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의 책갈피 (16)

김필균 《문학하는 마음》

번듯한 직장에 다니면서도 불안해하는 당신에게

글 : 최인아 

바람이 세긴 세다. 태풍 링링에 동네 나무들은 뽑혀 뒹굴고 그때 마침 거리를 걷던 나는 체중이 조금만 덜 나갔으면 광풍에 떠밀려 앞에 가던 남자 등에 박힐 뻔했다. 다이어트 하지 않기를 잘했다. 얼른 정신을 수습하고 앞에 보이는 카페로 뛰어 들어가 숨을 고르고, 잠시 후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문학하는 마음》. 읽은 책을 또 읽는 것인데 지루하지 않다. 이 책은 출판사 ‘제철소’가 시리즈로 기획한 책이다. 첫 번째가 《출판하는 마음》이고 두 번째로 나온 책이 바로 《문학하는 마음》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우선 기획이 돋보인다. 여러분은 방금 소개한 책 2종 《출판하는 마음》과 《문학하는 마음》의 공통점이 짐작되는지. 돈이 안 되는 업이라는 거다. 그런데도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일이 년도 아니게 말이다.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그 일을 하는 걸까, 궁금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출판이나 문학을 돈의 관점에서 접근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신성하다고까지는 아니라도 특별한 업이며 분야라는 시선이 많았다. 그들에겐 도대체 어떤 마음이 있어 돈이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그 길을 갈까, 또 생계의 엄중함은 어떻게 해결할까. 그래서 나는 이 책 《문학하는 마음》을 이렇게 바꿔 읽었다. ‘일하는 마음’으로!

김필균이라는 편집자가 문학을 업으로 하는 열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고 엮은 책이다. 문학이라고 해서 소설가나 시인만 만난 게 아니다. 서평 쓰는 이나 문학 담당 기자, 또 웹소설이나 그림책 작가까지 두루 만나 ‘문학하는 마음’에 대해 듣고 썼다.

저자는 이 책의 기획 의도를 ‘에세이스트 정여울’ 편에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의 제목과는 다르게 인터뷰는 정작 ‘마음’이 아닌 ‘돈’으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당신에게 문학을 한다는 건 무엇인가요?’라는 그럴듯한 큰 질문 안에 ‘그건 돈이 안 되잖아요’를 밑바닥에 깔고, ‘그래도 당신 정도면 혹시 돈이 되나요?’를 살짝 얹은 뒤, ‘문학으로 먹고살 수 있나요?’를 그 위에 덮고서, ‘그렇다면 당신은 문학을 왜 하나요?’로 감싸는 식이다. (중략) 돈이 되지 않는 일을 왜 하는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가 닿기 마련이니.”

그들은 문학이 좋고 글 쓰는 게 좋아 문학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이다. 전망이 좋아 보여서 문학에 입문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좋아하는 마음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밥벌이의 엄중함’ 또한 문학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는 것을. 몇 해 전엔 베스트셀러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조차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자가 됐다고 하지 않는가. 문학을 업으로 해서는 생계마저 막막할 수 있다. 그러니 묻게 된다. 여전히 문학의 길에 서 있는 분들은 어떻게 허물어지지 않고 문학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인지를. 문학 하는 이의 기쁨은 대관절 무엇이고 또 좌절은 어떻게 견디는 것인지를. 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함민복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찬찬히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본다. 우리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면서도 미래가 불확실하다며 불안해하고,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걱정하곤 한다. 그런 마음이 올라올 때 이 책에 나오는 열한 분의 이야기를 읽으며 각자의 ‘일하는 마음’을 들여다봤으면 한다.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최은영 소설가의 이야기를, 시를 애정한다면 박준 시인 편을 읽으면 된다.

남과의 비교는 불행의 시작이지만 힘든 길을 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위로와 반성을 선물한다. 마침 계절도 가을로 접어든다. 자신을 돌아보기 좋은 때다.

글쓴이 최인아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최인아책방’의 대표로, ‘책방마님’으로 불립니다.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최근엔 ‘혼자의 서재’를 열어 ‘혼자력’과 ‘사색력’을 모색하고 전파합니다.
  •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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