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취향 ⑦ 탄탄면

내 맘대로 고른 탄탄면 맛집 best 4

글 : 김효정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 탄탄면공방
미식가를 자청하는 사람이라면 일 년에 한 번 발표되는 ‘미쉐린(미슐랭) 가이드’를 놓칠 리가 없다. 공정하지 않다거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그만한 가이드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이 발표된 것이 올해로 3년째이니 그 사이에 서울의 미식 지도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살펴보는 것도 꽤 흥미롭다.

지난해 미쉐린 가이드에서 눈길을 끌었던 음식점은 빕그루망에 선정된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에머이’였다. 빕그루망은 미쉐린 가이드에서 가볼 만한 음식점에 수여하는 ‘별’을 받을 만큼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내놓는 곳에 주는 칭호다. 2000년대 초, 한국에서 베트남 쌀국수 붐이 일다가 이후 5~6년간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베트남 음식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다시 베트남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특히 유행했던 음식이 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 ‘반미’다. 저마다의 특성을 살린 반미 전문점이 들어섰고 아예 프랜차이즈도 자리 잡았다. 이 흐름 속에 ‘에머이’가 미쉐린 가이드에 포함됐다.

그러니 올해 미쉐린 가이드를 보면 현재 진행 중인 서울 미식지도를 읽어낼 수 있다. 이번 미쉐린 가이드에서 가장 눈에 띈 음식점은 ‘금산제면소’다. 중국 쓰촨 지방의 면 요리 탄탄면을 전문으로 하는 이 음식점은 한 그릇에 1만 원이 넘는 면 요리 하나로 미쉐린 별 하나를 받았다. 그러고 보면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 일색이던 한국의 중식에도 변화가 느껴진다. 요즘 한창 매운 향신료에 갖가지 재료를 볶거나 국물을 내어 먹는 마라샹궈와 마라탕 전문점이 생겨나는 중이다. 중국 음식점도 베이징, 광둥 혹은 타이완처럼 지역 특색에 맞는 요리를 내기도 한다.

탄탄면은 그 흐름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이색적인 음식이다. 탄탄면은 중국 본토에서 넘어온 것이 아니다. 중국동포와 중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에 마라탕 전문점은 더러 있어도 탄탄면은 웬만해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일본 음식점에서 탄탄면을 취급하는 곳이 많다. 일본에서 탄탄면은 마치 짬뽕처럼 인기 있는 중국 음식이기 때문이다.

땅콩 향이 듬뿍 느껴지는 탄탄면을 처음 맛본 것은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 지역의 중국 음식점 ‘양(楊)’에서였다. 국물 없는 탄탄면이 이 가게의 대표 메뉴인데 산초를 듬뿍 넣어 얼얼한 매운맛이 느껴졌다. 쓰촨 요리라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 향에 머뭇거릴 새도 없이, 얼얼하게 매콤한 맛에 중독돼 짧은 여행 기간 두 번이나 같은 음식점을 찾아갈 정도였다.

다음 일본 여행에서는 도쿄 아카사카 지역에 있는 탄탄면 전문점 ‘키스린(希須林)’에서 농후한 땅콩 맛이 느껴지는 국물 있는 탄탄면을 처음 접했다. 닭이나 돼지고기 육수에 땅콩을 갈아 넣은 즈마장을 볶아 낸 고소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제야 일본에서의 이 ‘탄탄멘’이, 한국의 짜장면처럼 중국 음식이 변형돼 인기를 얻은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됐다. ‘라멘’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탄탄면도 라멘처럼 국물을 내어 먹곤 했다.

한동안 탄탄면은 여행자의 느낌을 살려주는 요리로만 인식됐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탄탄면을 파는 곳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에서도 탄탄면은 찾기 어려운 음식이 아니다. 탄탄면만 그럴까. 한국의 미식 지도는 어느새 세계 각국의 문화를 가득 담아 다양하고 풍부해졌다.



탄탄면공방

한국 최초의 탄탄면 전문점


한국 최초의 탄탄면 전문점으로 알려진 곳이다. TV 프로그램에 ‘달인’으로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탄탄면공방의 탄탄면은 일본식 탄탄면이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배워온 비결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본점 격인 서울 홍대점에 가보면 가게의 외양이나 내부 집기가 일본의 라멘집 그대로다. 일반 탄탄면을 시키면 깊은 모양의 그릇에 땅콩 향이 듬뿍 밴 국물과 그 위에 상당한 양의 면이 놓이고 채로 썰어낸 파와 돼지고기 고명이 얹어 나온다. 돼지고기 사골 육수를 기본으로 했다는 국물은 다 마시지 못할 정도로 진하다. 자리마다 놓여 있는 안내문을 보면 땅콩과 캐슈너트를 기름에 볶아 고소한 맛을 낸다고 한다. 안내문에는 ‘맛있게 즐기는 법’도 있는데, 반쯤 먹고 나서는 다진 마늘을 넣어 먹으라거나 남은 국물에 볶음김치와 밥을 넣어 먹으라고 적혀 있다. 대다수 고객이 이를 따라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진 마늘의 풍미에 탄탄면 육수가 흐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전국 11곳에 지점이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비교적 쉽다. 수도권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많이 입점해 있다.




