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통의 보통 사람들 #3

딱 한 번 가족여행을 다녀온 택시 기사

글 : 김보통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광명역에 내렸습니다.
일산에 있는 집까지 택시를 타기로 했죠.
서울역에서 내리면 퇴근길 복잡한 시내를 지나쳐야 하니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 택한 선택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새벽녘에 집을 나섰기에 많이 피곤했습니다.

“일산이요.”
택시를 올라타며 말했습니다. 택시 기사는 활짝 웃으며 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퇴근할 수 있겠네요.”
그 웃음을 보자니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가시는 길에 저랑 이야기 좀 나누시죠.”
그 말에 택시 기사는 “좋지요” 하고 출발했습니다.



요즘은 손님들이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섭섭하진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말을 심하게 거는 기사들이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타다’ 같은 서비스가 잘나간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는 기사들을 교육시킨다고 합니다.
손님에게 말 걸지 말라고. 말 안 거는 거야 뭐 택시 기사들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냥 조용히 운전만 하면 되니 뭐가 어렵겠습니까. 그런 생각은 합니다.
자율 주행 자동차들이 더 발전하면 지금 타다가 택시를 위협하듯,
인공지능이 타다의 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요. 시대의 흐름이라면 흐름이겠지요.
하지만 조금 섭섭합니다.
입 다물고 하루 종일 운전을 하고 있노라면 ‘나는 도대체 뭔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30년간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젊을 때부터 20년 동안 운전하며 모은 돈과 개인 면허를 팔아 가게를 차릴 생각이었죠.
잘나간다는 프랜차이즈 창업 설명회를 들으러 강남을 여러 번 오간 끝에
가장 전망 있는 브랜드를 골라 목 좋은 자리에 가게를 차렸습니다.
정확히 1년 걸렸죠. 20년간 모은 돈을 다 날려버리기까지요.
하지만 쉴 수가 있나요. 다시 회사 택시로 돌아와 지금까지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욕심 없습니다. 새로 사업을 시작할 마음은 물론이고 개인택시도 생각이 없습니다.
회사 택시는 할당만 채우면 기본 월급을 주니 훨씬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어 좋습니다.
손님처럼 장거리 뛰어주는 손님이 있으면 이 길로 퇴근이라 금상첨화입니다.
집에 가서 가족들과 밥도 먹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으니 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특별히 후회하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나 하는 것뿐입니다.
어차피 이렇게 운전대 앞에서 늙어갈 것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돈 벌려고 기를 쓰는 대신 아내와 함께 조금이라도 더 놀러 다녔을 텐데.
그랬다면 추억이라도 많았을 텐데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딱 한 번, 아이들 어릴 적에 개인택시를 몰고 다 같이 동해 바다에 놀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반나절 만에 바다에 도착해 7번 국도를 따라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자
연신 멀미를 하던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 외쳤습니다.
“우와! 아빠 택시가 바다로 달려가고 있어!”
당시는 몰랐습니다. 그때의 그 표정이, 그 웃음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영원히 잊히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을요.

매일 운전하며 생각합니다. 지금 나는 사랑하는 아이들과 바다로 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하는 게 즐겁습니다.
  •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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