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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인생 책 두 권

정부장의 독서일기
누군가의 인생 책을 알게 되면 조용히 찾아 읽고 상대의 마음을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금융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조금은 특이한 이력의 편집자다. 책 읽는 게 일이자 즐거움인데 책 못지않게 사람도 좋아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읽어두면 좋을 책을 소개한다.
읽다 보면 뼈에 사무치게 맞는 말이라 저절로 탄식이 나오는 책이 있다. 때로는 진실이라 아프다. 그런 책은 내 소박한 책꽂이의 한 줄을 차지하는 ‘인생 책’들 옆으로 보내진다. 절대로 아무한테도 인생 책의 인증샷 따위는 보내지 않는다. 너무 솔직한 정신세계까지 평가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찾았다. 내 인생 책!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와 《밤의 도서관》.

알베르토 망구엘은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늘 한 짝처럼 언급된다. 시력을 잃어가던 보르헤스가 한 서점을 찾았고, 고등학생인 망구엘은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소설가는 서점 점원에게 따로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그 뒤로 책과 사랑에 빠진 평범한 소년. 아무쪼록 교육적 냄새가 다분히 풍기는 이 유명한 일화는 나 같은 회의주의자의 호기심을 꺾어놓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토록 소문이 무성한 책들을 만나는 데 많은 우연과 행운과 시간이 필요했다.


《독서의 역사》와 《밤의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중증이나 경증의 책벌레가 분명할 테고, 이 책들의 첫머리에서 약간의 충격을 받았으리라 예상한다. 《독서의 역사》는 젊은 날의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해 현대까지 책을 읽는 다양한 인종과 직업의 남녀를 사진과 함께 묘사한다. 그러더니 망구엘은 난데없이 “그러므로 난 외롭지 않다”라고 선언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끝없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자. 왜 읽는지, 답하지 못할 것이다. 배고픔을 채우려는 본능처럼 호기심에도 땔감이 필요하다. 책이 거기 있으니 바늘에 실 딸려 가듯 독서가 있을 뿐. 독서가들은 대부분 별 고민 없이 책을 읽는데, 망구엘의 한마디는 세상의 숨어 있는 독서가들을 단번에 연결해준다. 혼자 책을 읽던 독서가는 그 말이 반가우면서도, 눈앞의 친구보다 갖가지 책의 저자들에게 더 깊은 친밀감을 느끼는 자기 자신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그래도 외롭지 않긴 하지만.


알베르토 망구엘의 또 한 권의 명작 《밤의 도서관》은 매우 낭만적이다. 자기만의 서재이자 도서관을 갖고 싶었던 저자는 프랑스의 시골에서 무너진 옛 성터를 지나다 문득 마음이 쏠려 도서관을 짓기 시작한다. 역시 이 책도 첫머리에서 독자를 아연실색하게 만드는데, 도서관은 인간이 벌이는 아주 무모한 시도로서 세상의 지식을 논리적으로 분류하려는 행위지만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쓰여 있다. 무모한 일인지 알면서도, 그는 지식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무작위의 위로와 공상을 주는 책들에 온전한 자리를 내주기 위해 돌을 쌓아 도서관을 짓는다. 현실감 없이 철저히 낭만적이다. 낮의 도서관은 체계적인 분류에 젠체하고 엄정한 지식을 나눠주는 곳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밤의 도서관은 무작위적 발견의 기쁨과 인생의 낙을 조용히 품고 있을 뿐이다.

주인의 기호에 따라, 때로는 애정에 이끌려 한 권씩 그러모아 만들어진 도시의 개인 도서관들은 독서광들의 숨구멍이다. 독립서점들은 망구엘의 도서관을 지지하는 낭만적인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한 책
《독서의 역사》, 알베르토 망구엘 저 / 《밤의 도서관》, 알베르토 망구엘 저 / 《행운에 속지 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저
  • 2019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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