 02-303-1022

© 네이버블로그_dydals111
방송국과 IT 기업들로 빽빽한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인근, 주택가 골목 사이에 조용히 자리 잡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원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이름을 알렸던 맛집이다. 상암동에 와서도 명성을 유지해 미식가들이 알음알음으로 꾸준히 찾고 있다. 이곳에서는 코스 요리를 시켜도 좋다. 합리적 가격대에 서울 중심가 수준급 레스토랑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요리를 낸다. 와인 리스트도 썩 괜찮아 정찬으로 즐겨도 만족도가 높다. 단품으로 먹는다면 파스타를 종류별로 시켜볼 것을 추천한다. 다양하게 변주해낸 재료가 소스만큼 깊은 면과 어우러져 조화로운 맛을 낸다. 삼치스파게티나 딱새우파스타는 늘 인기 있고, 라구소스로 만든 파스타 종류가 있다면 같이 먹어도 좋다. 소스는 소스대로, 면은 면대로 맛있다. 테이블 수가 많지 않아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몽고네
어란파스타의 진수
서울 강남구 선릉로155길 5 / 02-540-0680

© 네이버블로그_jenniferbeak
원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오래전부터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소문난 파스타 맛집이다. 같은 업장인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갈리나데이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뚜또베네’와 함께 거론되던 곳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분점을 내고 두 곳을 운영하다 신사동으로 아예 자리를 옮겼다. 가격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더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는 평이다. 몽고네의 대표 메뉴는 어란파스타다. 몽고네의 선배 격인 ‘그라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던 메뉴로, 자칫 비린 맛이 날 수 있는 어란의 감칠맛이 제격이다. 봉골레파스타도 대표 메뉴다. 삶을 때부터 제철 조개의 짭짤한 맛을 잘 살려 이탈리아산 최고급 면과 어우러지는 맛이 좋다. 최근에는 노쇼(no-show) 고객을 방지하기 위해 예약금을 받는다. 예약금만 15만 원으로 적지 않지만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즉시 환불된다.



카밀로라자네리아
라자냐의 지존, 가성비도 갑!
서울 마포구 동교로12길 41 / 02-332-8622

© 네이버블로그_norah222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라자냐가 주 메뉴인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오픈 3년째, 젊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는 곳으로 식사 시간 때면 기다려야 한다. 한두 시간 대기하는 일도 예사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이유는 캐주얼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이만한 퀄리티의 라자냐를 맛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라자냐의 기본이 되는 라구소스는 들이는 시간과 정성만큼 맛있어지는 소스로, 지나치면 진득하거나 느끼해질 수 있고, 모자라면 텁텁하게 가벼울 수 있다. 직접 만들어낸 라자냐 면을 쌓아 올린 카밀로의 라자냐는 웬만한 미슐랭 맛집 못지않다. 얼마 전에는 인근에 자매 레스토랑인 ‘첸토페르첸토’를 열었다. 이탈리아식 스튜를 제공하는 이곳은 카밀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 2020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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