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topp

시시한 노력이라도 하기로 했다

글 : 김희성 에디터  / 그림 : 김밀리 

질풍노도의 30대입니다만
즐겁지 않은 날보다 즐거운 날이 더 많은 긍정형 인간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삶이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해 비로소 ‘나’에게 관심을 갖게 된 30대의 에디터. 퇴근 후에는 요가와 글쓰기를 하며 사색하지만 실은 누워서 빈둥거리다 알람도 못 맞추고 잠드는 날이 더 많다.
미셸 오바마가 엘렌 쇼에 출연해 팔 굽혀 펴기 대결을 펼친 영상을 보게 됐다. 당시 미셸 오바마는 미국 내 소아비만 문제 해결을 위한 ‘렛츠 무브(Let’s move)’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었고, 엘렌과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한다는 미셸에게 엘렌은 즉석에서 팔 굽혀 펴기 대결을 제안했다. 2012년 당시 쉰을 바라보는 미셸은 팔 굽혀 펴기 25개를 정석에 가까운 자세로 거뜬히 해냈다. 미셸 오바마보다 몇 살 더 많은, 50대의 엘렌도 미셸 오바마와 거의 비슷한 개수를 했다. 엘렌과 미셸의 팔뚝은 너무 아름다웠고, 바로 그때부터 이들을 존경하는 인물 리스트에 올리게 됐다.

돌이켜보면 나는 사회 초년생일 때부터 지치지 않는 열정, 강인한 체력,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여성들을 끊임없이 동경했다. 조금만 뭔가를 해도 잘 지치고 퇴근 후 집에 오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새도 없이 잠들어버리는 나약한 체력이 불만족스러웠다. 도대체 늘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저 여자들의 비밀은 뭐지? 그 비결이 늘 궁금했다. 나는 대부분 피곤했고, 집에서는 온종일 늘어져 있었다. 정말이지 이 저질 체력에서 벗어나게 해줄 명의가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찾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피곤하다 못해 피로에 지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가능한 침대를 벗어나지 않는 것뿐이었다.

미셸과 엘렌의 아름다운 대결을 본 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늘 피곤하다고 하면서 나는 과연 어떤 노력을 했는가?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체력을 키우기 위해 땀을 흘렸나? 내 몸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잘 지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습관은 복리다

미셸 오바마처럼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팔 굽혀 펴기를 거뜬히 해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시시한 노력이라도 시작해야 했다. 대결을 본 날 ‘매일 팔 굽혀 펴기 5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운동을 한 날은 다이어리에 ‘팔 굽혀 펴기 5개’라고 기록했다. 누군가에겐 습관 메모를 하는 것이 동기 부여가 된다고 하지만, 초등학교 방학숙제 이후로 일기를 쓰지 않는 나에겐 그 방법이 적절치 않았다. 성취감은커녕 팔 굽혀 펴기를 하고 기록해야 된다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어느샌가 그 결심도 까마득히 잊혀갔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떠올랐다. 출퇴근만으로도 방전이 돼 자책하던 날이었다. 미셸 오바마의 팔뚝이 갑자기 눈앞에 그려졌다. ‘하루에 팔 굽혀 펴기 5개도 안 하는데 자괴감을 느낄 명분도 없다’, 도전은 그렇게 다시 시작됐다. 실패를 교훈 삼아 습관을 자동화하기로 했다. 흐지부지되지 않게 하려고 매일 정해진 때에 하기로 했다. 매일 아침 씻고 나와 물을 마시며 프로바이오틱스 한 알을 먹는데, 그때 하기로 한 것. 영양제를 꿀꺽 삼키는 순간 팔 굽혀 펴기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덕분에 이번에는 3주 이상 하고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매일 1%의 노력이라도 하면 습관은 복리가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라고 말한다. 팔 굽혀 펴기 5개를 이틀 해도 고작 10개다. 하지만 한 달, 6개월, 1년 동안 매일 반복하면 내게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두 팔로 스스로를 단단히 지탱하기 위한 사소한 노력들이 탄생시킬 새로운 버전의 ‘나’. 나는 어제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
  •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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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조양연   ( 2019-10-28 ) 찬성 : 0 반대 : 0
미셸 오바마 여사 U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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