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의 속 깊은 인터뷰

함돈균 문학평론가

새로운 세상 디자인하는 대안대학 ‘미지행’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함돈균,이라는 흔치 않은 이름을 처음 접한 건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에서였다. 가위, 계단, 단추, 비누, 라디오 등 일상의 사물을 읽어내는 시선이 무릎을 ‘탁’ 치게 했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의 저자이자 예술평론가인 존 버거가 연상도 됐다. 기존 예술작품의 해석 방식을 거부하며 전위적인 사고를 끊임없이 추구한 존 버거처럼, 함돈균 역시 ‘원래 그런 것’이라는 뻔한 사고를 거부한다. 의심하고 회의하면서 남과 다른 시선으로 남과 다른 질문을 뽑아낸다.

가령 이런 식이다. 과일을 깎는 ‘과도’에서는 껍데기와 알맹이의 철학을 읽어낸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의 경계는 무엇인가, 과연 껍데기와 알맹이가 따로 존재하는가, 본질과 비본질이라는 게 있기나 한가.”

두 번째로 그의 이름을 들은 건, ‘시민행성’이라는 실천적 생각발명그룹에서다. 시민행성은 인문 정신에 담긴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그가 제안한 프로젝트. ‘인문’과 ‘실천’이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합체를 지상 과제로 두고 그는 일관된 행보를 꾸역꾸역 꾸려왔다. ‘생각하는 시민교육’을 위해 분투해온 그는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를 내기도 했다. 스탠퍼드대학 교육대학원 부학장이자 테크놀로지 기반의 혁신 교육 프로그램을 선도하는 폴 김 교수와 몇 날 며칠을 대화하고 엮은 책이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세상에 없던 학교를 만들었다. ‘미지행’이라는, 기성의 틀을 뛰어넘어 새로운 사회를 디자인할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다. 미지행은 시민행성의 다음 스텝 즈음 된다. 조직과 구체성, 실천력 등에서 ‘껑충’ 점프해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이상(理想)을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형태는 대안대학에 가깝다. 홈페이지에 소개한 미지행은 이런 곳이다. “공존, 세계시민, 생명이라는 보편 가치를 학교 정신으로 삼고, 임박한 미래사회의 의제들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미래학교”. ‘좋은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뿌리에 두고, 공공성에 기반한 시민, 자신의 삶을 역동적으로 이끌면서 동시에 이 사회를 앞서서 끌고 나갈 시민을 길러내고자 한다.

미지행은 전공도 없고, 교실도 없다. ‘선생’이나 ‘교수’ 대신 ‘튜터’로 불리는 디렉터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함돈균 선생과 신혜원 건축가가 공동 설립자고, 안은미 무용가, 송률 공간디렉터, 실리콘밸리 한국인 모임인 ‘베이 에어리어 케이 그룹(Bay Area K Group)’ 대표를 지낸 윤종영 디렉터 등이 튜터 그룹으로 있다.

미지행 1기 수업이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있었다. 1기 종료 직후인 9월 초, 함돈균 선생을 종로구 옥인로에 있는 ‘살롱 인텔리겐차’에서 만났다. 서촌에는 가을이 일찍 찾아들었다. 건물에 들어서자 벽 안에서 귀뚜라미가 ‘찌르르르’ 청명하게 울어댔다. 큼지막한 화강암 바위를 품고 있는 건물에서는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공간의 감성이 독특합니다.

“지은 지 110년도 넘은 건물이에요. 아마 이 주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일 겁니다. 귀뚜라미는 벽 안에 숨어 있어요. 소리는 나는데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웃음) 이곳은 미지행의 거점 공간이에요.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씨와 공유하죠. 수업의 절반 정도가 이곳에서 진행되고, 나머지 절반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에서 이뤄집니다.”


요 며칠 선생의 SNS에는 제주도에서 올린 시(詩)가 가득하던데요.

“미지행 수업을 지난주에 종강했잖아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서 머릿속에 정리할 게 많았어요. 산문을 올릴 마음도, 글을 쓸 마음도 안 되더라고요. 일종의 점프가 필요했어요. 시는 여백이 많은 장르라 그게 가능하죠.”


세상에 없던 학교 ‘미지행’ 첫 기수를 운영했습니다. 자평하자면요.

