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취향 (19) 수제 케이크

내 맘대로 고른 수제 케이크 맛집 best 4

© 셔터스톡
요즘은 뜸해졌지만 한동안 밀가루 반죽을 만지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한 달에 서너 번, 틈날 때마다 베이킹클래스를 찾아다니며 제과 제빵 기술을 배우고, 열 권은 넘는 책을 일일이 밑줄 쳐 읽어가며 오븐을 작동하곤 했다.

베이킹을 직접 해보면 안다. 케이크나 빵을 직접 만드는 건 생각보다 더 복잡한 공정을 거쳐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임을. 평범해 보이는 딸기생크림케이크를 만든다고 해보자. 적절한 배합의 반죽을, 적당한 시간 동안 구워내, 볼륨이 꺼지지 않는 제누와즈 시트를 만드는 것부터 문제다. 잘 섞어낸 상티크림을 사이사이에 바르고, 케이크의 외관을 잡는 아이싱 작업도 흐트러지지 않게 해내야 한다. 생크림을 모양 좋게 발라내는 아이싱 작업은 여러 번 연습해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매번 긴장한다.

재료 고르기도 까다롭다. 업장에서 판매를 위해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버터 조금, 아몬드가루 조금, 바닐라빈 몇 가닥 사다 보면 금세 예산을 초과한다. 조금 더 맛있다는 버터, 유지방이 풍부한 생크림을 쓰다 보면 차라리 ‘사서 먹는 게 더 싸고 편하다’는 한숨 섞인 자조가 저절로 새어 나온다.

그런데도 굳이 몇 시간을 투자해, 몇 만 원씩 들여가며 어설픈 케이크 하나를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마 결혼 후 남편의 첫 생일을 위해 만든 얼그레이무스케이크가 시작인 것 같다. 빠르고 섬세하게 모양을 만들어내야 하는 생크림케이크는 내 둔한 손놀림으로는 자신 없어서, 틀에 맞춰 굳혀도 되는 무스케이크를 골랐다. 찻잎의 향과 화이트초콜릿무스의 달달한 맛이 조화롭게 섞여 보기에도, 맛으로도 그럴듯한 케이크가 완성됐다. 남편과 둘이서 초를 꽂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한 조각씩 나눠 먹는데, 그렇게 맛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그처럼 맛있는 얼그레이무스케이크는 없었다.

실제로 만들면 그렇다. 실패를 거듭하다 드디어 찾아낸 치즈케이크 레시피는 손으로 써서 너덜너덜한 채로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다시는 안 만들겠다고 선언한 독일의 크리스마스 디저트 슈톨렌도 그렇다. 다시 또 만들었다가 다 먹지도 못 해 주변에 두고두고 선물했다. 요즘은 베이킹에 흥미가 다소 떨어져 오븐을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피자 도우나 햄버거 빵은 직접 만든다.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라도 내가 직접 만드는 것만큼 입맛에 맞기란 쉽지 않다.

직접 만드는 이유는 ‘내 입맛’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거나 다 잘 먹는 사람에게도 ‘입맛’은 있기 마련인데, 그걸 가장 잘 알고 맞출 수 있는 사람은 ‘나’다. 취미의 끝은 ‘자작(自作)’이라는 요즘 덕후들의 우스갯소리가 빈말이 아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직접 뛰어드는 것, 그게 덕후의 자세다.



비스테까
요리보다 디저트로 유명, 티라미수의 정석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49 / 02-792-7746


비스테까는 예나 지금이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디저트 메뉴인 티라미수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지금은 ‘비스테까=티라미수’라는 공식이 생겨 백화점이나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비스테까는 본업(本業)인 이탈리아 음식으로도 찾아볼 만한 곳이다. 특히 창가에 앉으면 남산 자락의 정경이 맛을 돋운다. 티라미수는 에스프레소 시럽을 잔뜩 적신 케이크 시트와 달콤한 마스카르포네치즈를 얹어 코코아파우더를 뿌린 이탈리안 디저트다. 물 같은 시럽에 푹 적셔내기 때문에 어떤 시트를 만드는지가 케이크의 식감을 좌우한다. 티라미수 맛의 핵심은 마스카르포네치즈에 있다. 마스카르포네치즈만 쓰면 느끼하기 쉬워 생크림과 크림치즈를 종종 섞어 쓴다. 비스테까의 티라미수는 마스카르포네치즈, 크림치즈, 생크림이 잘 어우러진 맛이 난다. 달달하지만 느끼하지 않다.



