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topp

아리스타르코스(Aristarchos of Samos, B.C. 310~B.C. 230)

코페르니쿠스보다 1800년 앞서 지동설을 주장한 과학자

공부하고 싶은 사람만 보는 인물 과학사
인류의 과학 문명을 만든 과학자들의 발상과 과학 원리를 공부하는 곳입니다.
논문처럼 어렵지는 않지만 아주 쉽게 술술 읽히는 글도 아닙니다.
시간이 있고 걱정거리가 없을 때 천천히 읽으면 좋습니다.
그림 : 신로아
지구를 우주의 중심으로 보는 지구중심설(천동설)은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등이 주장하고, 2세기 무렵 프톨레마이오스(Ptolemæus)가 정교한 이론으로 발전시키며 진리처럼 여겨져왔다. 그러다 16세기 중반 폴란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Copernicus)가 지구중심설(천동설)을 부인하고 태양중심설(지동설)을 주장하면서 세계의 우주관이 뒤집히는 일대 전환이 시작됐다. 코페르니쿠스의 생각은 그보다 1800년이나 앞서 태어난 아리스타르코스의 태양중심설(Heliocentric Hypothesis)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리스타르코스는 에게해 동부에 위치한 그리스 섬 사모스(Samos) 출신이다. 사모스는 기원전 6세기 무렵 《이솝 우화》의 저자 이솝(Aesop)이 살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학자 피타고라스(Pythagoras)와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의 무세이온(Museion)1)에서 일한 것으로 추정되나, 한 편의 논문을 제외하곤 자세한 생애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가 남긴 논문 《태양과 달의 크기와 거리에 대하여(On the Sizes and Distances of the Sun and Moon)》에는 태양중심설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고대인들에게 밤하늘은 현대인들에 비해 훨씬 친숙한 대상이었을 것이다. 고대인들은 전깃불 공해가 없는 까만 하늘에서 환하게 빛나는 별을 밤마다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별을 보며 방향과 위치를 파악하고, 절기와 날짜와 시간 개념을 만들었다. 양을 치는 어린 목동들도 계절에 따라 변하는 별자리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다. 별을 보고 점을 치는 점성학(astrology)이 유행해 심지어는 국가 대사를 결정하거나 의사가 수술 날짜를 잡는 데도 별점을 보고 정하곤 했다.

점성학은 17세기까지도 대학에서 가르치는 중요한 학문이었다. 그러나 17세기 뉴턴(Isaac Newton)의 등장 이후 수학적 증명이 중요해지면서 점성학은 천문학(astronomy)의 형태로 발전하게 됐다.

천문학에서 별의 위치를 나타내는 기본적인 방법은 각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우주의 모양을 구형으로 간주하면 360°가 최대 각도이다. 그렇지만 관측을 위해 들판에 나갔을 경우 지평면 위에 보이는 하늘은 반구이므로 180°에 해당하고 이를 180등분하면 1°가 된다. 1°의 크기는 결코 작은 각이 아니어서 달 직경(지름)의 두 배쯤 된다. 그래서 지구에서 본 달의 크기는 0.5° 각도가 되는데, 이를 달의 시직경 또는 각지름이라고 한다. 지구에서 보는 태양의 시직경도 0.5° 정도다. 따라서 태양과 달은 지구에서 볼 때 엇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행성(行星, planet)은 별자리 사이를 방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천체에 붙여진 말이다. 맨눈으로 보이는 행성은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다섯 개가 있다. 행성은 몇 개월 사이에 수십 배 이상 밝아지거나 어두워지기도 하고, 또 태양의 뒤편으로 돌아가 숨어버려서 몇 개월 이상 관측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리스타르코스는 행성의 밝기 변화에 주목했다. 행성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원 궤도를 돌고 있다면 지구와 행성 사이의 거리가 일정하므로 행성들의 밝기도 항상 일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행성들의 밝기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행성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리스타르코스는 달의 모양이 반달일 때 태양-달-지구가 직각삼각형의 꼭짓점 위치에 각각 놓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달과 태양이 이루는 각을 측정해 87°(실제 내각의 크기는 89° 52′)2)라는 값을 얻었다. 그는 삼각형 도형에서 길이의 비를 산출하는 삼각법을 이용해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가 달까지의 거리보다 19배(실제로는 약 390배) 정도 크다는 계산 결과를 이끌어냈다. 지구에서 보는 태양과 달의 겉보기 크기는 비슷하므로 태양이 달보다 19배 크다는 결과도 동시에 얻은 셈이었다.


아리스타르코스는 지구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 상대 비교를 위해 월식을 관찰했다. 월식은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면서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와 어둡게 변하는 현상이다. 아리스타르코스는 보름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와 월식이 진행되는 시간을 측정하고, 이를 이용해 지구의 크기가 달보다 약 2.85배(실제로는 약 3.7배) 클 것으로 추정했다.


태양이 달보다 19배 크고, 지구가 달보다 2.85배 크다면, 태양의 크기는 지구보다 6.6배(실제 태양의 지름은 지구 지름의 109배) 크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아리스타르코스는 지구보다 6.6배나 큰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것은 순리일 수 없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회전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오차가 있기는 했지만, 그의 과학적 사고방식은 올바른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구의 공전을 입증하려면 보다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줘야 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면 지구에 가까운 별들의 시차(視差)가 관측돼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러나 별의 시차는 당시에 관측된 적이 없었다.

시차란, 자신의 코앞 가까이에 손가락 하나를 세운 후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감았다 떴다 하면서 봤을 때 배경에 대해 손가락이 좌우로 크게 움직여 보이는 것과 같은 현상을 말한다. 별까지의 거리가 모두 다르다면, 가까운 별들을 관측했을 때 시차가 나타나야 마땅했다.


그러나 아리스타르코스 이후 2000년이 넘도록 별의 시차 측정에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고정돼 있다는 관념은 오랜 세월 깨지지 않았다. 그러다 성능 좋은 망원경이 개발된 이후, 1838년 독일의 베셀(Friedrich Bessel)이 최초로 별의 시차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백조자리 61번 별의 시차 각이 0.62″(초)임을 알아냈다.


이후 20세기 천문학자들은 지구 공전 궤도 양끝에서 별을 봤을 때 발생하는 각도의 ½을 ‘연주 시차’로 정의하고 별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연주 시차 1″가 되는 별까지의 거리를 1pc(파아섹)라고 하며, 빛의 속력으로 3.26년을 가야 하는 먼 거리에 해당한다.

1) Museion :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 의해 설립된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자 학당으로 기원전 300년경부터 5세기 초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각도의 단위 : 1°(도)는 원을 360등분한 각도, 1′(분)은 1°를 60등분한 각도, 1″(초)는 1′을 60등분한 각도. 1°=60′=3600″
  •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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