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의 슬기로운 퇴사생활 (15)

행복의 종착점은 어떤 모습일까 (ft. ‘돈’이라는 녀석)

글 : 이슬기 

액션건축가의 말
당신이 바라는 행복의 상태는?
구체적으로!
으레 듣는 질문이 있다. ‘꿈이 무엇인지,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하는 것들 말이다. 손세이셔널처럼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된다든가,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는 구글 같은 기업을 만들어 크게 성공하고 명성을 얻는 것도 분명 멋진 일이다. 하지만 힙한 꿈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꾸고 있고, 인류의 다양성을 위하여…는 사실 거짓이고, 스물다섯과 서른다섯 사이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오로지 나를 위해 바라게 된 꿈은 ‘지구라는 별에서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추구하는 행복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느끼는 상태의 끝을 들여다보면, 결국 종착점은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나요? 부자가 되고 싶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돈과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나요?’ 이런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궁극의 행복 말이다.


내가 꿈꾸는 행복의 상태

깨끗하고 하얀 침대에서 자명소리 없이 눈을 뜬다. 세수하지 않은 얼굴을 봐도 웃음이 나는 사람과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창가에 마주 앉아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다. 살결에 포근하게 닿는 가벼운 옷을 입고, 오솔길을 걷거나 바닷가까지 자전거로 달린다. 좋은 향이 나는 거품으로 샤워를 하고, 몰입할 수 있는 공간에서 현재의 나에게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거나, 지적 호기심을 가득 채워줄 새로운 경험을 시도한다. 석양이 붉고 푸른빛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할 때 즈음,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거실로 모인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함께 만든 요리를 먹으며, 오늘 발견한 생각을 나누거나 갑작스레 보고 싶은 영화를 함께 본다. 춤을 출 수도 있고. 물론 이 자리에 맥주가 빠질 수 없겠지. 밤이 깊어지면 내일 또 보자는 인사로 헤어진다. 바스락거리는 침대보에 누워 맞닿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다 잠이 든다.

행복이란 거창한 조건이 있어야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경우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대화가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상, 즉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하루가 이어질 때 행복한 상태가 지속된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적인 부자 워런 버핏도 자서전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다. 매일 호텔 루프탑에서 돔페리뇽을 마시고, 아로마 마사지를 받는 럭셔리나 여행과 같은 특별한 순간도 반복되면 결국 일상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행복의 공식은 분명 있다. 그리고 매우 간단하며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발목을 잡는 녀석도 있다. 바로 ‘돈’이다. 돈,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만큼의 돈을 가질 수 있다면?


세상이 내게 건 최면

당신은 아마도 ‘헛소리는 집어치워, 대단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 나는 아주 평범하다고’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믿도록 세상이 우리에게 최면을 걸어뒀으니까. 행복하고 싶다면 나의 가능성을 가둬둔 감옥에서 탈출해야 한다. ‘나는 대단해. 나는 그것을 할 수 있고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어’라고 믿는 순간, 좋아하는 일도, 돈도, 자유도, 행복도 따라온다.

그럼 집은? 적은 돈으로도 지금 당장 경리단 길의 주택을 내 집으로 만들 수도 있고, 한적한 마을에서 텃밭을 키우며 살아갈 수도 있다. 주변에는 공유경제나 공동주거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 돈은? 모든 것을 시장 경제 시스템에 의존하는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는 간단한 방법만 안다면, 조금만 일해도 지금보다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심지어 좋아하는 일로 작은 사업을 하면서 말이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단지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행복의 상태를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는 그저 자신을 믿고, 자기에게 맞는 삶의 형태를 만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글쓴이 이슬기는 한때 회사원이었다.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일 년에 두세 달쯤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며 사업가, 작가, 여행가, 교육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생을 무대로 평범한 사람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삶의 방법을 연구하고, 공유하는 것을 사랑하며 워라밸 연구소 ‘액션 랩’을 운영 중이다. 《퇴사를 준비하는 나에게》 《댄싱 위드 파파》를 썼다.
  •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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