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취향 (18) 족발

내 맘대로 고른 족발 맛집 best 4

© 셔터스톡
아파트 상가에 ‘족발집’이 생긴다는 얘기를 듣고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 입주한 지 3년 갓 지난 새 아파트 상가에 족발집이라니. 푸릇한 화분을 깔아놓은 카페와 귀엽게 그린 간판 아래 아기 이유식을 파는 매장을 옆에 두고 들어설 족발집이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웠다.

기억 속의 족발집이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배달 전문점이었다.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배달 전단지 뭉치에서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장충동’이며 ‘할머니’ 족발집 중 대강 한 군데 찍어 전화를 하면 따끈한 고기 더미를 가져다주는 ‘어디엔가 있는 집’이었다. 족발집의 위치를 일부러 찾아가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성인이 돼서 서울에 올라와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실체를 가진 족발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 서울 중구 장충동에 진짜 ‘장충동 족발’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촌놈’ 취급을 받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족발 골목에서는 맛보다 분위기에 취해 몇 번이나 밤을 새우기도 했다. 맛있다는 족발집을 꼽아 투어를 한 적도 있다.

한동안은 족발집 한 곳에 푹 빠져 지냈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의 만족오향족발. 원래 유명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입소문을 타고 프랜차이즈화되는 곳이다. 집에서 뒹굴거리다 갑자기 족발이 먹고 싶어 트레이닝복을 입고 남편과 찾아갔던 날,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 겨우 좁은 좌석 한 칸을 얻었다. 두 사람이니 ‘중(中)자면 되겠지’ 싶어 허겁지겁 먹다가 부족해서, 같은 사이즈, 같은 가격의 족발을 한 접시 더 시켜놓고는 허탈하게 웃은 기억이 있다.

언젠가부터 낡은 시장 통로나 어느 골목 깊숙이 숨어 있던 족발집이 대로변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 생기는 족발집들은 개성 있는 인테리어에 새로운 메뉴를 갖추고 있었다. 아파트 상가에 새로 생긴 족발집도 마찬가지였다. 널찍한 매장에는 세련된 가구들이 자리 잡았다. 가게 나름의 레시피로 만들어낸 족발과 다양한 주류 메뉴 덕분에 동네 주민들이 가볍게 밤마실을 즐길 만한 핫플레이스가 됐다.

족발집에 대한 인상의 변화는 한국 외식업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족발은 원래 전쟁통에 생긴 서민 음식이었다. 장충동 족발이 유명해진 이유도 그렇다. 한국전쟁 당시 장충동 일대에 피란민이 몰려들어 돼지고기를 먹고 남은 다리를 삶아 먹던 것이 족발의 원형이다. 중국식의 진한 향신료가 빠지고 지금의 간장 기본의 달달한 족발이 완성된 것은 30년 전쯤이다.

그런데 이 족발에도 ‘취향’이 곁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냥 간장물에 풍덩 넣고 삶아 내는 돼지 부속 요리가 아니라, 나름의 레시피를 갖고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족발집이 생겨났다. 마늘을 끼얹고 튀겨져 나오는 족발도 탄생했다.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외식용 족발에 ‘핫하다’는 표현을 붙이는 이유다.

‘덕후의 취향’에서는 취향을 타지 않는 족발 맛집 네 군데를 꼽아보겠지만, 여유가 된다면 얼마든지 모험을 해봐도 좋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맛을 낸 족발집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본가서대문족발
외국인도 거부감 없는 무난한 맛!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6안길 54 / 02-312-5580


