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의 슬기로운 퇴사생활 (5)

자유의 맛

글 : 이슬기 

액션건축가의 말
자유란, 괴로움과 고독함 끝에 묻어있는 달콤함이다.
최근 한 경연 프로그램을 시작부터 마지막 회까지 챙겨 보았다. 아이돌을 꿈꾸는 친구들의 땀과 눈물이 섞인 성장통이 내 몸에 흐르는 혈관까지 전해져 찌릿찌릿했다. 첫 회에 춤과 노래 실력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지만 노력의 결실로 메인 센터를 맡게 된 친구, 모두 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라이벌 경연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만의 색으로 곡을 해석해 대반전을 만들어낸 팀. 100일의 짧은 기간 동안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단계 도약한 친구들 모두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당신에게도 100일이 주어지면, 그토록 바라던 꿈 하나가 이루어질까?

나는 프로젝트형 인간이다. 다른 사람이 시켜서 하는 일은 쉽게 지루함을 느끼지만, 내가 스스로 정한 일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몇 년의 시간이 걸리든 해낸다. 이 과정을 온전히 느끼는 것, 이것을 나는 자유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는, 자유의 맛에 중독되었다.

새해가 되면 1년의 테마가 될 질문을 정하고, 대답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젝트를 찾아 나선다. 한 해의 큰 주제를 먼저 정하는 이유는,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내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시작하지도 끝내지도 못함을 미리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고 난 후, 해결책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무작위로 적는다. 아이디어 조각들이 모이면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 이름이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해서 바꿔보며, 시작과 과정과 결과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해 본다. ‘FAKE WISH LIST 검열 작업’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은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두근두근! 난 이 순간이 너무 재미있다!)

1단계 거름망에 걸러진 프로젝트들은 2단계 ‘가볍게 시작하는 워밍업 프로젝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등록된 프로젝트에 짧게는 30일에서 길게는 100일까지 각각 적절한 시간을 할당한다. 기간을 정해놓는 이유는 마감이 있어야 움직이는 나라는 사람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이 일을 진지하게 계속해 나가도 될 만큼 즐겁고 가치 있는 일인지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이것을 ‘씨앗을 심는 작업’이라고 부르는데 프로젝트 완수까지의 모든 과정 중 가장 괴롭고 힘든 시간이기도 하다.

처음 하는 일, 그러므로 잘 못하는 일이 익숙해지는 동안 안 쓰던 근육들이 괴롭다고 난동을 부리고,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른 재미있는 일을 하자고 유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려고 마음먹은 만큼은 끝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익숙해지는 순간, 내가 조금은 잘한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이 씨앗을 계속 키울 것인지를 결정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는 키우지 않을 씨앗도 다른 씨앗이 자라는 데 좋은 거름이 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유레카를 외칠 만한 힌트를 던져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3단계까지 올라온 프로젝트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씨앗이 싹이 되고, 무럭무럭 자라 나무가 되고, 꽃을 피우고, 새빨간 열매를 맺을 때까지 계속 돌본다. 아니 돌보아야 한다. 자유의 맛의 절정은 기다림의 끝에 열린 첫 과실을 한 입 베어 먹을 때 느낄 수 있다. 새콤달콤한 과즙이 혀끝에 닿는 그 찰나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나는 지금 깨어있다. 손에 펜을 들고 달과 해가 중첩되는 시간에 나에게 묻는다. ‘이제, 다음에 할 일은?’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지금까지 15년을 ‘나답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매년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리고 이제는 확실히 알고 있다. 지금 걷는 이 길이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의 2018년은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현재, 3단계의 프로젝트 두 가지와 2단계의 프로젝트 세 가지를 진행 중이다.

Q1. 플랫폼에 기대지 않고 자생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Q2. 해외에서 노마드로 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가?


내년에는 어떤 질문이 나를 찾아올까.

1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글쓴이 이슬기는 한때 회사원이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이후, 숱한 실험을 통해 평생 하고 싶은 것 두 가지를 찾았다.
하나는 글쓰기, 또 하나는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돕는 일이다. 내일이 궁금한 삶을 살며, 실행력 연구소 ‘액션 랩’을 운영 중이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걱정 없이》, 《댄싱 위드 파파》를 썼다.
  •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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