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전문 댄서(professional dancer)

글 : 안희찬 명예기자  / 사진 :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 채널이 활성화되며 댄서의 활동영역과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 댄서의 활동영역은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유튜브 채널 운영만으로도 웬만한 월급쟁이 부럽지 않은 수익을 거두는 전문 댄서도 꽤 있다. 특히 케이팝의 열풍으로 전문 댄서의 일자리는 사회 분위기와는 반대로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다.
전문 댄서란

기성세대나 춤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가수 뒤에서 춤추는 사람들’로 생각할지 모른다. 과거에 한정하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오늘날은 다르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늘었고, 대중은 언제 어디서나 댄서의 춤을 접할 수 있다. 유명 댄서들은 광고에 출연하거나 수십, 수백만 명의 팬을 거느리는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전문 댄서는 ‘가수를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빛나는 예술가’다.


전문 댄서가 되려면

과거에는 혼자 비디오를 보면서 연습하거나, 댄스팀에 들어가야 전문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춤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춤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전문 댄스 스튜디오가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유튜브 구독자 수 1100만 명의 국내 최고·최대 댄스 스튜디오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약 40개국에서 온 전문 댄서들이 만든 ‘어반 댄스 캠프’, 아이돌 댄스부터 팝 음악까지 폭넓은 댄스를 알려주는 ‘비바 댄스 스튜디오’, 팀제를 도입해 전문 댄서 양성에 힘쓰는 걸스 힙합 중심의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다.


활동 분야는?

일반적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며, 백업 댄서나 안무가, 레슨 등 춤을 기본으로 하는 활동은 물론이고 방과 후 학교, 문화센터, 대기업 세미나 및 워크숍 등의 교육 활동에도 참여한다. 춤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어떤 역경을 견뎌야 하나

트렌디한 비주얼과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칼군무로 무장한 전문 댄서의 화려한 모습만 보고 전문 댄서를 꿈꾸면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제로 재능은 있지만 끈기가 부족해 그만두는 연습생이 많다. 몸을 격하게 쓰는 직업이기에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디스크, 탈골, 골절, 인대 부상, 근육 파열 등 부상의 위험이 크다. 고정 수입이 있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전문 댄서의 힘든 점 중 하나다.


필요한 자질은

춤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타고난 감각도 있어야 한다. 다른 직업군도 ‘소질과 적성’이 맞아야 하겠지만 댄스 분야는 특히 더하다. 선천적으로 춤에 대한 감각이 남달라야 하고, 춤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없으면 끝까지 가기 어렵다. 혹독한 훈련과 연습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끈기와 근성도 중요하다. 또한 팀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협동심과 인성도 중요하다.


수입과 전망은

극과 극이다. 수십, 수백만 팬층을 거느린 댄서는 화려한 삶을 살지만 대부분의 댄서는 엄청난 연습량을 감내하면서 직장인 평균 연봉 이하를 받는다. 대중에게 인정받는 유능한 전문 댄서가 되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동하며 더 넓은 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 유안 대표

댄서의 대중화를 꿈꾸는 안무가

인터뷰를 위해 마포구에 위치한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칼군무’를 뽐내고 있었다. 그들은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무아일체(舞我一體)의 경지를 보였다.
넋이 나간 채로 춤을 보고 있었다. 그때 출입문이 열리고 한 남성이 들어왔다.
이들의 스승인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유안 대표였다.


유안 대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춤에 빠졌다. 유명 댄서들의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춤을 췄다. 춤을 좋아하지만 춤을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그의 꿈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않고 프로그래밍 공부에만 몰두하려 했지만 부모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며 댄스 동아리 활동을 병행했다. 어릴 때부터 춤을 춰온 그는 남들보다 춤 실력이 뛰어났고 덕분에 춤 선생님 역할도 했다. 열일곱 살 때, 동아리에서 함께 춤추던 친구가 프로 댄스팀 오디션에 붙자 그는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댄스팀으로 유명한 ‘ING’에 지원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열여덟 살에 전문 댄서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 당시에는 춤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없었습니다. 프로팀에 들어가는 게 전문적으로 춤을 배우고 백업 댄서로 활동할 유일한 기회였죠. 입단 후 계속 교육을 받고 연습을 하며 무대에 섰습니다. 도제식 시스템이었죠. 이 과정을 거치고 처음 무대에 섰습니다. 신인 가수의 무대였죠.”


