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취향 ⑩ 만두

내 맘대로 고른 만두 맛집 best 4

© 셔터스톡
만두에는 추억이 깃들어 있다.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결혼한 지 5년 지났지만 아이 없이 사는 우리 부부에게는 반복하는 일들이 있다. 5월 4일 ‘스타워즈 데이’에는 꼭 스타워즈 캐릭터 식기를 사용해 밥을 먹는다. 5월 4일은 영화 〈스타워즈〉의 세계에서 인사말처럼 쓰이는 말, ‘포스가 너와 함께하길(May the Force be with you)’에서 따온 기념일이다. 영어로 ‘May the Force’라는 말이 5월 4일을 뜻하는 말 ‘May, Forth’와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다른 기념일도 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만찬 식탁을 차린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남편이 솜씨를 부려 콥샐러드며 스테이크까지 풀코스 식탁을 차려놓고 ‘Buddha’s Cut’이라고 이름 붙인 데서 시작한 ‘전통’이다. 유명 스테이크 전문점 ‘붓처스컷(Butcher’s Cut)’을 패러디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기념일은 12월 31일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우리 부부는 거실을 깨끗이 비우고 마루 위에 신문지를 한가득 깔고 앉아 TV를 보며 만두를 빚는다. 여섯 시간 이상 사골을 우려내고 있는 냄비가 온 집 안을 습기로 가득 채우고 찜통에 물이 끓어오르는 사이 남편은 쉴 새 없이 손을 놀린다.

어떤 해는 김치를 넣어보기도 하고, 어떤 해는 두부를 넣어보기도 했다.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있지만 느긋하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설날을 앞두고 만들어내는 시어머니의 만두소도 해마다 변하기 때문이다. 올해 만두는 썩 맛이 있었는데 김치 속을 조금 덜 털어내 매콤한 맛을 살리고 부추와 대파를 듬뿍 넣어 돼지고기의 잡내를 없앤 것이다.

‘픽사(Pixar)’의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다 보면 항상 앞서 10분 되지 않는 짤막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게 된다. 〈주먹왕 랄프〉 전에 상영됐던 〈페이퍼맨〉이나 〈몬스터 대학교〉 상영 전 봤던 〈파란 우산〉 같은 경우는 놀라울 정도로 멋졌다.

그러나 얼마 전 〈인크레더블 2〉 전에 상영한 단편 〈바오〉는 처음에는 꽤나 실망스러웠다. 한 중국인 여성이 빚어낸 만두가 생명을 얻고 아들이 되어 자라나다가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가면서 여성이 겪는 심리적 변화를 그린 이야기다. 구시대적인 가족 형태와 고착화된 가정 내 성 역할에 대한 묘사 때문에 불쾌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12월 31일, 거실에 앉아 만두를 빚고 있는 남편과 내 모습에서 애니메이션 〈바오〉를 떠올리게 하는 흔적을 발견하면서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만두소를 다지고 함께 만두를 빚고 육수를 끓여 내며 찐만두를 먹어보는 나와 남편은 전통적인 가족과는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아이도 없고, 정해진 성 역할도 없이 ‘포스트모던’한 단출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우리에게서도 〈바오〉의 뜨끈한 가족애가 필요할까.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만두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은 음식도 없다. 연말마다 소를 가득 넣어 빚어낸 한국식 만두, 홍콩과 상하이에서 먹었던 딤섬에 얽힌 여행의 추억 등. 그러니 만두 맛집을 고르는 일은 별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맛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맛있는 만두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남길 수 있다. 만두를 먹으러 가면서 있었던 일, 먹으면서 느낀 감각, 먹고 나와서 나눈 대화 같은 것들.



자하손만두
슴슴한 서울식 만두의 정수
서울 종로구 백석동길 12 / 02-379-2648

© 조선DB
오래전부터 만두는 한·중·일 세 나라에서 이리저리 섞여 제각각의 모양을 만들어왔지만 ‘한국에만 있는’ 만두를 고르자면 육수에 빠진 만두, 만둣국이라고 할 수 있다. ‘자하손만두’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만둣국 맛집이다. 미쉐린 가이드에도 3년 연속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명하다. 자하손만두의 만둣국 육수는 어찌 보면 슴슴하다. 숙주가 들어간 만두소는 집에서 만든 듯 자극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이 집 만둣국을 먹고 나면 MSG 잔뜩 친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것마냥 감칠맛이 남아 만족스럽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음식점 외관부터 만두의 끝맛까지 모조리 소박해 보이지만 사람들로 매우 붐빈다.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좀 불편하고 주차를 하려 해도 발레파킹을 맡겨야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다.



