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 덕후력

김수련의 일상 철학 - 덕질을 하며 깨닫는 것들

‘사랑’과 ‘욕망’의 차이

글 : 김수련 

플라톤은 말한다. 욕망은 난폭한 힘과 마찬가지로 비판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어쩌면 세상에는 그가 욕망하며 바라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욕망으로 가득 찬 자는 단지 그 대상만 바라보느라 다른 것에 소홀해진다. 욕망은 말에게 눈가리개를 하고 전진하게 하는 힘을 주기도 한다. 그것이 추진력이 되고,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 성과에 따라 칭송을 받기도 한다. 많은 이는 그것을 성공한 자의 ‘근성’이라고 칭한다. 출발점과 도달점만 있게 하는 욕망. 그에는 ‘성공’ 아니면 ‘실패’만이 결과로 남는다. 이런 욕망은 한편의 소유욕일 수도 있다.

많은 이는 ‘소유욕’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다. ‘소유욕’과 ‘사랑’의 차이를 설명할 때 종종 예로 드는 것이 있다. 오래전에 키우던 ‘해피트리’라는 나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 거실에는 늘 ‘해피트리’라는 이름의 두릅나뭇과 나무가 있었다. 성인 어깨높이의 이 나무가 있으면 거실 분위기가 좋아졌다. 인테리어를 고려해 언제나 있어야 할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식물이 잘 자라는 광량과 통풍을 고려한 위치가 아니라, 거실 분위기에 어울리는, 내가 원하는 자리였다. 해피트리는 점점 시들었고, 급기야 모든 잎을 떨구며 죽었다. 그러면 같은 나무를 사다 그 자리에 뒀다. 나는 그 해피트리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소유하려고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했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처럼 행복할 수 있고 잘 자라도록 고려했을 것이다. 식물 세계에 입덕(덕후의 세계에 들어감)한 뒤로 예전에 키우던 식물들에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그 욕망의 대상은 사물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그리고 일일 수도 있다. ‘성공’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는 사람과 ‘성공’의 여부는 고려하지 않고 무언가에 빠져서 덕후를 자처하는 사람의 차이는 어쩌면 그 ‘욕망’과 ‘사랑’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전자는 그것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자신을 ‘실패자’라고 생각하지만, 후자는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무언가에 빠져서 사랑하며 즐겼던 그 순간만으로도 행복하며 그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그 대상이 세상의 잣대로 봤을 때 가치가 있든 없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세상이 요구하는 것에 부합했을 때 사람들은 그에게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가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그런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그리고 남들 눈에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상관없다. ‘소유욕’은 그 대상을 소유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리지만,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언가(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많은 이들. 인간의 행복은 무언가를 얼마나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사랑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닐까?

글쓴이 김수련은 소설 《호텔 캘리포니아》 저자다. 대학에서 철학과 교육학을 전공했고 삶의 다양한 길 위에서 수많은 질문을 만났다.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해 ‘소설’의 형태로 그 질문을 세상에 다시 던진다.
  •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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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써니   ( 2018-07-27 ) 찬성 : 16 반대 : 18
좋은글 감사합니다. 김수련작가님 글 기다려지네요. 무더위에 좋은글로 철학하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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