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의 속 깊은 인터뷰

이수정 교수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보는 눈 밝은 시선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김선아 

이수정 교수는 여전히 바빴다. 딱 한 달 전, “요즘은 안인득 사건 때문에 바쁘니 한 달 후에 만나자”고 약속한 터였다. 그 사이 잔나비 멤버 유영현과 가수 효린의 ‘학투’가 터졌고,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과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이 일어났다. 그때마다 이수정 교수는 어김없이 언론과 방송에 등장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황과 심리를 분석하고 추측해 사건 해결의 방향타 역할을 했다. 그러다 또 터졌다. 이번엔 곳곳에 물음표가 많은 대형 사건이다. 5월 27일, 전자발찌를 찬 범죄자가 회사 선배 약혼녀를 살해한 사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만난 건 그즈음이었다. “더 미룬다고 안 바빠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오세요”라며 연구실 주소를 문자로 찍어줬다.

이수정 교수에게 묻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똑단발과 네모난 금테 안경, 물기 없이 냉랭한 음성에, 눈싸움 대회가 있다면 세계 1등도 문제없을 듯한 매서운 눈, 그 이면이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이 인 건 KBS2 〈대화의 희열〉에서 그가 흘린 미소 때문이었다. 대화 도중 문득문득 무방비로 새어 나온 미소는 따스하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MBC FM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서 전파한 부부싸움 스킬은 또 얼마나 유머러스한지, 낯설고 생경했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의 미소와 유머라니. 견고한 직업적 페르소나 이미지가 하도 강해 그 이면의 모습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수정 교수의 흔들리지 않는 직업적 사명감의 뿌리는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태어나 보니 범죄심리학자는 아니었을 텐데, 범죄심리학자가 아닌 이수정 교수는 쉬 상상이 가지 않는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범죄심리학을 하게 됐는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은 어디인지 알고 싶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그의 연구실 입구에 서자 피식 웃음이 났다. 문패가 튀었다. 나무판에는 나뭇잎 무늬 장식이 있고 광수생각 서체로 이렇게 쓰여 있다. ‘이수정 교수님’. 학생들이 몰래 달아놓고 갔다고 한다. 연구실 내부에도 학생들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 스승의 날에 받은 롤링보드에서 그는 ‘그.알(SBS 〈그것이 알고싶다〉) 여신’으로 불렸다. ‘바쁘신데도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표현이 많이 보였다.

이날도 역시였다.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도중 그의 휴대폰이 수시로 진동했다. “네, 말씀하세요.” 수화기 너머 질문이 끝나기 전에 그는 또박또박 응답을 다 해줬다. 여섯 건 중 네 건이 범죄 사건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전화였다. 이수정 교수는 언론사 기자 사이에서 전화 잘 받아주는 취재원으로 소문나 있다. 뒤에서 누군가 쫓아오는 듯한 바쁜 호흡으로, 무뚝뚝하고 낮은 목소리로,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막힘없이 답해준다.


도대체 얼마나 바쁜가요?

“너무너무 바쁘죠. 오늘은 유달리 바쁜 게, 최근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과 선배 약혼자 전자발찌 사건이 같이 터졌잖아요.”


숫자로 표현하자면요.

“주요 사건은 2주에 한 건꼴로 터지는 것 같아요. 사건이 터진 직후 3일 동안은 핸드폰에 거의 불이 나고, 일주일 지나면 대책 토론회 같은 게 많이 열려요. 신림동 사건은 스토킹방지법이 없기 때문에 벌금형밖에 나올 수 없어요. 이 법을 만들어달라고 누차 이야기했고, 국회의원들한테도 여러 번 제출했는데 아직 입법이 안 됐어요. 이 법안이 있었다면 안인득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지 몰라요. 이런 이야기를 여론에 하는 거죠.”


법안 입법 진행이 더디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답답하죠, 무진장.”


‘차라리 내가 국회에 진출해서 처리할까?’라는 생각은요.

“어휴, 그걸 왜 해요, 관심 없어요.”


제안도 많이 받은 걸로 알아요.

“제안을 안 받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공식적인 제안은 아직 없었어요. 간접적으로는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정당 활동이 싫어요. 체질에 안 맞아요.”


표창원 의원이 비슷한 케이스인데요.

“그분은 그분대로 원하시는 목표가 있는 거고, 저는 그쪽으로 목표가 아니에요.”


그러면 교수님의 목표는 뭔가요?
한 인터뷰에선 “인정받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고 했는데요.


“저는 연구가 너무 재미있어요. 언론이나 방송 활동도 연구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 연구자 입장에서 지금이 바빠지는 시즌이에요. 학기 중에는 수업 때문에 연구를 할 수 없으니 방학 때 하죠. 조금 전에도 대학원생들과 랩 미팅을 하고 왔어요. 금년에는 소년원에 다니면서 자료 수집을 하려 해요. 법무부 요청으로 소년원 아이들의 비행 성향을 평가하는 심리검사죠. 사회문화적으로 심화되면 과거에 타당했던 검사지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아요. 그 기준을 재표준화하는 작업이에요.”


