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

김태희 팜스쿠키 대표

“직접 농사지어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디저트 만들어요”

글·사진 : 서경리 기자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을 잘 먹으면 약이 된다는 말이다. 누구나 아는 진리를 반대로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밥도 잘못 먹으면 병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조선시대 허준은 《동의보감》에 “음식과 섭생이 건강을 좌우한다”고 썼다. 텃밭에서 직접 농사지은 우리 농산물로 디저트를 만들어 파는 김태희(44) ‘팜스쿠키’ 대표. 그는 바른 먹거리로 아이들의 건강을 지킨다. “먹기만 잘 먹어도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올바른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 태안 읍내에 자리한 디저트 카페, 팜스쿠키를 찾아 김태희 대표를 만났다.
시골이 좋았다. 도시를 떠나 찾아 들어간 충남 태안. 자연을 벗 삼아 내 집도 짓고 층간 소음 걱정 없이 아이들과 실컷 뛰어놀아도 되는 시골 생활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풀벌레 소리, 하늘의 별을 세며 잠드는 밤. 하지만 딱 일주일이었다. 귀농이 현실로 다가오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태희 대표에게 귀농은 선택이 아닌 도피였다.

“하루하루가 막막했어요. 당장 먹고사는 게 문제였습니다. 남들이야 귀농해 제 집 짓고 산다고 하니 좋겠다고 하지만 속사정은 모르죠. 남편이 뇌수막염에 걸려 회사를 그만두면서 귀농했어요. 자꾸 열이 나고 염증이 가라앉지 않아 병원에서는 마음의 준비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퇴직금마저 사기당해 어려움을 겪었죠. 장기간 병원 생활을 마치고 나오는데 남편이 먼저 말하더라고요. 귀농하자고.”


태안은 그의 남편, 최원석 씨의 고향이다. 부모님이 땅 3000평(9900㎡)을 일궈 육쪽마늘, 생강, 고구마, 땅콩, 포도 등 갖가지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들 부부가 귀농하며 아이 셋 그리고 함께 생활했던 친정 부모님까지 도합 아홉 식구가 한집에서 살 부대끼며 살고 있다.

부부가 귀농해 찾아간 곳은 태안군 농업기술센터다. 이곳에서는 농사의 기본을 다지고 가공식품 브랜드를 세우는 체계를 배울 수 있다. 이들이 오래도록 머리를 맞대고 가공식품을 생각하다 떠올린 것이 바로 쿠키다. 화학 첨가물이 들어간 과자는 아이들 장 건강에 좋지 않아 평소 과자 하나도 손수 만들어 먹이던 그다.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이들이 남편을 닮아 장도 안 좋고 아토피도 있고, 건선이 심각한 수준이었죠. 장은 면역 건강의 뿌리예요. 피부질환도 모두 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 먹거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요.”


엄마쿠키? 농장쿠키? 팜스쿠키!


태안은 땅이 비옥해 뿌리 작물이 잘 자란다. 생강이나 강황은 몸에는 좋지만 아이들이 꺼리는 식재료다. 김태희 대표는 생강, 강황, 시금치 등을 반죽해 쿠키나 빵을 만들어 주변에 나눠주곤 했다. 늘 만들던 쿠키가 사업 아이템이 된 건 우연한 계기에서다.

“지인이 방송국에서 자기네 황금향 농장에 취재 오는데, 우리더러 쿠키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아침에 갓 구운 쿠키를 들고 농장에 갔는데, 마침 촬영 중이라 얼떨결에 저와 제 쿠키도 전국 방송을 탔죠. 방송이 나가자마자 농장으로 전화가 쏟아졌어요. 황금향 쿠키를 맛보고 싶다고요.”

김태희 대표는 ‘이거다!’ 싶어 쿠키를 상품화했다. 6개월의 준비 끝에 이듬해 봄, 팜스쿠키 문을 열었다.


