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의 책갈피 ⑤

목숨 걸고 ‘나 자신’으로 살기

홍대선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글 : 최인아 

페이스북마다 인스타그램마다 맑게 갠 하늘 사진이 가득하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이런 즈음 시간이 나면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는가?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고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맞고 싶지 않을까? 책방을 하는 나조차 요즘처럼 날씨가 좋으면 놀러 나가고 싶다. 일 년을 통틀어 며칠 안 되는 귀한 시간. 춥지도 덥지도 않아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아주 좋은 시절. 이래서 ‘독서의 계절’이란 말이 생겼단다. 밖으로 놀러 나갈 궁리가 가득이니, 바깥으로만 향하는 시선을 안으로 거두어 책과도 마주 앉자고.

한편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마음 한쪽이 불안해진다. 한 해의 끝이 머지않았기에. 이런 생각을 하던 내게 이 책이 눈에 들어 왔다.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꼭 한 해의 끝자락이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런 물음을 가지면 대개 심리 에세이나 마음에 관해 쓴 책을 찾는다. 아니면 명상 혹은 마인드 컨트롤에 대한 책들이거나. 저자 홍대선은 다른 곳을 바라보았고 철학에서 답을 구했다.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등 근대 서양철학에 족적을 남긴 여섯 철학자를 파고든다. 데카르트, 칸트라니…. 벌써 흥미가 식는가? 아니면 지레 어려울 거라 생각되는가? 조금만 더 내 얘기를 들어보시길.

우리는 철학을 참 심각하게 재미없게 배웠다. 칸트가 왜 순수이성비판을 썼는지, 니체에게 어떤 물음이 있어 ‘초인’을 말하게 되었는지는 제쳐두고 그들의 철학에 주석을 다는 식으로 가르치고 배웠다. 철학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관념일 뿐 매일같이 흔들리며 사는 우리 개인의 삶과는 별 상관없었다.

하지만 철학은 동사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유명 철학자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런 생각과 태도로 살아내는 것, 내 생의 문제를 철학이 일러주는 길로써 돌파하는 것이다.


철학에서 ‘개인’을 만나다

저자 홍대선도 삶의 여러 문턱과 불확실성, 보이지 않는 미래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안했고 방황했다. 그때 그는 철학으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개인’을 발견한다. 정확히 말하면 나 자신으로 살다 간 사람들을 만났다.

위대한 철학자들도 하루하루 흔들리며 살던 사람들이다. 더구나 그들이 살았던 때는 지금 같은 자유민주주의 시대가 아니었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은 위협받기 일쑤였고 공동체와 다른 개인의 선택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런 시대에,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의지와 결단은 종종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들에게 철학은 그저 학문의 연구나 이론이 아니라 시대와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한 길 찾기였고 몸부림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문장은 그가 자기 자신으로 살고 존재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도달한 사유이고 태도였으며, 실제로 그는 그 생각에 의지해 자기 생을 살았다.

우리는 종종 멘토를 찾는다. 특히 갈림길에 서거나 삶의 고비를 만날 때 멘토를 구한다. 도전과 어려움 앞에서 멘토들은 어떻게 길을 찾고 넘어섰는지 듣고 위로받고 용기를 얻고자 한다. 그런 멘토를 철학자들에게서 구해보면 어떨지. 이 책에서 다루는 철학자들을 철학자 이전에 개인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수백 년 전, 시대와 운명과 인생이 던지는 무거운 숙제를 받아 들고, 흔들렸으되 온 힘을 다해 풀어낸 개인들로 바라보면 어떨까?

그러면 달리 보인다. 그들의 분투와 각고 끝에 단단한 개인이 탄생했음을 알게 되고, 나아가 나답게 산다는 것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도전 속에서 단련된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른 문장이 있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 서 있기 때문이다”라는, 아이작 뉴턴의 말. 비록 휘둘릴지언정 내가 나로 살 수 있음은 상당 부분 선배 철학자에 빚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알고 보면 어느 것 하나 거저 된 것이 없다. 지금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 끝에 내딛는 한 걸음은 뒤에 올 누군가에게 길을 열어준다고 믿는다. 세상은 그렇게 이어져 있다.

글쓴이 최인아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최인아책방’의 대표로, ‘책방마님’으로 불립니다.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최근엔 ‘혼자의 서재’를 열어 ‘혼자력’과 ‘사색력’을 모색하고 전파합니다.
  •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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