“내년 봄이나 가을에 정식 개교를 앞두고 시범학교로 운영한 거였어요. 목적은 두 가지였습니다. 미지행을 한국 사회에 알리고, 내부에 필요한 시스템을 다지는 것.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실체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커요. 종래의 학교 개념과 너무 다르다 보니 주변 지인들에게조차 설명하기 쉽지 않았거든요. 없는 개념을, 있는 개념만 있는 분들께 설명하려다 보니.(웃음) 다들 놀라셨어요.”


어떤 반응이 많던가요?

“이런 학교에 사람들이 진짜 모이네, 하는 반응이요.”


미지행 첫 기수에 어떤 학생들이 왔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도 궁금했어요. 입시 위주의 사회에서 이런 학교에 과연 어떤 친구들이 올까, 하고요. 광고를 대대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알음알음으로 왔어요. 20명을 목표로 했는데 다 찼죠. 여름방학이라 대학생들이 많았고,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 위주였어요. 대학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불만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문제의식이라면.


“저 역시 얼마 전까지 대학(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 연구교수)에 있었기 때문에 대학의 문제를 잘 압니다. 대학이 사회 변화에 호응하지 못하는데, 구성원들은 이런 문제의식을 다 갖고 있으면서도 안 움직여요. 그런데 여기 온 친구 중에는 대학의 문제의식을 안고 온 친구도 있지만, 자기 삶에 대한 적극적 도전의지를 풀어낼 통로로 택한 경우도 꽤 많아요. 성미산학교 출신 20대 친구들 서너 명도 왔어요. 그 마을에서는 미지행이 성미산학교의 다음 대안학교로 불린다고 해요.”


연령 등 입학 자격 요건은요.

“18세 이상이고, 위로는 제한이 없어요. 평생교육 시대잖아요. 제 또래의 대학 강사도 있었습니다. 등록은 안 하셨지만 마지막까지 고민한 대기업 이사님도 계셨고요. 이 학교 교육 내용이 모든 세대와 직업군에 관계없이 진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지점이 있었나 봐요. 입학을 위한 더 정교한 시스템은 구축 중이에요. 지금은 눈사람을 만들기 위한 작은 눈덩이를 모은 정도라고 할까요.”


미지행이 계획대로 정착되면, 이곳 졸업생들은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요?

“1+4학년, 총 5학년제로 운영할 생각이에요. 매 학년 자신의 재능과 관점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갖게 하려 합니다. 그게 졸업장이 아니라 스펙이 되는 거죠. ‘나는 사회에 대해 이런 접근법을 가지고 있어’를 보여주는 포트폴리오예요.”


‘다음 시대의 리더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건명원과 닮았고, ‘교실에 갇히지 않는 열린 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미네르바스쿨과도 닮았습니다만.

“두 학교와 비슷한 지점은 있어요. 인문학 하는 분들이 많고, 새 시대의 리더를 양성한다는 점에서는 건명원과 겹치는 지점이 있고, 새로운 대학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는 미네르바스쿨과 비슷하죠. 실제로 얼마 전 한 사회혁신교육플랫폼에서 미네르바스쿨과 포스텍, 저희 학교를 미래 대학의 새 모델로 초청해 포럼에 참여했습니다.”


미지행의 차별점이라면.

“시민정신을 강조합니다. 한국 사회의 리더십이 가진 추상성과 문제점을 생각해봤어요. ‘전 세계적 보편적 리더십에서 벗어난 지점이 과연 뭘까?’ 하고요. 아주 핵심적인 가치가 빠져 있었어요. 바로 ‘시티즌십(시민정신) 없는 리더십’이에요. 시민적 가치, 시민적 보편성을 갖지 않은 리더십은 그냥 귀족입니다. 지금은 왕의 리더십을 얘기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시대가 달라졌어요.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곳들은 다 소셜 밸류를 갖고 있어요. 우리 시대는 시민적 가치에 기반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행해지는 리더십은 시티즌십을 거의 이야기하지 않아서 안타까워요. 미지행의 정신은 공존, 세계시민, 생명이에요. 이 세 가지가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인문적 가치인 동시에 사회적 가치라고 생각해요. 교육이 이 가치들을 수용하지 않으면 창조성은커녕 사회의 재생산도 어렵다고 봅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하면서 인문 교육을 축소하는 분위기인데, 오히려 인문 정신을 강조하는군요.

“이 시대에 중요한 건 인문 정신이고, 그 인문적 관점을 세상에 스며들게 만드는 실천적 사고가 중요해요. 최근 제가 맡은 일 중 하나가 삼성전자 디자인 워크숍 기획입니다. 왜 저 같은 사람을 섭외했는지를 생각해보는 거죠. 그전까지는 미술대학 교수 위주였어요. 확실히 시대적 가치가 달라지고 있어요.”


