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의 슬기로운 퇴사생활 (12)

두 가지 질문, 서로 다른 결말

글 : 이슬기 

액션건축가의 말
살자.
살아 있는 것처럼.
살면서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남겨둬야 해. 일로 하게 되면, 좋아하는 일마저 재미없어질 수도 있거든. 그건 정말 최악이야. 안 그래?”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다고 결심한 이들을 발견하면 습관적으로 던지는 가시 돋친 이야기도 있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산다고? 굶어죽기 좋은 한가한 소리 하네. 혹시, 너 금수저야?”

좋아하는 일이 재미없어질까 봐, 한가한 금수저가 아니라서, 아니 사실은 겁쟁이라서 사회의, 학교의, 주변 사람들의 조용한 협박에 수긍했다. 한 번, 두 번,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 결정의 순간마다 안전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되자 어느 순간부터는 갈등하지 않고도 ‘조용한 협박자’처럼 질문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100점 받을 수 있겠지?
공부 더 하면, 좋은 대학 갈 수 있겠지?
스펙을 더 쌓으면, 좋은 회사 갈 수 있겠지?
조금만 더 참으면, 행복해지겠지?


‘더! 더! 더! ~만 하면, ~할 수 있겠지?’라는 질문이 이끄는 삶에 지쳐갈 무렵, 마지막 한 방울의 ‘더!’를 쥐어짜 선택한 것은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삶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자격증이었다. 퇴근 후 매일 밤마다, 주말 내내 코피를 쏟으며 독서실의 내 한 몸 겨우 들어가는 좁은 책상 앞에 두꺼비처럼 웅크리고 앉아 두꺼운 책을 외웠다. ‘한 장만 더 보면, 하나만 더 외우면….’

새벽 두 시,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제 곧 괜찮아질 거라고, 모두가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중얼거리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부단히도 애를 썼다.


‘~지만, ~해볼까?’

만약 이번에도 속은 거라면 정말 화가 날 것 같았다. 하지만 누구에게 화를 낸단 말인가? 선택을 강요한 대상이 명확치 않으니, 딱히 화를 낼 대상도 없다. 결국 나였다. 조용한 협박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것도, 선택한 것도 모두 내가 한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세상에 퍼져 있는 활자와 소리, 영상에서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다른 진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 꿈을 좇아. 네가 간절히 원한다면 온 우주가 너를 소망이 이뤄지도록 도울 거야.’

국내 1박 여행도 무서워서 혼자 해본 적 없지만, 배낭 여행자가 되어볼까?
내가 읽어도 정말 형편없이 글을 못 쓰지만, 작가가 되어볼까?
작사, 작곡, 영상 편집 하나도 모르는데,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볼까?
배운 적도 없고, 몸치인데, 연극배우를 해볼까?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은 의외로 쉬웠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데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작해본다는 것은, 심한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번지 점프를 결심할 만큼의 용기가 필요했다.

3, 2, 1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번지!

희망을 담은 듯하지만, 오늘을 저당잡힌 질문 ‘~만 하면, ~할 수 있겠지?’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호하지만, 지금을 나로 살 수 있는 질문 ‘~지만, ~해볼까?’가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모두 나의 인생이다.

글쓴이 이슬기는 한때 회사원이었다.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일 년에 두세 달쯤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며 사업가, 작가, 여행가, 교육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생을 무대로 평범한 사람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삶의 방법을 연구하고, 공유하는 것을 사랑하며 워라밸 연구소 ‘액션 랩’을 운영 중이다. 《퇴사를 준비하는 나에게》 《댄싱 위드 파파》를 썼다.
  • 2019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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