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의 책갈피 ⑦

정혜신 《당신이 옳다》

이 책은 진짜다!

글 : 최인아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뜬금없이 웬 마음 타령이냐고 할 테지만 저자 정혜신이 이 책에서 말하려는 바를 한 문장으로 하면 이 질문이 될 것 같다. 존재의 핵심, 마음과 만나라고. 마음에 관해 물으라고.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신간 《당신이 옳다》를 냈다. 처음에는 책 제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 토닥토닥 타령인가’ 했다. 정혜신 선생이 그렇게 썼을 것 같지 않았고 실제로 읽어보니 그런 말이 아니었다. 당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무조건 옳다는 뜻이 아니었다. 마음이 고통스럽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그러므로 옳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진짜’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엔 가짜가 많다. 전문가라는 사람들, 공부 많이 한 사람 중에도 가짜가 넘쳐난다.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당면했거나 의뢰받은 문제에 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입으로만 전문가’가 많다. 그것도 자기 생각이 아니라, 서양의 유명한 사람의 말을 빌려와 그저 인용하는 사람들 말이다. 나는 그들을 ‘인용족’이라 부른다. 그들의 책은 ‘They say’로 가득 차 있다. 책 한 권을 아예 그런 말로 펴내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가 아니라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라고 옮겨 적고는 마치 자기 생각인 양하는.

전문가는 모름지기 계속 질문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작동하는가? 만약 듣지 않고 통하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무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계속 묻고 찾아야 한다. 그런 시간을 거쳐 마침내 진짜로 작동하는 해법에 도달한다.


‘They say’가 아니라 ‘내 생각엔’으로 꽉

정혜신 선생의 이 책이 좋았던 이유다. 그녀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마음이 고통스러운 이들을 치유하며 30여 년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질문을 놓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 마음이 아파 죽을 만큼 힘들어할 때 과연 그들을 살리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붙들고 내내 길을 찾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또한 회의도 한 것 같다. 인간이 과연 신경전달물질로 환원되는 존재인지, 우울증과 공황장애라는 진단이 옳은지, 알약 몇 알이 진짜로 마음을 치유하는 처방인지를. 이런 절박한 질문과 천착 끝에 그녀가 도달한 생각, 그녀의 해법을 담은 것이 이 책이다.

한 생명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을 때 가장 먼저 살려야 할 것이 심장이다. 심폐소생술로 심장이 다시 뛰면 다른 장기는 그 생명의 힘으로 다시 살릴 수 있는 것처럼, 마음도 그럴 수 있다는 통찰이 그녀에게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심리적 CPR(심폐소생술)’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마음이 너무나 힘들어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이조차 심리적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지옥에서 걸어 나오게 할 수 있다고. 그 시작점이 바로 ‘마음이 어떠세요?’라고 묻는 것이라고.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 하지 않고 무조건 그 사람의 존재를 덥석 받아 안는 것이라고. 마음이 어떠냐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며 온 체중을 실어 공감하라고. 공감 또 공감하라고.

이 책엔 어려운 말이 하나도 없다. 유명한 전문가의 이론을 인용하거나 이론을 설명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현장에서 만나고 겪은 사례들, 누구라도 겪음 직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토록 고통스러울 때 그 고통에서 그들을 건져내는 힘에 대해 말할 뿐이다. 그런데 비결이 허망하리만큼 쉽다. 온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

물론 그가 말하는 공감은 우리가 짐작하는 공감과 다르다. 그저 끄덕이거나 동조하는 건 공감이 아니다. 체중을 실어 덥석 안는 것, 나의 경계를 지키면서 상대의 상처에 가 닿는 것. 그것이 진짜 공감이다. 마냥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 구구절절 ‘공감’하는 이상 나도 앞으로 온 마음으로 ‘공감’해보려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았다. 떠오르는 얼굴도 여럿이었다. 힘들게 말을 꺼낸 사람 앞에서 충고랍시고 긴 얘기를 했던 일들. 그래서 어렵게 말문을 뗀 사람이 다시 마음을 닫게 만든 일도 있었던 것 같고, 공감한다면서 그저 건성으로 한 것도 같다. 그런가 하면 내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온 존재를 던져 공감해줄 한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책을 읽는 내내 눈가에 눈물이 번졌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이렇게 하면 진짜 치유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의 힘을 느껴보시면 좋겠다.

글쓴이 최인아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최인아책방’의 대표로, ‘책방마님’으로 불립니다.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최근엔 ‘혼자의 서재’를 열어 ‘혼자력’과 ‘사색력’을 모색하고 전파합니다.
  •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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