선생이 생각하는 시민정신은 뭔가요?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의식을 갖고 공존의 삶을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협력하며 살 것인가, 하는 거요. 제도적으로 민주주의는 만들어졌지만, 문화적으로 태도 면에서 이 정신을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요. 시민행성은 그래서 ‘시민의 별’을 만들자는 운동이었어요.”


그렇다면 인문 정신은요.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지만, 바로 사람다워지는 건 아니잖아요. 동물로 태어나 사람다워지는 정신이 인문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사람 반대편에 ‘짐승’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계’가 있어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기계가 나오는 시대잖아요. 이 시대의 인문 정신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해요.”


미지행 1기 프로젝트는 ‘다른 현대, 다양한 커뮤니티’였죠. 운영 방식이 궁금합니다.

“미지행은 움직이는 학교, 잇는 학교, 말하는 학교를 지향해요. 매 학기 케이스스터디 할 수 있는 공간을 점유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그 공간과 관련된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번 학기 수업은 서촌 지역 중심으로 이뤄졌어요. 이곳은 거점이고, 이상(李箱)의 집, 서울시립미술관, 보안여관 등을 다니면서 실질적인 관찰을 하고 각자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어떤 학생은 서촌의 주차 공간을 연구했어요. 필지가 정해져 있어 주차를 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어떻게 공유지를 만들고, 주차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좀 더 진화된 인간 이해와 사회에 대한 관점을 담아서 녹이는 거죠. 시민적 가치를 깊이 있게 이해하다 보면 공간을 보는 관점도 달라져요.”


미지행에서 선생은 어떤 호칭으로 불립니까?

“학생과 선생이 서로 이름을 불러요. 저는 ‘돈’, 신혜원 선생은 ‘혜원’으로요. 11월에 제가 쓴 《컬처 엔지니어링》이라는 책이 나오는데, 책에도 썼듯 변화를 위해서는 관성을 탈피한 소소한 매뉴얼을 디자인하는 게 중요해요. 그중 하나가 편안한 명칭이었어요. 존댓말을 하지 않는다고 존중하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신뢰의 문제죠.”


장유유서 가치가 여전한 한국 환경에서는 어색할 것 같은데요.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괜찮아요. 거기에는 나이와 경험이 많은 이들의 ‘너그러움’이 필요해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좌우 합작보다 세대 합작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좌우 합작이든 세대 합작이든 합작을 하려면 힘의 우위와 불균형이 작용해요. 나이, 돈, 사회적 지위, 지식 등 모든 면에서 더 가진 자와 덜 가진 자가 존재하죠. 더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에게 양보해야 합작이 됩니다. 힘이 약한 사람은 합작을 하고 싶어도 못 하지만, 힘센 사람은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어요.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가려면 너그러움이 필요해요.”


너그러움이라.

“지금 위 세대는 대체로 너그러움이 부족해 보여요. 아래 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해요.”


선생 스스로도 너그러워지기 위해 노력하는지요.

“호칭부터 고민해봤어요. ‘청소년’이라는 표현에도 힘의 우위가 있어요. 특정 나이의 세대를 미성숙한 과정으로 보는 거죠. ‘너희는 어른이 되는 과정이니까 참아야 하는 것도, 감내해야 하는 것도 많아’ 식의 시선이 존재해요. 온전한 주체로 보지 않는 편견이죠. 인간은 시기마다 그 자체로 완전해요. 여덟 살은 여덟 살의 세계가 있는 것이지, 15세나 20세보다 부족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청소년 대신 적합한 다른 언어가 있을까요?

“시민행성을 하면서 ‘미래시민’이라는 표현을 생각해봤어요. ‘노인 세대’ 대신 ‘선배 시민’이 어떨까 싶어요. ‘어르신’처럼 기만적인 표현도 없는 것 같아요. 언젠가 단어의 함의를 재규정하는 ‘미래시민사전’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18세 딸이 고교 1학년 때 자퇴한 걸로 알아요.

“하고 싶은 것도, 열정도 많은 아이인데, 학교 시스템 안에서 엄청난 내적 고통을 겪었죠.”


자퇴 후 어떻게 지내요?