화상손만두
화상이 운영하는 이대 앞 그곳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7길 46 / 02-312-5888

© lus-ty닷com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는 화상(華商)이 운영하는 유명 만둣집 두 곳이 있다. 다른 한 곳은 ‘미스터 서왕만두’. 어느 곳이 더 맛있느냐는 개인의 취향에 달려 있을 정도로 엇비슷한 실력을 보인다. 얇은 만두피에 육즙 가득한 샤오롱바오(小籠包)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미스터 서왕만두지만, 굳이 화상손만두를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튀김만두의 중독적인 맛과 다양한 요리 때문. 미스터 서왕만두에서는 만두만 집중해 먹을 수 있는 반면, 만두에 여러 요리를 곁들여 먹기에는 화상손만두만 한 곳이 없다. 튀김만두는 필수, 오향장육과 홍소완자를 권한다. 고기만두나 김치만두도 두루 먹어봐야 하기에 여럿이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이리저리 앉다 보면 옆 테이블과 나란히 술잔을 기울일 수도 있다. 건물 2층에 있다.



야상해
홍콩 맛집 부럽지 않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23길 6 / 02-749-8666

© vegabond_er트위터
이태원의 숨은 맛집이다. 중국식 만두 다섯 가지와 요리 대여섯 가지를 파는데 뭘 먹어도 실패할 일 없다. 가게가 매우 좁기 때문에 기다릴 때가 많다. 소룡포나 새우만두, 부추만두가 특히 맛있는데 소룡포는 홍콩이나 중국 맛집과 차이가 없을 정도다. 오이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오이만두도 권한다. 오이와 고기가 절묘하게 섞인 맛이 중독적이다. 테이블마다 놓인 중국식 고추기름에 간장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고 만두에 살짝 얹어 먹으면 금세 한 접시를 다 비우게 된다. 가격도 저렴해 종류별로 다 시켜볼 것을 추천한다. 만두만 먹고 나오지 말고 사천식 요리도 한 접시씩 먹는 것이 좋다. 어향가지가 특히 맛있고 사천식 소면으로 마무리하다 보면 잔뜩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가게를 나서게 될 것이다.



코아손만두
단골 많은 부부의 가게
서울 서초구 잠원로 37-48 뉴코아아울렛 1관 지하 1층 / 02-594-3875

© jdreamjee블로그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아울렛(구 킴스클럽) 푸드코트에서 시작한 만둣집인데 주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워낙 오래된 단골이 많아 먼 곳에서 오는 사람도 많다. 주인 부부가 직접 빚어내는 만두는 집에서 먹는 듯 소박하지만 말 그대로 맛있는 만두다. 통만두, 고기만두, 김치만두의 만두피는 얇고 쫄깃해 만두소와 매우 잘 어우러진다. 군만두는 꼭 먹어봐야 하는데 이곳 군만두의 바삭함을 알고 나면 다른 군만두에 시들해질 정도다. 무엇보다 단골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소박한 만둣국에 있다. 육수에 잠긴 만두, 적당히 올린 고명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언제 가도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2019년 03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3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사영진   ( 2019-03-08 ) 찬성 : 1 반대 : 2
중국에 12년 살면서 홍콩을 50번정도 다녔다. 이후에도 자주 들락거린다. 중국에 있는 만두를 홍콩에서는 못먹는것이 많다. 사실 딤섬이라는 것도 2000년대 초만 해도 식당에서 각자 만들어서 판매를 했으나, 여러곳에서 먹어보니 공장에서 제조해서 납품하는듯한 입맛이 남는다. 하여간에 중국---선전이라고 해야겠다. 여기에서는 배추물만두, 부추물만두, 토마토물만두등 담백한 (水饺)물만두를 식초간장에 찍어먹으면 한국만두 못지않다. 여기에다 가격까지 비교하면 냉정하게 보면 한국물만두는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중국음식은 사람이 상상하는 모든 것이 있다. 산시성에가서 먹어보면
 중국음식이 이렇게 담백한것이 있었던가 하고 놀라게 된다. 여기가서 나는 아! 스파케티의 원조는
 중국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물론 나만의 결론이지만 후식으로 나온 西红柿面(토마토국수)를
 먹어보니 로마에서 먹었던 스파게티 못지않게 맛이 좋았다. 홍콩 딤섬중 몇곳은 여전히 스스로 만들어서 파는것 같이 보인다.
  김순옥   ( 2019-03-07 ) 찬성 : 1 반대 : 1
홍콩에서 십 여년 살았는데... 홍콩만두는 느끼해서 손도 안댑니다... 담백한 우리 만두가 백배 더 맛있지요!
  사영진   ( 2019-03-07 ) 찬성 : 1 반대 : 2
홍콩에 50번 정도 다녔다.. 홍콩/중국의 만두와 한국 만두를 비교한다???
 쓸데없는 짓이다. 다 입맛에 따른다. 나는 중국만두가 훨씬 맛있더라..
 
201904

201904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4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