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통의 보통 사람들 #2

이마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단발의 고등학생

글 : 김보통 

종종 학교에서 강의 요청을 받습니다.
덕분에 일반 학교는 물론 대안학교와 특목고까지 다양한 곳의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때로 학교 측에 동의를 얻어 학생들과 같이 급식을 먹기도 합니다.
작은 도시의 한 학교로 강의를 갔던 날, 함께 식사를 하는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요즘 학교생활은 어때요?”

이마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학생이 웃으며 답했습니다.

“재미없는 게임 같아요.”



평범한 부모님과 평범하게 살고 있어요. 특별히 슬프거나, 괴로운 일도 없어요.
그런데 왠지 망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게임하다 보면 그럴 때 있잖아요.
아무래도 캐릭터를 잘못 키웠다 싶어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때가.
그런데 그럴 수 없으니까 그냥 사는 거예요. 재미없어도 계속하는 게임처럼.

저희 학교 학생들은 거의 다 수시로 대학을 가요.
대부분은 근처 대학으로 가는데, 더러 서울로 가는 선배들도 있다지만 흔치는 않아요.
친구들도 저도 알아요. 어느 날 정신 차리고 공부한다고 갈 수 있는 대학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에 가려면 훨씬 예전부터 많은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애당초 일반 고등학교에 들어온 시점부터 실패한 셈이죠.

서울에 살았다면, 돈이 많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면, 그래서 더 최신 입시 정보를 전해듣고,
착실히 입시 로드맵을 밟을 수 있었다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겠죠.
하지만 태어난 시점에서부터 저랑은 연관 없는 것들이에요.
억울함은 없어요. 분하지도 않아요.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지난번에 담임선생님이 그러셨어요.
그래도 예전처럼 수능 한 방으로 결판나던 때에 비하면 나아진 거라고.
3년 동안 충실히 학업에 열중하면 그 성과에 맞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으니 매일매일을 소중히 하라고.
확실히 수능에 대한 압박은 크지 않아요. 그렇다고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에요.
돌이킬 수 없는 하루가 쌓여 미래가 결정지어진다고 하니 매일이 수능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냥 궁금해요. 어른들은 자기들도 제 나이 때 입시로 힘들었대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까지 있을 정도로 괴로웠다고,
지금은 입시제도가 많이 바뀌어 그때보다 나아지지 않았느냐고 말해요.
하지만 저는 묻고 싶어요. 왜 아직도 어느 대학을 가느냐 마느냐가 이렇게 중요하냐고.
등수대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은 변함이 없는데 어떻게 뽑느냐를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렇게나 싫었다면서 왜 바꾸지 않고 두었냐고.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죠. 하지만 이해하고 싶진 않아요.
아빠는 입버릇처럼 말해요. 어른 돼서 좋은 거 하나도 없다고. 실망의 연속이라고.
그래서 매일 울고 싶다고.
그 모습을 보면 견딜 수 없고 싫어했던 것을 이해해야만 하는 게 어른인가 싶어 안돼 보이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 벌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쌤통이기도 하고요.
  •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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