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취향 ④ 밀크티

내 맘대로 고른 밀크티 맛집 best 4

밀크티는 ‘로망’이다. 한국에 밀크티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계기부터가 그렇다.

국내에서 밀크티 유행이 시작한 것은 2012년 대만의 버블티 브랜드 ‘공차’에서부터다. 공차의 밀크티는 홍차에 우유를 넣어 휘휘 젓던 기존의 밀크티와는 좀 달랐다. 달곰한 밀크티에 쫀득한 타피오카가 들어간 이 음료는 쩐주나이차(珍珠奶茶)라고 부르는 대만식 밀크티다.

나이차(奶茶)는 홍콩식 밀크티를 말한다. 영어 이름이 좀 이상하다. ‘Silk stocking milk tea’라고 부르는데 차를 우릴 때 스타킹처럼 얇고 촘촘한 면으로 몇 번이나 걸러 내리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나이차는 우유를 넣지 않는다. 부드러워진 차에 무가당 연유를 넣어 달곰해진 상태에서 먹는다. 이 나이차를 차갑게 해 쫀득한 타피오카를 넣은 것은 대만식 밀크티 쩐주나이차다. 나이차와 쩐주나이차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료다.

공차가 대박 날 수 있었던 요소 중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낯선 추억’이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유명하다는 쩐주나이차 매장에 가 보자. 길게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는 꼭 한국인이 있다. 나이차와 프렌치토스트 같은 홍콩식 아침식사를 파는 유명한 식당에 가면 몇 테이블 걸러 한국말이 들릴 정도다.

한국의 미식 문화는 여행과 해외 체류 경험을 통해 수입될 때가 많은데 나이차야말로 그렇다. 약간은 어수선한 거리, 후덥지근한 날씨,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한자의 나라, 그곳에서 맛본 달곰한 밀크티. 밀크티는 새롭고 낯선 추억을 건드리지만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상징 같은 것이다.

한국에서 밀크티가 유행한 것은 ‘낯선 경험’을 잘 활용한 한 카페가 대박을 치면서부터다. 밀크티 덕후에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카페 진정성’에서 한창 유행하던 ‘콜드브루’ 커피 추출 방식을 밀크티에 접목했다. 찬 우유나 두유에 한참 찻잎을 우려 만드는, 이른바 ‘냉침(冷浸)’ 방식으로 만든 밀크티다.

이런 밀크티는 카페마다 손수 제작한 유리병 혹은 플라스틱 보틀에 넣어 판다. 보틀의 모양은 제각각이다. 종종 의미를 새긴 문구도 적혀 있다. 밀크티 만드는 방식도 다양하다. 콜드브루처럼 냉침한 밀크티도 유행하지만 정통 방식대로 끓여 만든 밀크티도 여전히 성행한다. 카페마다 그 나름의 블렌딩으로 홍차 잎을 섞어 최상의 맛을 내려 노력한다. 어떤 원두로, 얼마만큼 로스팅하고 갈아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처럼 밀크티 역시 장인정신이 깃든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덕후들은 이제, 커피 대신 밀크티 가게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카페 진정성

한국식 밀크티의 시작


한국식 밀크티 유행이 시작된 곳이다. 서울에서도 한 시간 정도 달려야 도착하는 경기도 김포의 한적한 공간에 세련된 회색빛 건물이, 하루에 밀크티 3000병은 족히 판매한다는 ‘카페 진정성’ 본점이다. 카페 진정성 밀크티는 ‘냉침’ 방식 밀크티를 선보이며 유명해졌다. 좋은 우유에 24시간 동안 홍차 잎을 넣고 우려 만든 밀크티는 말 그대로 ‘밀크’에 초점을 둔 음료가 됐다. 얼마만큼 우려낼 것인가, 어떤 찻잎으로 우려낼 것인가 시행착오를 무진장 겪었다고 하는데 맛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진정성의 밀크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보틀이다. ‘유리병을 샀더니 밀크티를 넣어줬어요’라는 유머가 있을 만큼 카페 진정성의 보틀은 세련됐다. 널찍한 푸른 잔디가 보이는 카페테라스에 앉아 밀크티 한 잔 마시고 보틀을 한 병 더 사 곱게 바른 네일이 돋보이게 들고 찍어 SNS에 올리는 일은 덕후 아닌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유행이 됐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강남구 도곡동에도 매장이 생겼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나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도 맛볼 수 있다.