팜스쿠키는 아이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엄마가 밭에서 난 농작물로 쿠키를 만드니, ‘농장쿠키’나 ‘엄마쿠키’가 어떠냐는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 팜스쿠키의 대표 상품은 다쿠아즈, 일명 ‘밭쿠아즈’다. 밭에서 난 시금치나 쑥, 비트, 흑임자 등을 넣어 겉은 바삭하고 안은 폭신폭신한 쿠키 조각을 만들고, 달콤한 필링을 사이에 바른다. 텃밭에서 자란 제철 농산물로 만들어서 이름 앞에 ‘밭’을 붙였다. 쿠키는 우리 밀과 천연 버터, 사탕수수원당, 유정란 등 질 좋은 우리 농산물만 가지고 만든다. 열세 가지 종류의 밭쿠아즈는 워낙 인기라 하루 50개를 만들어도 오후 무렵이면 거의 다 팔린다고.

팜스쿠키 디저트류는 김태희 대표의 SNS를 통해 알려졌다. 평소에도 아이들이 먹기에 좋은 집밥 레시피를 종종 올렸는데, 그중 건강한 농작물을 넣어 만든 쿠키 레시피가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쿠키 레시피를 보고 전국의 농업기술원에서 체험 문의를 해올 정도다.

“시아버지에게 땅을 빌려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45평(148㎡) 규모의 체험장을 만들었어요. 돈이 없으니 직접 폐자재를 모으고 손수 망치질해 만들었죠. 첫해는 3000만 원 남짓 벌었는데, 체험을 시작하고 나서는 매출이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최근에는 태안 시내에 카페를 열고 본격적으로 쿠키를 만들어 팔고 있다.


밥상 개혁 설파하는 ‘텃밭 명예교사’


김태희 대표가 쿠킹 체험 교실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건강한 식습관’이다. 체험을 온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묻는 질문도 “아침 식사 했어요?”다. 요즘엔 텃밭 작물의 다양한 색이 담고 있는 건강한 우리 먹거리를 설파하고 있다. 교육청의 ‘텃밭 명예교사’로 지정되기도 했다.

“빨간색 토마토와 비트는 빨간 망토를 두른 용감한 용사! 빨간색은 심장과 피를 튼튼하게 해줘요. 초록은 세포를 깨끗하게 해주는 장 청소부, 보라색은 똑똑해지는 두뇌 박사님! 보라색 채소를 먹으면 예뻐지고 똑똑해지죠. 하얀색은 씩씩한 사나이, 세균을 물리치는 호빵맨입니다. 뼈를 튼튼하게 해주거든요.”

그는 눈높이에 맞춘 교육으로 시금치, 양파, 가지, 당근 등 아이들이 꺼려하는 채소를 밥상으로 끌어들여 식탁 문화를 바꾸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식탁을 변화시켜 건강한 먹거리로 건강한 몸을 지키겠다는 그의 확고한 철학에서다.


“결국은 먹거리예요. 우리나라 전통음식은 슬로푸드였어요.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화하면서 식탁에 패트스푸드가 오르고, 열량은 높지만 영양가 없는 식단이 만들어진 거죠. 아이들이 아토피에 걸리고 성격이 난폭해지는 원인은 먹거리와 무관하지 않아요. 오염된 환경으로 인한 ‘환경병’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밥상 개혁이 필요해요. 그러러면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죠.”

그가 처음부터 농사에 대한 철학을 갖고 귀농한 건 아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사명감을 갖게 됐을 뿐이라고. 그는 자신을 ‘요리농부태희’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절제’입니다. 먹거리에 대한 절제란 못 먹게 하는 게 아니라 내 몸과 정신에 이로운 음식을 구별해 가려 먹는다는 의미입니다. 텃밭 교육이 그래서 중요해요. 윤봉길 의사는 ‘농업은 생명 창고’라고 말했어요. 아이들을 치유하고 환경을 원래의 모습으로 돌릴 수 있는 뿌리는 농업에 있습니다. 농업이 흔들리는 순간 우리 뿌리가 흔들려요. 농부가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고 이를 바르게 먹을 때, 우리 건강도 지킬 수 있습니다.”
  • 2019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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