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취향 ⑭ 냉면

내 맘대로 고른 냉면 맛집 best 4

© 셔터스톡
예상치 못한 것에서 ‘힙(hip)’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요즘은 오래되고 낡은 것이 힙하다. 1960~70년대 히피(hippie)들이 불렀을 법한 포크송과 나팔바지, 적당히 배가 드러나는 크롭 티셔츠는 미국 본토에서도 유행 중이다. 그 시절 히피였던 부모에게서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경험해보지 못한 낡은 것이 역설적으로 새롭고 신선하다.

무색무취한 것이 도리어 개성 있게 여겨질 때도 있다. 몇 년 전부터 한국 청년들 사이에서는 ‘냉면 마니아’ 그룹이 생겨났다. 부모 세대들이 일부러 찾아가 즐겨 먹는 냉면을 젊은이들이 앞다퉈 찾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냉면은 그다지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다. 속 시원하기는 하지만 맛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요즘 냉면 마니아들이 가장 즐겨 찾는 냉면은 평양냉면이다. 처음 먹는 사람이라면 ‘이게 뭐야, 맹물이야?’ 할 수도 있지만 슴슴한 육수 맛의 미묘한 차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화려하고 강한 것만이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오래 시간을 들여 나름의 공력(功力)을 갖추고 누구의 입맛에나 맞을 법한 그 오묘한 맛의 차이를 선별해내는 장인 정신, 냉면 마니아들은 그것에 열광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냉면 마니아 중 힙스터가 많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똑같은 것을 거부하는 힙스터에게는 나만이 알 수 있는 무언가가 매우 중요하다. 남들이 미처 그 진가를 알지 못하더라도 나만이 구별할 수 있는 흙 속의 진주 같은 존재가 있다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평양냉면을 비롯한 냉면이 힙스터에게 더할 나위 없이 힙한 존재인 이유다.

심지어 냉면은 이제 특정한 문화 코드를 상징하기도 한다.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선언 당시 냉면집마다 줄이 늘어섰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냉면이 평양, 함흥 같은 이북 지방에서 비롯된 음식이라 이국적이기도 하고, 평화나 포용 같은 단어도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늘어난 냉면 마니아들로 인해 전국 냉면집은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몇 년 전만 해도 익숙하지 않았던 ‘냉면 맛집’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을지면옥, 필동면옥, 남포면옥 같은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에는 여름이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지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이들 냉면집이 이견 없이 맛집으로 손꼽히기는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그 미묘한 맛의 차이로 인해 사람마다 좋아하는 냉면집이 다르다는 거다. 어떤 사람은 필동면옥을 제일로 꼽지만 어떤 사람은 오장동 함흥집이 아니면 찾아가지도 않는다. 냉면 덕후가 소개하는 냉면 맛집이라고 네 곳을 뽑아봤지만,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 뿐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우래옥
70년 전통, ‘평냉로드’의 최고봉
서울 중구 창경궁로 62-29 / 02-2265-0151


언제 가도 사람이 많은 평양냉면 전문점으로, 불고기와 평양냉면이 주메뉴다. 평양냉면 하면 누구나 떠올리게 되는 유명 음식점이다. 70년 된 음식점으로 상징성을 지닌 장소이기도 하다. 특허청이 얼마 전 발표한 바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상표가 바로 ‘우래옥’이다. 그래서 흔히 ‘평냉로드’, 즉 평양냉면길(로드)이라고 부르는 우래옥·필동면옥·을밀대·을지면옥·봉피양 등 유명 평양냉면 전문점 중 한 곳을 고르려고 고민하다 우래옥을 꼽게 됐다. 물론 평냉로드의 냉면은 맛이 각각 다르다. 필동면옥의 육수가 조금 더 튀는 맛이라면 우래옥에서는 고소할 정도로 묵직한 소고기 육향이 느껴지는 육수 맛을 볼 수 있다. 지금은 100% 메밀순면을 쓰지 않는다는데, 메밀 함유량이 높아서 다소 거칠게 느껴진다.



