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취향 ⑧ 떡

내 맘대로 고른 떡 맛집 best 4

© 셔터스톡
‘꼬부랑 할머니가…’로 시작하는 노래가 절로 나오는 꼬부랑 산길을 지나, 꼬부랑 소나무가 서 있는 산등성이까지 넘고 나면 너른 들판이 펼쳐진 곳에 자리한 외할머니 집이 보였다. 새벽부터 밤까지 쌀을 빻는 정미소 하나 운영해 7남매를 키워냈다는 외할머니 집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가래떡이었다. 누가 정미소집 안주인 아니랄까 봐 손녀가 놀러 가면 갓 뽑아낸 가래떡 한 움큼 쥐여주곤 했는데, 몇 입 먹다가 물린다며 거절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뒤늦게 세상 어디를 가도 그 맛을 내는 가래떡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할머니는 곁을 떠난 지 오래다.

추억은 취향을 만든다. 자신만의 취향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기억과 경험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어릴 적 추억은 마치 본능처럼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발현되곤 하는데 먹을 것에 관한 취향이 딱 그렇다. 젊을 때는 꺼려 먹지 않던 음식도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고 부모님 닮아 가는 식성을 확인하기도 한다.

떡은, 추억에서 비롯되는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떡을 먹어도 어렸을 때 맛있게 먹었던 떡만 한 맛을 찾기 어렵다. 떡 대신 빵을 먹는 인구가 늘고 떡집이 점차 없어지던 시기에 와서는 아예 추억의 떡을 찾는 사람도 없어졌다. 떡집이란 으레 매장 바깥에 스티로폼에 담긴 떡을 죽 늘어놓은 가게의 문을 열고 ‘얼마예요’ 물으면 떡집 할머니가 느긋하게 일어나 검은 봉지를 들고 떡을 포장해주는 오래된 가게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요즘 떡집 중에는 옛 추억을 뛰어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곳이 많다. 카페 같은 인테리어를 갖춘 떡집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싶을 만큼 모양 좋은 떡도 팔고 먹어보지 않으면 트렌드에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인기 상품도 더러 나온다. 어두컴컴한 떡집, 할머니가 주름진 손으로 끊어 주던 가래떡에만 머물러 있던 떡에 대한 기억이 새롭게 덧칠해지는 것 같은 모습은 낯설지만 즐겁다.

떡에 관한 옛 기억이 있는 사람은 기억에 남는 떡, 기억을 뛰어넘는 떡을 만나러 떡집에 온다. 떡을 먹어본 기억이 드문 젊은 사람은 새로운 맛의 디저트를 맛보듯 떡집을 찾는다. 빵보다도 더, 떡은 세대를 넘어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음식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덕후의 취향에서 소개한 음식이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같은 수식어를 가졌다면 떡은 그렇지 않다. 그냥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것이, 떡이다. 그런 면에서 참치니 김 같은 단조로운 선물세트 대신 떡을 선물해주는 명절을 맞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경기떡집
떡 하나 먹으려 전국에서 몰려드는 그곳
서울 마포구 동교로9길 24

© 경기떡집
전국에서 떡 하나 먹겠다고 찾아오는 이 떡집의 대표 상품은 ‘이티떡’이다. 이티(ET)처럼 못생겨서 붙은 이름이라는데 떡의 모양이 이채롭다. 뭉쳐진 떡고물이 떡 바깥으로 둘려 있다. 붉은 단팥이 아니라 거피팥으로 만든 떡고물은 손에 별로 묻어나지 않는다. 떡은 매우 쫄깃한데 입을 끈적이는 질척함이 아니라 깔끔한 쫄깃함이다. 최연소로 떡 명장에 이름을 올린 경기떡집의 주인 최대한 씨가 자랑하는 떡은 설기인 단호박소담이다. 단호박과 호두, 완두콩이 고루 씹히는 단호박소담은 부스러지기 쉬운 설기와는 달리 적당히 찰기가 있다. 단골 중에는 바람떡을 좋아하는 고객이 많다. 멥쌀을 찌고 쳐서 팥소를 넣은 다음 바람이 들어갈 정도로 눌러 만들어낸 바람떡은 대개 반달 모양이지만, 이곳은 공기를 엎어놓은 모양새다. 팥소를 많이 넣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압구정 공주떡집
흑임자 인절미의 끝판왕
서울 강남구 논현로161길 10

