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언니 은열의 회사생활 (17)

월급쟁이는 몸이 재산이다!

글 : 은열 

까칠언니의 한마디
‘몸’을 챙길 것,
녀석의 시위가 시작되기 전!
5년 전쯤 일이다. 사무실 층이 바뀌어 갑작스레 이사를 하게 됐다. 개인 짐을 종이 상자에 넣어 박스 테이프로 밀봉해놓으면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옮겨갈 책상으로 상자를 운반해주는 방식의 이사였다. 이직 1년여 만에 금세 불어난 물건들로 한두 개면 너끈할 줄 알았던 상자 개수가 점점 늘어났다. 근근이 작업을 마친 후 상자들을 옮기기 쉽게 한곳에 모아두려 그중 하나를 무심코 들어 올리는 순간, 사달이 났다.


닥치고 시작된 허리디스크와의 사투

‘두두둑’. 등허리에서 둔중한 효과음이 울리는가 싶더니 찌릿한 고통이 엄청난 강도로 온몸을 휘감았다. 그 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았다. 너무 아파 머리가 띵했고 이내 덜컥 겁이 났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허리디스크였다. 의사는 “이미 증상이 상당히 진행됐으며 통증이 지속되면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당장 수술대에 오를 시간적 여유도, 심적 확신도 없었다. 무엇보다 나이 마흔도 안 돼 디스크 수술이라니…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방치하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했다. 제대로 앉을 수도, 걸을 수도 없는 날이 이어지며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닥치고 디스크와의 사투’가 시작됐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신경외과였다. “수술 없이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말에 택한 건 척추 주사 요법. 하지만 가뜩이나 싫어하는 주사를, 심지어 척추에 맞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주사 자체의 고통도 상당해 어떨 땐 지금 아픈 게 디스크 때문인지 주사 때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도 않았다. 주사 맞을 날이 다가올 때마다 도살장 끌려가는 돼지 심경이 되자 결심이 섰다. ‘이건 아냐!’

다음으로 시도한 방법은 안마 치료였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용하다는 안마사를 찾아갔다. 과연 솜씨가 대단해 한 시간 남짓 그에게서 치료를 받으면 한동안 아픈 걸 잊을 수 있었다. 문제는 시간과 돈이었다. 바쁜 일과를 쪼개어 예약을 잡고 찾아가는 일도, 한 번 치료받을 때마다 나가는 돈도 버거웠다. 안마사의 손길에 몸을 맡긴 나 자신이 한없이 무력하게 느껴진 적도 여러 번이었다.


어느 날, ‘근력 운동 맹신자’가 됐다

피트니스클럽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고른 마지막 카드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그 즈음, “PT(퍼스널 트레이닝)로 디스크 고친 사람이 제법 있다더라”는 얘길 어딘가에서 들은 게 계기가 됐다. ‘그래, 내 몸 움직여 운동하는 건데 뭐 하나라도 남겠지’. 밑져야 본전이란 심정으로 상담을 받고 PT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트레이너는 내 증상을 듣더니 “허리 주변 코어(core) 근육을 단련시킬 필요가 있겠다”며 몇 가지 코스를 설계해줬다. 운동에 별 취미가 없었던 내게 그 코스란 건 죄다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형태여서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힘은 또 왜 그렇게 들던지…. 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묵묵히 따라 하길 두 달여, 거짓말처럼 몸이 제 상태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두두둑’ 사태 이후 처음으로 통증 없이, 한쪽 허리를 붙잡지 않고도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됐을 때의 그 희열이란!

그 이후 난 ‘근력 운동 맹신자’가 됐다. 사실 피트니스클럽을 들락거린 건 그보다 훨씬 오래전이었다. 하지만 내 선택은 언제나 트레드밀, 일명 ‘러닝머신’이었다. 타고난 몸치인 내게 그 밖의 수많은 기구는 그저 그림의 떡이었다. 당최 사용법도 모르겠고 그런 걸 쓰면서 운동하는 내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는 게 어쩐지 창피했다. ‘식스팩 만들 것도 아닌데 뭘 기구 운동까지…’ 싶기도 했다. 완전히 ‘판단 미스’였다.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근력 운동만큼 정직한 게 없다. 요즘도 바쁜 일정을 핑계로 운동을 몇 번 건너뛰면 여지없이 디스크로 고생했던 허리 부위가 뻐근해온다. 아차, 싶어 일주일에 두세 번 땀 흘리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통증이 가라앉는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근육이 붙는 느낌, 오랫동안 혹사당했던 몸을 위해 뭐라도 하나 해준 것 같은 뿌듯함은 덤이다(아, 골골대는 자식을 보며 속상해하셨던 부모님에게 좀 덜 죄송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수 효과다).


운동, 건너뛸 ‘핑계’ 뒤로 숨지 말자

타고난 스포츠맨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회사원에게 운동은 미뤄둔 숙제 같은 존재다. 나 역시 그랬다. 바빠서, 피곤해서, 춥거나 더워서, 비가 와서, 배고파서, 배불러서…. 운동을 건너뛸 핑계는 차고 넘친다. 사람들은 으레 그 핑계 뒤로 숨은 채 중얼거린다. “시간 많은데 다음에 하지, 뭐”. 그런데 내 경험상 시간, 의외로 없다. 또 ‘다음’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게, 당혹스런 방식으로 찾아올 수 있다. 그리고 그땐 십중팔구 이미 늦었다.

40여 년을 샐러리맨으로 살다 퇴직하신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월급쟁이는 몸이 재산이라고, 몸 아프면 다 끝이라고, 그러니 잘 가꾸고 달래며 살아야 한다고. 어릴 땐 그 말의 의미가 온전히 와 닿지 않았다. 그저 빤한 어른들의 잔소리 정도로만 여겼다. 이젠 아니다. 나 역시 20년을 샐러리맨으로 버티며 아버지의 철학을 뼛속까지 이해하게 됐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10년만 더 빨리 깨달았더라면 좀 더 멋지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글쓴이 은열은 신문사에서 일하다 뜻한 바 있어 기업으로 이직했다.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게 글쓰기인 데다 오랜 데스크 생활까지 거쳐 남의 글 들여다보고 고치는 데 이골이 났다.
어쩌면 이 땅 어딘가에 존재할, ‘논스톱 20년 차 직장인’의 내공이 궁금할 이름 모를 후배들에게 손톱만 한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 다시 글 쓸 용기를 냈다.
  •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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