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의 책갈피 ⑬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기성세대인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절박한 이유

글 : 최인아 

우리 책방에서 ‘아티스트 토크’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북 토크가 열리지만 ‘화가의 얘기를 직접 들을 기회는 없구나’라는 생각에서 기획했다. 화가에겐 그림이 곧 언어라 그림으로 말할 뿐 입을 열어 관객과 마주 앉는 일은 극히 드물다. 젊은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그들의 그림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끌어냈다. 어디서 영감을 받아 그런 그림을 그리는지, 작품을 할 때 작가의 머릿속에선 어떤 생각이 펼쳐지는지를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들었다. 듣고 보니 야릇했던 그림이 이해되고, 그림의 매력이 더 크게 다가왔다. 커뮤니케이션이 된 거다.

이 자리엔 아티스트의 부모님도 함께했는데 토크가 끝나자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왜 그렇게 하니?” “왜 빨리 안 하니?” 같은 얘기만 했지 정작 딸의 생각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미안해했다.

이들만의 얘기가 아닐 거다. ‘부모님’을 ‘상사’로 바꾸면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펼쳐진다. 밀레니얼 세대인 90년대생이 회사원이 되면서 조직의 리더와 젊은 사원들 사이의 간극이 아주 커졌다. 회사의 조직 문화를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젊은 사원들은 이 취업 빙하기에도 퇴사를 택하고, 그런 사원들을 보며 윗세대는 “고생을 안 해봐서 그렇다”며 혀를 찬다. 윗세대도, 젊은 세대도 서로가 대략 난감이다.


그저 그런 세대론이 아니었다!

이 책 《90년생이 온다》를 나는 출간 후 몇 달간 묵혀뒀다. 또 그저 그런 세대론이겠지 했다. 한데 우리 책방에서도 잘 팔리는 데다 여기저기서 거론이 많이 되어 관심을 갖게 됐다. 책방 주인이 이런 책을 안 읽을 수는 없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어떻게 일할 것인가’ 같은 주제로 기업 강연도 많이 한다. 뒤늦게 숙제하는 마음으로 책을 잡았다. 그런데 확 읽혔다. 그저 그런 세대론이 아니었다.

제목엔 ‘90년생’을 내세웠지만, 그들을 타깃으로 한 책이 아니다. 90년대생과 함께 일하고 그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해야 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즉 어른들, ‘꼰대’들에게 90년대생은 이런 사람들이라고 가르쳐주는 책이다. 그런데 나는 왜 젊은 독자가 많은 잡지 에 이 책 이야기를 할까. 이유가 있다.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연인 관계에 비유하면, 구애하는 쪽은 확연히 기성세대다. 여러 가지로 필요한 게 많은 쪽은 젊은 세대일 것 같지만 젊은 그들은 아쉬울 게 없어 보인다. 부장님, 상무님의 말에 목매지 않는다.

한 세상 살자면 일을 해야 하고 돈도 필요하지만 그들은 쿨하게 구분한다. 일주일에 닷새는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으로 살고, 자아실현은 퇴근 후 혹은 주말에 하는 걸로. 이러니 조직의 윗분들, 리더들은 전전긍긍이다. ‘젊은 애들’이 열정이 없어서, 회사에 충성을 보이지 않아서, 툭하면 그만두겠다고 해서, 야근을 못 하겠다고 해서, 혹은 꼰대라고 할까 봐, 속으로 무시할까 봐….


90년대생이 본 기성세대론이 궁금하다

하지만 젊은 그들도 혼자 살 수 없다. 선배, 후배는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인식하는 ‘나’의 총합이다. 인식되지 않으면 존재하기 어렵다. 존재는 인식의 합이요, 결과다. 젊은 독자가 많은 에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사회는, 어른은, 선배는 그들을 이런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읽고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래도 좋을 것이,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내용을 다룰 만한 이력을 지녔다. CJ그룹에서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맡아 90년생 회사원을 직접 겪었고, 지금은 브랜드 매니저로 마케팅 일을 하고 있다. 기업의 조직원으로서 또 소비자로서의 90년대생들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묘사한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이 책을 꼼꼼히 읽은 후엔 ‘90년대생이 본 꼰대론 혹은 기성세대론’을 90년대생들이 써보면 어떨까? 그래서 이 책과 미래 책의 저자가 마주 앉아 커뮤니케이션을 해보면 어떨까? 또 그 두 책을 읽은 독자들이 한데 앉아 서로의 시선을 나누면 어떨까?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조직과 사회가 굴러가니까. 선배와 후배,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는 서로 배우고 가르쳐줘야 할 것들을 아주 많이 가진 사람들이다.

글쓴이 최인아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최인아책방’의 대표로, ‘책방마님’으로 불립니다.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최근엔 ‘혼자의 서재’를 열어 ‘혼자력’과 ‘사색력’을 모색하고 전파합니다.
  •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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