2~3년간 연구 기획, 시스템 만들다


‘댄서’라는 직업은 겉으로는 화려하고 멋져 보였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시간이 지나도 댄서들의 처우와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제가 백업 댄서로 활동할 때와 비교해 봐도 지금의 댄서에 대한 처우와 환경은 나아진 게 별로 없습니다. 여전히 열악한 편이죠. 마땅한 대기실도 없을 때가 많고요. 경제적인 대우는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제가 활동했던 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예전에는 가요 프로그램을 보면 9~10팀 정도 백업 댄서를 썼는데 지금은 한두 팀 있을까 말까죠. 오히려 더 안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유안 대표는 이런 현실 속에서 댄서라는 직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고민의 결과는 댄스 회사였다.

다년간 춤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댄서라는 직업은 제대로만 활동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에요. 그렇지만 그렇게 활동하기 위한 시스템이 부족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당시 저한테 레슨을 받던 제자들과 함께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2~3년 정도 연구하고 기획해서 시스템을 만든 후 2016년에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를 세웠습니다.”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는 단순 취미를 위한 스트리트 댄스 스튜디오가 아니다. 유안 대표는 전문 댄서를 양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확립했다. 콘서트, 공연, 안무 의뢰, 수강료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은 일반 스튜디오와 같지만 개인이 아닌 팀을 중심으로 하고 일반 회사의 시스템을 적용했다. 댄서라는 직업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그의 바람을 투영해서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를 세웠다.

“댄서라는 직업을 처음 가졌을 때 ‘왜 댄서는 돈을 못 벌고 힘들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춤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해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일반 회사의 직원들은 새벽에 일어나 아침에 출근해 종일 일하면서 결과물을 만들고, 그게 생산성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댄서들은 그런 체계적으로 삶보다는 그때 그때 일이 발생할 때마다 움직입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여 생산성이 들쑥날쑥한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러니 생산을 위한 시간을 회사처럼 쓰지 않으면서 ‘왜 돈을 못 벌지?’라고 생각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최대한 댄스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방향으로 트레이닝 했습니다. 개인 사무실을 마련하고 연습도 철저하게 스케줄링 하여 관리합니다. 감히 말씀드리는데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에 있는 친구들은 국내에 있는 댄스 스튜디오 중에서 가장 많이 연습하는 친구들일 겁니다. 잘하는 걸 떠나서 연습량은 거의 세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회사랑 비슷한 측면이 있죠. 생산성을 중요시하고, 결과를 내기 위해 돌아가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철저히 따릅니다.”


부모들이 웃으며 나가는 이유


유안 대표는 이 시스템에 맞는 사람들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에는 단계별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만 팀에 합류할 수 있다.

“상담을 하면서 춤을 왜 추려고 하는지, 비전이 뭔지, 꿈이 뭔지 가장 많이 물어봅니다. 그 속에서 인성과 성실함을 보죠. 학원 상담이 아닌 진로 상담의 느낌이 강합니다. 10명을 상담하면 대략 9명은 똑같아요. 어리고, 자신감 충만하고, 불가능은 없다고 믿고, 현실을 잘 모르죠. 그중 한 명은 현실은 잘 모르지만 춤에 미쳐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친구들이 저희와 맞는 편이에요. 대부분 자식들이 원해서 부모님이 억지로 끌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상담 후에는 부모님과 자식들의 표정이 서로 바뀝니다. 자식은 웃으면서 들어왔다가 멘탈이 붕괴돼서 나가고 부모님들은 짜증 내면서 들어왔다가 웃으면서 나가죠. 부모님들이 저를 좋아하십니다. 부모님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주니까.(웃음) 댄서에 어울리지 않는 친구들의 시간을 낭비시키지 않으려 엄격한 기준을 두고 팀원을 선발합니다.”


설립 2년째이지만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는 다양한 시도를 하며 댄서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대표 댄스팀 ‘ALiEN’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콘서트를 개최했다. 8월에는 춤이 중심이 된 앨범을 발매했다. 매월 워크숍을 운영하며 스튜디오의 팬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유안 대표는 지금도 ‘댄서의 업그레이드와 댄서의 대중화’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제 꿈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댄서의 대중화죠. 그동안은 댄서라는 직업이 단순히 연예인을 만드는 메이커(maker) 입장이 좀 더 강했습니다.> 이제는 대중의 전면에 나서서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그 직업을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직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저희 회사가 댄서들의 생태계와 성장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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