세시셀라
당근케이크의 처음과 끝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0-4 / 02-3448-7100


한때 당근케이크 ‘붐’이 일었다. 요즘 디저트 가게마다 마카롱을 팔듯 한때는 가게마다 당근케이크를 판 적이 있다. 만들기 어렵지 않으면서 곧잘 맛을 낼 수 있는 메뉴라는 게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아주 맛있는 당근케이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당근과 견과류를 듬뿍 넣는다고 해서 시트가 촉촉해지는 것도 아니고, 크림치즈 프로스팅을 적당히 만들어내면 새콤하지도 달달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맛을 내기 쉽다. 푸석푸석한 시트의 시나몬 향만 강한 당근케이크를 먹고 나면 얼굴이 찌푸려질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을 위해, 혹은 당근케이크를 처음 맛보는 사람을 위해 세시셀라의 당근케이크를 추천한다. 주변의 ‘당케’(당근케이크의 준말) 좀 먹어봤다는 사람들도 돌고 돌아 결국 세시셀라로 온다. 시트는 촉촉한데 묵직하다. 쫀쫀한 식감까지 느껴지는데 견과류와 당근의 비율이 적절해 씹는 맛도 있다. 도산공원과 한남동, 경기도 판교에 분점이 있다.



C27
꾸덕꾸덕한 치즈케이크의 꿈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5길 39 / 02-544-1527


본점은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10여 곳에 지점이 있다. 가게 이름 ‘C27’은 27가지 맛의 치즈케이크를 선보이겠다는 뜻인데, 매장에 들어서면 족히 20종은 넘는 치즈케이크가 진열돼 있다. 가격이 비싼 것이 흠. 케이크 한 조각에 9000원에 육박하는데, 곁들여 마실 커피도 6000원대이니 커피 두 잔에 케이크 한 조각을 시키면 2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C27을 찾는 이유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꾸덕한’ 맛 때문이다. 진득하게 묵직한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딱이다. 치즈케이크는 크림치즈에 달걀, 설탕 등을 넣어 반죽 형태로 만들어 구워내는데 크림치즈를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하다. 이곳은 ‘이것이 치즈다’라는 느낌으로 진한 맛을 낸다. 시트는 얇고 바삭해 온통 치즈 맛이다. 어느 날 할리우드 영화를 보다가 포크로 잘라내기 어려울 정도로 진한 치즈케이크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바닐라클라우드
세상에 이런 케이크가!
서울 강남구 선릉로132길 28 / 02-515-3422


자신만의 방식으로 맛을 키워나가는 케이크 맛집이다. 다른 디저트 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메뉴가 많다. ‘청유케이크’는 밀가루 대신 쌀가루와 콩가루를 사용한 시폰케이크다. 부드러운 갈색 시폰 위에 올린 푸른색 크림은 쑥으로 만들었다. 케이크의 단맛보다 고소하고 은은한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고원케이크’는 보기에도 예쁘다. 붉은색, 노란색 층층이 얹은 다양한 색의 제누와즈는 단호박, 팥, 고구마를 섞은 것이다. 한국 특유의 고소한 단맛이다. 인기 메뉴 중 하나인 ‘기네스쇼콜라’는 진한 아이리시 버터크림이 더 진한 초콜릿 시트와 어우러진 케이크다. 초콜릿과 아이리시의 향이 진하게 배어 나오는데, 왜 맥주 이름인 ‘기네스’를 붙였는지 알 만하다. 수시로 새로운 메뉴가 등장한다. 지하철역에서는 가깝지만, 조용한 골목길에 있고 자리가 협소하다.
  •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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