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의 책갈피 (18)

김호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원하는 답을 얻는 질문법

글 : 최인아 

영화 개봉 후 일주일이면 흥행 여부가 결판난다고 한다. 그만큼 반응이 빠르다. 반면 책은 아날로그의 대표 주자답게 독자 반응이 느릴 거라 다들 생각한다. 책방을 하기 전까지는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아니었다. 4차 산업혁명은 책의 호흡도 빠르게 바꿔놓는지 진열대의 책은 자주, 빨리 바뀐다. 진열대 앞쪽에 놓인 책들은 그 즈음 우리 사회의 관심사와 화두를 보여준다. 얼마 전부터는 ‘질문’에 대한 책이 앞쪽에 놓이기 시작했다.

질문이 관심을 받게 된 데는 더 이상 이전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배경이 있다. 종교학자 배철현 교수는 자신의 책 《신의 위대한 질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문지방을 건너는 데 필요한 것이 질문이라고. 그러니까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시대상의 빠른 변화가 아니더라도 원래 길을 찾는 데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질문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특히 우리나라처럼 이념, 젠더, 계층, 세대로 점점 더 첨예하게 갈라지고 골이 깊어지는 사회일수록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은 질문의 역할이 크다. 이 책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를 고른 이유다. 글로벌 홍보 대행사 에델만코리아 사장을 지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의 책이다.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경쟁사 브랜드를 사용하는 고객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신은 첫 질문으로 어떤 걸 던지겠는가? 대개는 “왜 그 브랜드를 쓰시나요?”라고 물을 것이다. 그렇게 물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 질문을 듣는 순간, 고객은 경쟁 브랜드의 장점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되므로 자사 제품으로 갈아타기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물어야 할까? 저자는 “고객님, 그 브랜드를 쓰면서 조금이라도 아쉬웠던 점은 없으셨나요?”라고 물으라고 한다. 고객의 아쉬움과 내가 팔고자 하는 브랜드의 장점을 연결하는 질문이다.


중요한 면접, 답변 대신 질문 준비를

이런 상황도 있다. 중요한 면접 상황. 누구나 면접을 앞두고 준비한다. 이를 위해 수십만 원씩 쓰며 학원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저자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질문을 던져보라고. 피면접자가 면접관에게 질문을 한다고? 그렇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면접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의 어떤 점 때문에 서류 심사를 합격시키고 면접 기회를 주시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같은.

나도 신입과 경력 사원 면접을 수십 번 해봤지만 만약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 후보에게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관심을 끈다는 게 얼마나 큰 것인지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수십 대 일의 경쟁 상황인 만큼 우선 눈에 띄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면접관들은 질문을 받았으니 답을 해야 한다. 답을 하려면 그 질문자의 장점을 찾아보게 된다. 출발선이 달라진다. 집단 면접에선 힘들 수도 있지만 일대일 면접이라면 활용해보길. 질문엔 힘이 있다.

이런 적도 있다. 먼저 회사에서 부사장으로 일할 당시, 입사 몇 달 안 된 경력 사원이 찾아왔다. 열심히 하는데도 적응하기 너무 힘들고 평판도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였다. 내가 어떻게 ‘답’했을 것 같은지. 아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했다. ‘일이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 또 본인 생각은 무엇인가?’라고. 그는 머뭇거릴 뿐 속 시원히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먼저 생각을 정리해보라고 했다. 올라오는 생각을 노트에 모두 써보라고 했다. 며칠이 걸려도 상관없으니 다 쓰면 노트를 갖고 다시 오라고. 일주일쯤 지났을까. 그가 노트를 내밀며 말했다. “쓰다 보니 생각이 정리됐고, 내가 더 해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졌어요”라고. 나는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보기 위해 써보라 한 게 아니었다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먼저라 그런 질문을 던지고 정리해보라고 한 거였다고 말이다. 질문엔 이런 힘도 있다!


10년 후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면?

지금까지 질문의 힘에 대해 말했지만, 책에는 질문을 디자인하는 방법도 나와 있고, 김호 대표가 애용하는 질문 사전도 공개돼 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팁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될 때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도 담겨 있다. 그는 대구의 한 교수에게서 받은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성서의 시편 90편 12절이다. 그는 감동받은 이 구절을 질문으로 바꿔 되묻는다. ‘10년 후 지금의 나를 본다면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라는. 나도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한 달만 지나도 기억하지 못할 일을 가지고 마음을 끓이고 있는 건 아닌지, 점점 더 돈보다 시간이 귀해지는데 그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라고.

마침 연말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을 내다봐야 할 시간. 당신은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질문이 길도 마음도 열어준다.

글쓴이 최인아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최인아책방’의 대표로, ‘책방마님’으로 불립니다.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최근엔 ‘혼자의 서재’를 열어 ‘혼자력’과 ‘사색력’을 모색하고 전파합니다.
  •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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