© nana’s kitchen
인절미라는 떡 이름이 충남 공주에서 유래했다는 설화가 있다. 조선 중기 인조가 ‘이괄의 난’으로 피란 가다가 공주 지역에서 진상된 떡을 무척 맛있게 먹고 ‘절미(絶味)’라고 칭찬한 데서 인절미라고 이름 붙였다는 것이다. 유래야 어쨌든 이 때문에 공주는 인절미의 본고장처럼 여겨지곤 한다. 압구정 공주떡집은 전국의 수많은 공주떡집 중에서도 단연 유명한 곳이다. 새까만 색의 흑임자 인절미 덕분이다. 말랑말랑한 떡은 고물에 묻혀 먹기에 매우 찰기가 있다. 인절미 외에도 영양떡이 유명한데 선물세트를 구성하기 좋아 명절에는 주문이 폭주한다고 한다. 온라인으로도 주문할 수 있지만 최소 1kg 이상부터 살 수 있어 먹을 만큼만 사러 직접 오는 사람이 많다.



도수향
이북식 인절미 하나로 명성
서울 강남구 선릉로161길 21-4

© 도수향 인스타그램
원래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 도산공원 사거리에 매장이 있었지만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으로 이전했다. 대표 상품인 이북식 인절미 하나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떡집이다. 명절 무렵에는 수십 번 전화해야 겨우 주문할 수 있을 정도로 만년 문전성시인 곳이다. 인절미는 예부터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지던 떡이지만 북쪽과 남쪽의 모양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북쪽 인절미는 큼직하게 썰어낸 모양이라는데 도수향의 인절미 역시 두 입 정도로 나눠 먹는 것이 좋다. 전통적인 방법 그대로 돌절구에 찧어 만들어낸 떡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쫄깃하면서 담백하다. 일일이 손으로 빚어 만든다고 한다. 떡에 가득 묻어 있는 거피팥 고물은 계속 끌리는 단맛을 낸다. 인절미 외에는 다른 떡을 판매하지 않는다.



과천행복찹쌀떡
30년 전통, 떡집 아닌 빵집에서 팔아요
서울 서초구 방배로 248

© 과천행복찹쌀떡 홈페이지
과천행복찹쌀떡은 떡집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과천의 한 떡집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행복빵집’에서 판매한다. ‘행복의 집 베이커리’로 오랜 시간 알려졌다. 매장에서는 찹쌀떡뿐 아니라 단팥빵부터 치아바타까지 다양한 빵을 함께 판매한다. 고루 평균 이상의 맛을 내기 때문에 빵을 사러 방문하는 고객도 많지만 역시 이 빵집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과천행복찹쌀떡’이다. 30년 전부터 꾸준히 생산되는 이 찹쌀떡의 팥소에는 밤과 마카다미아가 고루 섞여 있다. 달지만 느끼하지 않은 팥소는 자체 생산한 팥을 5시간 졸여 만든다. 떡 역시 계약 농가에서 수확한 찹쌀로 만든다고 한다. 이 찹쌀떡은 떡도 쫄깃하게 맛이 있지만 팥소도 중독성 있게 달아 고루 입안에서 섞인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한 군데, 경기도 과천시에 두 군데 매장이 있다.
  •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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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장종국   ( 2019-01-06 ) 찬성 : 2 반대 : 2
기자는 뜻도 분명치 않은 왜말 "덕후"란 단어를 쓰리 마시오. 편집하는 이들은 도대체 뭣하는 인간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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