봉자마라탕

중국 본토 탄탄면이 먹고 싶다면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2,7호선 대림역에 본점이 있고 분점 격으로 건대입구역 주변에 매장이 하나 더 있다. 두 매장 모두 이른바 ‘중국인 거리’로 불릴 정도로 중국동포와 중국인이 많이 다니는 곳에 있다. 위치에서 짐작하겠지만 봉자마라탕은 결코 ‘한국인 친화적’이지 않다. 매장 안에 크게 걸린 메뉴판에는 중국어가 먼저 적혀 있고 작은 글씨로 한국어가 덧붙여 있다. 여기서 단단면이라고 적힌 탄탄면을 시키면 점원이 “딴딴미엔?”이라는 중국어로 되묻기도 한다. 중국인 손님이 많다 보니 탄탄면도 중국에서 갓 건너온 것 같은 맛이다. 이곳 탄탄면의 매운맛은 산초가 아니라 화자오로 낸다고 한다. 아예 ‘쓰촨페퍼’라고 불릴 정도로 쓰촨 요리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데 적합한 화자오에는 산초와 여러 가지 향신료가 섞여 있다. 봉자마라탕의 탄탄면 국물을 마셔 보면 마치 라면 국물처럼 향신료의 맛이 강하다. 한국식 매운맛이 아니라 혀가 얼얼해지는 매운맛이다. 땅콩이나 깨 맛도 충분히 느껴지기 때문에 중국 본토의 탄탄면을 먹어보고 싶다면 이곳을 권한다. 가격도 5000원으로 저렴하다.




쮸즈

매콤새콤 육수가 일품


국물 없는 탄탄면이나 일본식 고소한 국물의 탄탄면과는 또 다른 탄탄면을 판다. 딤섬이 맛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대개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딤섬 몇 접시에 탄탄면을 시키는 편이다. 소룡포도 훌륭하다. 탄탄면이 유래된 중국 쓰촨 지방에서도 보통은 국물 없는 탄탄면을 먹지만 국물이 있는 경우도 있다. 즈마장과 산초, 고추기름 등을 볶다가 그대로 물이나 육수를 부어 국물을 내는 방식인데 쮸즈의 탄탄면이 그런 방식이다. 육수를 따로 만드는 일본식 탄탄면이 고소하다면 쮸즈의 탄탄면은 새콤하고 매콤하다. 다소 시큼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얌꿍 같은 태국 요리의 시큼함보다는 덜하다. 향신료의 향과 함께 깨, 다진 파가 잘 어우러져 중국에서 먹는 탄탄면 못지않다. 직접 만드는 면이 아닌데 식감이 좋은 편이다. 매장은 매우 좁다. 식사 시간이나 주말에는 2층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더러 합석해야 할 때도 있다. 대기하면서 주문한 후 추가 주문이 어려우니 미리 넉넉하게 시키는 것이 좋다.




금산제면소

미쉐린 가이드 그 집


방송에 나와 유명해진 정창욱 셰프가 내놓은 탄탄면 전문점이다. 길쭉한 바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노라면 지나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좁은 공간이다. 일본의 라멘 집들이 대개 이런 곳이 많은데 아니나 다를까 정창욱 셰프는 재일교포 4세라고 한다. 일식의 영향을 받았을 법도 하지만 의외로 금산제면소의 탄탄면은 중국 쓰촨 지방의 그것과 흡사하다. 면에 뿌려 먹는 식초도 중국식 흑식초다. 하지만 일본식 탄탄면의 손길이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산초나 마라 향만큼이나 진한 깨 맛이 고소한 국물을 먹는 듯 진하다. 1000원을 내면 추가로 시킬 수 있는 온센다마고(온천달걀)는 가게의 추천 메뉴인데 깨어 먹는 순간 고소한 맛이 더 강해진다. 면에 흑식초를 뿌려 먹으면 고소하고 신맛의 조화가 또 새롭게 느껴지니 탄탄면 한 그릇을 여러 방법으로 느낄 수 있다. ‘제면소’라는 이름답게 면을 직접 뽑는다는데 시중에서는 맛보기 힘든 쫄깃함이 맛을 한층 끌어올린다. 다만 가게가 좁고 좌석이 8개밖에 되지 않아 식사 시간에 가면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 미쉐린 가이드가 나온 후 대기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한다.

  •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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