프루스트

잃어버린 오감을 찾아서


요즘 서울에서 가장 ‘핫’하고 ‘힙’하다는 동네, 종로구 익선동에 자리 잡은 카페 프루스트는 밀크티 덕후의 취향에 꼭 맞는 경험까지 제공한다. 프루스트는 눈, 코, 입을 모두 만족시키는 경험을 하게 한다. 카페 이름은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에서 따 왔다. 소설 첫 장면에 홍차가 등장한다. 홍차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으며 과거를 떠올리는 주인공. ‘프루스트 현상’은 옛날에 맡았던 향을 통해 과거를 떠올리는 현상을 말한다. 카페 프루스트는 향수 전문점이기도 하다. 카페 한구석에는 다양한 향을 조합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카페에는 향긋한 홍차 향이 가득하다. 홍차를 주제로 한 음료 메뉴에는 프루스트의 밀크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빼곡히 적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콜드 로열 밀크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 대목이 적혀 있는 감각적인 보틀에 담긴 밀크티에는 설탕 같은 화학적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았다. 선인장에서 추출한 천연 시럽 덕분에 덜 달게 느껴진다.




오렌지리프

티 소믈리에의 자존심


‘밀크티 전문점’이라기보다 ‘차 전문점’이라는 표현이 더 옳은 카페다. 서울 연남동 중심 거리에서 골목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보이는 카페 유리창에는 ‘차 한잔 하실래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카페 인테리어는 목재와 브라운 계열의 소품이 조합돼 차분한 분위기다. 이 카페의 문을 연 김진평 씨는 티 소믈리에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이 카페의 메뉴에서 밀크티는 다소 아래쪽에 위치한다. 녹차, 우롱차, 보이차 같은 차향이 가득한 오렌지리프에서 그러나,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음료는 밀크티다. 오렌지리프의 밀크티는 정통 로열밀크티처럼 우유를 직접 끓여 홍차 잎을 우려내 만든다. 아삼을 베이스로 하지만 때에 따라 바닐라빈을 직접 넣어 우린 바닐라 맛이나 망고 맛이 제공되기도 한다. 어느 날에 어떤 맛이 나올지 모른다. 매장 안에서 밀크티를 주문하면 플라스틱 보틀이 나무틀에 담겨 나오는데, 이 나무틀의 인기가 대단하다. 나무 틀에 그려진 잎사귀 그림은 대만 지도에서 영감을 받았다. 제작 단가가 플라스틱 보틀의 몇 배나 된다고 한다. 차를 주문하면 티 소믈리에가 직접 차에 대한 설명을 들려준다.




카페 우디

직접 블렌딩한 찻잎 추출


서울 충무로와 광화문 두 곳에 매장이 있는데 직장인이 많이 다니는 지역의 특성상 평범한 카페처럼 지나치기 쉽다. 특히 충무로 본점의 매장은 좁기도 좁아 10여 명 앉으면 꽉 차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곳에서 파는 밀크티는 어디서도 맛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카페 우디에는 커피나 차 메뉴도 있다. 과일청을 직접 담가 만든 ‘과일담금차’나 매장 안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더치커피도 꽤 인기 있다. 무엇보다 카페 우디는 직접 블렌딩한 찻잎을 베이스로 만든 밀크티로 유명하다. 밀크티의 종류는 때때로 달라진다. 계절에 맞게 가장 적합하게 블렌딩 된 메뉴가 제공된다. 웬만하면 아이스 밀크티를 권한다. 우유 얼음이 가득 담겨 얼음이 녹을수록 진해지는 우유 맛은 밀크티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밀크티 메뉴의 이름도 낯설다. ‘웨딩 임페리얼’은 캐러멜, 너트, 초콜릿이 배합된 밀크티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인 ‘헵번’은 홍차 잎에 크림오렌지와 카카오 향을 첨가해 산뜻한 맛을 낸다.

  • 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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