생긴 지 35년이 넘은 이 집의 족발은 ‘가장 기본에 가까운 맛’이다. 정갈하게 썰어져 나오는 족발에는 잡내가 전혀 없고, 살코기도 매우 부드러워 입에 넣으면 녹을 듯한 식감이다. 몇몇 외국어 가이드북에도 실려 외국인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그만큼 족발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도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는 무난한 맛이다. 단맛이 덜해 단백하고 쫄깃하지만 질기지는 않다. 기본 반찬이 많지는 않은데, 파채나 김치를 족발에 곁들여 먹어도 충분히 잘 어울린다. 이곳의 또 다른 별미는 함께 나오는 수제비다. 무한 리필이 가능한 수제비 국물 때문에 굳이 매장에서 족발을 먹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 가격에 비해 양이 좀 적은 감이 있는데 수제비의 든든함이 이를 채워준다. 인기가 많아 지난해 확장·이전했다. 건물을 통째로 쓰는 것도 모자라 별관도 따로 있는데 그마저도 만석일 때가 종종 있으니 미리 전화해보고 찾아가는 것이 좋다.



뽕나무쟁이
맛있게 매운맛이란 이런 것!
양념족발의 정석

서울 강남구 역삼로65길 31 / 02-558-9279


저녁 시간대에 가려면 일찌감치 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한참 기다릴 수도 있다. 언제 가도 골목 가득 사람들이 서서 기다리는 이곳의 인기 메뉴는 양념족발이다. 기본 족발인 ‘뽕족발’만 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본 족발 맛은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다.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지만 느끼하다는 사람도 꽤 있다. 그러나 양념족발 맛을 보면 인상이 확 달라진다. 한창 매운 족발이 유행할 때, 대개의 매운 족발은 입가를 화끈하게 해 눈물 날 정도로 매웠다. 그래서 매운 족발을 먹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뽕나무쟁이의 양념족발은 다르다. 매콤하지만 아플 정도의 매운맛은 아니다. 달짝지근하면서 칼칼한 매운맛은 중독성이 있어 계속 젓가락질을 부른다. 분점을 늘리는 중이어서 꼭 본점에서만 먹지 않아도 된다.



화곡영양족발
시장통 안에 있는 족발집 최강자
서울 강서구 초록마을로2길 48 / 02-2699-7914


옛날 족발집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화곡본동 시장 한복판에 있는 화곡영양족발집은 한정된 수량만 팔기 때문에 늦게 가면 못 먹을 수도 있다. 헛걸음치는 손님이 많아서인지 요즘은 전화 예약도 받는다. 포장해 가는 사람도 많지만 매장에서 먹고 가는 사람도 많다. 함께 나오는 순대와 순댓국 맛이 별미이기 때문이다. 족발은 깨가 듬뿍 뿌려져 나오며, 잡내도 느껴지지 않는다. 육수 맛이 배어 있지만 과하지 않아 누구나 맛있게 먹을 만하다. 살코기는 기름기가 없는데도 부드럽고 팍팍하지 않다. 식감은 쫄깃하고, 껍질은 짠맛이 감돌지만 괜찮다. 여러 맛이 조화로워 느끼하거나 물리지 않는다. 포장해 가면 좀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순대와 순댓국 값이 빠진 셈이다. 시장 안에 있어서 낮부터 손님이 많다.



허브족발
비빔냉면도 일품, 서울의 4대 족발집으로 허하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48길 6 / 02-2633-4339


‘당산 허브족발’ 하면 족발 좀 먹어본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서울에는 ‘부동의 맛집’으로 꼽히는 족발집이 몇 곳 있다. 서울 강남구 양재동의 영동족발, 성동구 성수동의 성수족발, 중구 태평로2가의 만족오향족발이다. 이 반열에 당산 허브족발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족발을 시키면 무조건 비빔냉면이 나온다. 육수가 자작하게 담긴 비빔냉면 때문에 허브족발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새콤매콤한 맛이 중독적이다. 원하는 만큼 더 주다 보니 냉면으로 배를 채우는 사람들도 있다. 족발은 과한 맛이 없다. 껍질은 단맛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대신 잡내가 없고, 살코기는 매우 부드럽다.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부드러워 두루 만족할 만하다. 매콤족발도 적당한 맵기라 인기다. 본관 옆에 별관도 있지만 저녁에 가면 기다릴 수도 있다.
  •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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