“시간을 스스로 디자인하면서 역동적으로 지냅니다. 제 딸이 ‘실질’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요. 학교를 그만두고 외국 친구들과 두 달간 오지 여행을 다녀왔어요. 최근엔 양양에서 서핑을 하면서 정신의 자유를 확장해요. 서퍼 중에는 삶과 정신이 일체화된 친구들이 꽤 있거든요. 자퇴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면서 브런치에 글도 씁니다.”


유학 보낼 생각은?

“외국 교수 친구들이 하나같이 유학을 권했어요. 그런 아이는 좋은 외국 대학일수록 환영한다고. 학비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반발심도 생겼어요. ‘이런 아이를 우리 사회에서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왜 유학을 보내라고 할까? 그렇다면 이런 아이들한테 필요한 학교를 내가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그런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에 옮기는 건 다른 문제죠.
이런 학교를 만들겠다는 강렬한 스파크가 튄 순간이 있었나요?



“그런 스파크는 늘 튀었어요.(웃음) 중 2 때부터 품은 것 같아요. 이런 학교 제도가 진정한 배움의 장(場)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안정적 제도가 갖고 있는 허울이 인간 존재를 훼손하는 걸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었어요. 내가 어릴 때도 겪었는데, 중년이 된 이후에도 바뀌지 않고 반복되는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죠. 누군가는 시작을 해야 하고, 그 시작은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여야 했어요.


함돈균 선생은 네트워크가 촘촘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네트워크도 넓다. 이번 1기 수업의 경우 스웨덴의 우메오대학 학생들 일곱 명이 서머스쿨 코스로 다녀갔다. 이곳 수업이 스웨덴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된다. 이곳 튜터와 미지행인 30여 명 중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이거나 외국이 활동 무대인 사람들이다. 미지행 공동 설립자인 신혜원 건축가(로컬디자인 대표)는 내년에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에 선정됐다. 내년 비엔날레에서 선보일 주제는 ‘미래학교 한국관’이다.


‘다르게 보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책 제목이 ‘사물을 삼킨 코끼리’가 아니라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이죠. 발상부터 재밌습니다. 남다른 발상법은 훈련인가요, 타고나는 부분이 큰가요?

“다르게 본다는 자체가 다른 관점을 가진다는 거잖아요.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스펙트럼이 넓은 여러 개의 관점을 갖고 있어요. 제 경우 책에서 훈련된 면이 커요. 저기 있는 저 책들은 다 제가 읽은 것들이에요. 저만큼의 다른 관점을 갖는 거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다 남다른 관점을 갖는 건 아닌데요.

“그렇죠. 저보다 많이 읽는 분들은 많아요. 그 관점으로 피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실천적 의지라고 생각해요. 삶의 다음 관점으로 진화시키거나 접목시키려는 의지나 열정이 없으면 관점이 다르게 보이지 않아요.”


‘좋은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여기저기 던지는 걸로 알아요.
선생이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뭔가요?


“하하, 그거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요즘 제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그 질문을 이렇게 수정하고 싶어요. ‘좋은 삶과 나쁜 삶이 있는가’. 조국 장관 사태를 보면서 든 생각인데요, 우리는 보통 통째로 사고하고 규정하는 걸 좋아해요. 좋은 삶이 따로 있다기보다 적재적소의 삶이 있다고 생각해요. 환경과 맥락에 던져졌을 때 그 조건에 맞는 적절한 인간의 실천이 있는 것이죠. 그 실천이 맥락에 맞다면 좋은 실천, 맞지 않다면 나쁜 실천이 있을 뿐이에요. 좋은 삶이란 환경과 조건에 맞는 행위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고의 자동화’예요. 전체 긍정과 전체 부정이 만연하죠. 맥락에 대한 숙고가 없어서예요. 통째로 좋고, 통째로 나쁜 건 없어요. 부분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문화가 퍼지면 좋겠어요.”


먼 훗날 미지행이 어떤 학교로 불리길 원하나요? 딱 한 표현만 꼽자면.

“나답게 하는 학교. 그 나다움이 세상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학교. 지금 한국 교육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사람을 그답게 못 만드는 거예요. ‘다움’은 타고난 면도 있지만 잠재성을 이끌고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죠. 자기답지 못하게 하는, 억압이 많은 삶은 기쁨이 없어요.”


그는 ‘가르침’이라는 말을 경계했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는 것. 미지행 역시 튜터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이 교환되는 곳’으로 표현한다. “(어린) 학생들은 미지의 세계에서 온 진화된 존재다. 그들에게는 교육이 필요 없다”는 오쇼 라즈니쉬의 교육 철학을 인용하면서.
  • 2019년 10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