그런 연구에서 재미를 느끼나 봅니다.

“재미도 있지만, 저와 대학원생들이 하는 연구들은 현실적으로 활용이 되잖아요. 기초연구 중에는 쓰이지 않고 덮이는 연구들이 많아요. 제 연구의 상당수는 그 산출물과 아웃풋이 정책에 반영되니까 더 열정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일종의 사명감이군요.

“사명감이라기보다 그 자체로도 재미있다니까요. 원래 사람들의 개인차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번에 하게 될 소년원 연구에서 우리가 궁금한 건, 어릴 때부터 비행을 반복적으로 하는 아이들의 심리 특성이나 환경 요인이 일반 아이들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거예요. 차이를 정확히 포착해야 대안을 찾을 수 있고, 취약 요인이 있다면 그게 뭔지 알아야 해결 방안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연세대 심리학과 1기 입학생이죠?
문득 어릴 적 꿈이 궁금합니다.


“공부가 재미없었어요. 원래 음악·미술·체육 같은 예체능을 좋아했죠. 그런데 우리 시대에는 예체능으로 대학 가는 일이 흔치 않았어요. 특히 여자는 인문 계열을 선택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요구가 있었죠.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심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왜 그런 행동을 할까?’가 궁금했습니다. 사춘기 때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읽다가 심리학자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당시 우리나라에는 심리학이 일반적이지 않았잖아요. 연대에 심리학과가 생긴 해에 입학했어요.”


형사 정책과 입법에 영향을 많이 끼쳤지요.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법안은 뭔가요?


“아무래도 전자발찌 법안(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죠. 3년 정도 삼수를 한 법안이에요. 원래 성범죄자들에게 다 채우려 했는데, 고위험군을 선별해서 채우도록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선배 약혼자 살해 케이스도 전자발찌 착용자였잖아요. 제가 만든 기준으로 선별된 사람이 출소해서도 위험한 재범을 하는 걸 보면 여러 생각이 듭니다. 불행한 사건이지만, 연구자 입장에서는 ‘내 연구가 제 기능을 하고 있구나’라는 감흥이 있어요.”


최근 학부모 사이에서는 조두순 출소에 따른 공포가 큽니다.
SNS 단톡방 여기저기에서 그의 사진이 공유되고요.


“제 생각에는 조두순이 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낮아 보여요. 나이도 들고, 몸도 쇠약해진 데다가 온 국민이 자기를 주목한다는 것도 알잖아요. 전자발찌를 차고 있으니까 담당 보호감찰관은 목숨을 걸고 지킬 테고요. 이런 상황에서 재범을 저지르기는 굉장히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또 모를 일이긴 하죠.”


재범을 일으킬 유형이 판별되나요?

“여름마다 교도소로 재소자 면담을 다니는데, 어느 정도는 보여요. ‘인간 말종이구나, 껍데기만 사람이고 인간이 아니구나’ 하는 사람부터 ‘얘는 진짜 안타깝다’ 하는 미성년자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요. 재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 분명 있어요.”


예를 들면.

“전력이 화려한데도 반성은커녕 우리를 붙잡고 무전유죄를 토로하는 사람들이요. 세상을 다 적대시하는 이런 사람들은 백발백중 재범합니다.”


이 유형은 교화가 안 되나요?

“교화가 되는 사람도 있는데, 인간다워지기는 쉽지 않아요.”


그런 범죄자들도 언젠가 출소하는데요.

“사회적으로 더 촘촘하게 관리해야죠. 미국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가장 궁금한 것도 그거였어요. 제가 교환교수로 갔던 샘휴스턴주립대 주변에는 교도소가 많았어요. 오전에 교도소에서 프로그램 하고 오후에 수업하는 식이었죠. 그곳 교수한테 물었어요. 과연 진짜 치료가 되냐고요. 매니지먼트는 되는데, 트리트먼트는 안 된다고 해요.”


둘의 차이는.

“착해지지는 않지만, 눈치는 볼 수 있다는 거죠.”


교화는 안 되지만 관리는 된다?

“그렇죠. 재범 확률이 8분의 1로 떨어져요. 누군가 감시한다는 자체가 관리가 된다는 거죠. 재범을 저지를 경우 동선만 체크하면 다 발각되는데, 그걸 알고도 저지를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가족도 없는 곳에 가서 또 인생을 보내다 와야 하는데, 끔찍하죠.”



