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의 책갈피 (17)

이철승 《불평등의 세대》

왜 민주화 이후 불평등이 심화됐을까?

글 : 최인아 

얼죽아, 꾸안꾸, 비담… 젊은 세대 사이에선 일상어라는 말들이 도무지 헤아려지지 않는다. 검색을 한 후에야 뜻을 알아차린다. 각각 ‘얼어죽어도 아이스’ ‘꾸민 듯 안 꾸민 듯’ ‘비주얼 담당’이라는 뜻이다.

세대마다 다른 언어를 갖기 마련이지만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후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말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대 차가 점점 커진다고 느낀다. 그러다 이달의 추천 책 출판사명 ‘문학과지성사’를 적으며 문득 알았다. ‘문지’와 ‘창비’. 줄임말의 원조가 바로 ‘문지’와 ‘창비(창작과비평사)’였구나. 그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에서 올여름 문제작을 냈다. 이철승의 《불평등의 세대》.

《반일 종족주의》만큼은 아니지만 올해 나온 책 가운데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책이다. 인용도, 비판도 많다. 우리 사회의 뇌관인 불평등을 정조준하고, 게다가 불평등을 촉발한 원인으로 386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여기까지 듣고 ‘젊은 나와는 상관없네’ 하며 고개를 돌리면 안 된다. 오히려 ‘우리 얘기네’라며 바싹 귀를 기울여야 한다. 책은 2030의 부모 세대인 386을 다루지만 저자의 눈은 젊은 세대를 향하고 있다.

여러 번 말했듯, 나는 책이란 하나의 질문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저자에게 한 질문이 생기면, 그 질문을 붙들고 천착한다. 그 끝에 어떤 가설에 도달하고 검증한다. 그것을 담은 것이 책이다. 그러니까 책이란 어떤 질문에 대해 저자가 찾은 답이다. 따라서 책을 잘 읽는 방법 중 하나는 저자가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고 그 질문에 저자가 내놓은 답을 파악한 후 자신은 그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래야 독서가 그저 지식으로 끝나지 않고 내 안으로 들어와 생각을 이룬다.


‘세대’라는 렌즈로 들여다보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87년 이후 우리 사회는 민주화됐는데, 불평등은 왜 날로 커지는가?’ ‘왜 점점 헬조선이 되어가는가?’ 저자 이철승 교수는 ‘세대’를 렌즈 삼아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다. 그의 렌즈가 불평등의 실상을 포착한다. 불평등을 낳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위계는 세대와 결합돼 있음을. 그중에서도 386세대와 단단하게 고착돼 있음을.

많은 경우 학자들의 연구는 우리가 경험과 상식으로 짐작하는 것들을 논증하는 작업이다. 이 책이야말로 그렇다. 마침 ‘386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성하던 터였다. 우리 사회에 민주화를 가져오는 데는 공헌했으나 30년 세월 동안 그들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마침 그때 이 책이 출간됐고, 386세대의 첫 학번인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386세대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정치권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대학 시절 민주화 투쟁을 통해 사회를 변혁시킨 386의 성공 경험은 그들에게 생각 이상으로 막강한 파워를 안겼다. 우선 그들은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에 목숨 건 저항을 하면서 뜨거운 동지애를 다지며 조직화를 체화했다. 민주화 이후엔 이 능력을 시민사회에서, 노동조직에서 그리고 기업에서 발휘했다. 그들은 단단한 네트워크를 이뤄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그들의 품에 넣었다. 역사상 그 어떤 세대보다 부와 권력을 오래도록 움켜쥐고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과 결과를 저자는 100여 장에 가까운 그래프와 도표로 입증하는데, 짐작하는 대로다. 이제 대한민국은 그들의 세상이 된 것이다.


비판과 반론도 많지만

저자는 한국 사회의 경직된 노동 시장에 해법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산업화 세대는 빠른 경제 성장을 일궈 풍성한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386은 그 수혜를 입어 사회 모든 분야의 지배층을 점유하고 있다. 그런데 386은 다음 세대에게 수혜를 물려주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신분제 사회를 거의 만들어놓은 후 자기 자식만을 걱정할 뿐 다음 세대의 미래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한다는 거다. 특정 지위와 신분에 수월하게 진입한 이후, 가진 것을 움켜쥐고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 386 때문에 마땅히 누려야 할 젊은 세대의 몫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왜 민주화 이후 불평등이 심화되었나’에 대한 저자의 답은 바로 이거다. 아울러 더 이상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 경제도 큰 몫을 했고.

이 책엔 비판과 반론이 많이 따른다. 불평등은 자본과 노동의 계급의 문제인데 엉뚱하게 세대 문제에 전가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책을 제대로 읽는다면 이런 반론은 거둬들이리라 믿는다. 또 하나의 반론은 역사상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은 세대가 있었느냐는 반론인데, 이 의견은 깊이 들여다볼 만하다.

이 글을 읽게 될 젊은 세대에게 말하고 싶다. 문제의 해법은 제대로 된 진단에서 시작한다. 나는 이 책이 젊은 세대가 겪고 있는 불평등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물론 책의 말미에 해법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젊은 당사자들이 깊이 천착하면 보다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권한다.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나아지기를, 미래 세대가 지금보다 더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글쓴이 최인아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최인아책방’의 대표로, ‘책방마님’으로 불립니다.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최근엔 ‘혼자의 서재’를 열어 ‘혼자력’과 ‘사색력’을 모색하고 전파합니다.
  •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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