반룡산
새콤 매콤 쫄깃 함흥냉면의 정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78길 26 / 02-3446-8966


평양냉면의 인기에 가려져 2인자처럼 자리 잡은 것이 함흥냉면이지만 함흥냉면의 깊은 맛도 평양냉면 못지않다. 반룡산은 함흥냉면뿐 아니라 함흥 지역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함흥만의 국밥인 ‘가릿국밥’이 인기 메뉴 중 하나인데 함흥냉면과 함께 맛봐도 좋다. 보통 함흥냉면 하면 회냉면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서울 중구 오장동에 나란히 붙어 있는 오장동 흥남집, 원조함흥냉면 같은 유명 음식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도 회냉면일 것이다. 반룡산의 회냉면은 새콤 매콤한 양념 맛이 진한 육수와 곁들여져 중독적이다. 그러나 기왕 함흥냉면집에 왔으니 육수냉면, 즉 물냉면을 맛봐야 할 터. 함흥냉면의 육수는 고기육수에 동치미육수를 섞어 내는데 깊고 시원한 맛이 오묘하다. 메밀을 주로 쓰는 평양냉면과 달리 고구마전분을 써서 면발이 쫄깃하다.



동무밥상
옥류관 출신 셰프의 신생 맛집
서울 마포구 양화진길 10 / 02-322-6632


평양의 대표 음식점 ‘옥류관’ 출신의 요리사가 운영하는 이북 음식 전문점이다. 2015년 문을 열자마자 이북 음식을 궁금해하던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인기를 얻었다. 젊은 층에서 이북 음식이 힙하게 느껴지다 보니 동무밥상에도 젊은 손님들이 많다. 흔히 평양냉면 하나씩 시켜놓고 만두며 순대 같은 이북 음식을 곁들여 먹는다. 이곳의 평양냉면 육수는 옥류관의 꿩고기 육수와 매우 흡사하다. 꿩고기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소고기, 닭고기 등으로 맛을 재현했다는 설명이다.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을 생각했다면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실제로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먹어본 사람들은 이 맛이 진짜 평양냉면에 가깝다고 한다. 면도 메밀보다는 밀의 비중이 더 크다. 툭툭 끊어지는 면의 식감은 이북의 것과 똑같다고 한다.



고자리냉면
살얼음 소복, 오이채 수북, 깔끔 시원 칡냉면
경기 고양시 덕양구 호국로 915-45 / 031-969-8250


평양냉면, 함흥냉면이 이북 음식을 대표한다면 남쪽에는 칡냉면이 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지금처럼 ‘주류’가 되기 전에는 웬만한 냉면집에서 칡냉면을 취급할 정도였다. 칡냉면은 칡이 주로 생산되는 전라남도 남원 인근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고자리냉면은 서울과 고양시 인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칡냉면 전문점 중 하나다. 사시사철 식사 때면 줄을 서야 하는데 이곳 냉면은 모양만으로도 여타 냉면을 압도한다. 살얼음이 소복하게 낀 육수 위로 면발과 오이채가 듬뿍 올려져 있다. 칡과 고구마전분 등을 섞어 쫄깃한 면발과 담백한 육수에 새콤한 양념, 오이채가 매우 잘 어우러진다. 육수는 고기육수가 아니라 황태 등을 우려낸다. 겨울이면 칼국수 면에 만두를 얹어 파는 칼만두도 별미다.
  •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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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Hyung-YulCho   ( 2019-07-11 ) 찬성 : 6 반대 : 1
냉면이라는것응 따지고 보면 메밀, 살이아닌 전분으로 만든 국수를 호화 시킨것을 육수, 간장의 팹타이드, 아미노산의 맛, 설탕같은 감미료의 단맛, 초를 비롯한 유기식초를 비롯한 우기산, 등의 결합인데 언론에서 무얼 그렇게 야단법석, 단지 라면처럼 일반화해서 야직까지 대랑 생산을 안하고 있다는 것 뿐 일류 냉면집에서 먹었다고 하늘로 승천 하는 것 아님. 호들갑 그만 떠시기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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