이수정 교수는 프로파일러 1세대다. 30대 중반이던 1999년 경기대 심리학과 교수가 되고, 교정학과에 배정됐다. 범죄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2000년대 들어와서다. ‘범죄심리학’ 세부 전공은 2002년 생겼고, 프로파일러 개념이 도입된 건 2004~2005년 유영철 사건 이후다. 범죄심리학자로서 20년, 그는 현장형 연구자다. 범죄자가 있는 교도소를 찾아가 흉악범과 얼굴을 맞대고 면담한다. 자신의 저서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에서 그는 이렇게 적었다.

“처음엔 범죄자를 만나면 분노하고 화가 나다가, 이 분노를 극복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 생겼다. 왜 그가 그렇게 되어야 했는지를 알아내려 했다.”


온갖 범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까?

“그렇죠. 확실히 넓어지죠. 인간은 내 기대대로 되는 존재가 아니고, 정말 다양한 유형의 인간이 있다는 걸 알게 돼요.”


더 너그러워지나요?

“그것과는 좀 달라요. 그런데 대학원생들이 이상한 짓을 해도 별로 화가 안 나긴 해요.(웃음) 간혹 대학원생들이 자신의 인형처럼 순종 순응하길 바라는 교수들이 있잖아요. ‘아님 말고’ 식의 이 융통성은 나이가 준 것일 수도 있고, 교도소의 숱한 면담이 준 것일 수도 있어요.”


재소자들이 속마음을 쉽게 열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럴 것 같죠? 저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만나서 내가 뭘 알아낼 수 있을까’ 싶었지만, 한두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나 자기 속 이야기를 어느 정도 해요. 저는 경계심 없는 아줌마 마인드로 다 들어줍니다. 인간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한테 자기 이야기를 하게 돼 있어요.”


살다 보면 누구나 분노하는 상황이 있잖아요. 범죄자와 일반인의 경계는 뭘까요?

“분노는 누구나 느끼죠.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범죄의 이유를 ‘분노조절장애’로 보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분노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스트레스가 많은 세상에서 분노는 생존에 꼭 필요한 전략이에요. 분노를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가 중요해요. 정치인들은 정치 활동으로, 예술인은 예술 활동으로 분노를 풀어내요. 분노를 느끼는 점화 지점이 조금씩 다르지만, 분노가 치밀어오르면 누구나 억제하기 어려워요. 다만 일반인들은 가정교육이나 학교에서 사회화과정을 통해 분노 억제 능력을 키우게 되죠. 분노를 확 표출하면 인생이 고달파진다는 걸 습득하면서.”


사이코패스도 사회화과정을 통해 교화될 수 있나요?

“개인차가 존재하는데, 사이코패스는 조절력을 키우기 가장 어려운 집단이에요. 그들은 분노도 잘 느끼지 않아요. 냉혈한에 가깝죠. 냉혈한은 분노 때문에 사람을 죽이지 않아요. 분노는 기대가 좌절될 때 생기는데, 그들은 욕망의 구조 자체가 달라요.”


악(惡)이 뭔가요?

“저는 애당초 그런 생각을 안 해요. 제 직업에서 가장 지양해야 하는 게 저지먼트(판단)예요. 선(善)과 악(惡)은 심판관의 요소가 강한 개념이죠. 그렇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은 일종의 일반명사처럼 들리기도 해요. 천직으로 여깁니까?

“저는 운명론자예요. 인생은 어쩌다가 굴러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일이 내 체질에 맞을까?’ 이런 생각은 단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저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어요. 세 학교에서 박사를 했고, 출산도 거치면서 5년 정도 늦었어요. 다시 진로를 고민하고 변경하고 그럴만한 주제가 못 된다고 생각했어요. 기회가 주어지면 바로 매진했지, 그게 나에게 맞는지 틀리는지 생각하는 건 사치라고 봤어요. 더군다나 우리 시대에는 여자가 교수 되기 진짜 어려웠잖아요. 교수가 된 것도, 심리학자가 없는 경기대에 온 것도 다 하늘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기자들 사이에서 교수님은 의외로 ‘친절한 취재원’으로 소문이 자자한데요.

“기자와 작가들도 제각각 자기 자리에서 사회적으로 작은 역할들을 하잖아요.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그런 사람들과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건 아니다’라는 부분이 있다면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바꿀 수 있죠.”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안전하고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내 아이들이 애를 낳으면, 그 아이들이 어른들을 신뢰할 수 있고, 아무 데서나 놀 수 있는 세상. 그러면 되는 거죠 뭐.”


그는 인터뷰에서 ‘사명감’이라는 질문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소명’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썼다. 그가 지나온 행로는 ‘소명’으로 수렴된다. 자신이 하는 연구에 도움이 된다면, 대중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는 그 자리가 어디든 갈 준비가 돼 있다. 그는 자신의 책에 범죄심리학자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범죄심리학자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밝게 비춤으로써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이다. 어떠한 보상도 없이 어려운 길을 걸어가려면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실체적 진실 뒤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끝없는 탐구를, 지치지 않고 개척해나가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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