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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구 골골송작곡가 대표

로봇공학도가 만든 고양이 화장실 로봇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소년은 로봇공학자를 꿈꿨다.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소년에게 꿈과 환상의 세계를 보여줬다. 과학과 자연, 인간이 얽히고설킨 미래가 유년 시절을 가득 채웠다. 수학과 과학에 뛰어났던 소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 유학을 떠났다.
대학에서 기계와 제조를 전공하면서 자신만의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 청년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고양이를 위한 똑똑한 로봇 ‘라비봇’을 만들었다. 노태구(31) 골골송작곡가 대표 이야기다.
라비봇은 반려묘를 위한 로봇이다. 모래 위에 용변을 보는 습성을 가진 고양이를 위한 자동 화장실 청소기다. 고양이가 용변을 보고 나면 갈퀴가 움직여 모래 속 이물질을 걸러낸다. 이뿐만 아니다. 모래가 부족하면 스스로 저장고에서 모래를 꺼내 채워 넣고, 스마트폰으로 반려묘의 배변 활동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목걸이 인식표와 연동하면 고양이 무게를 인지하고 화장실 찾는 횟수와 머무르는 시간 등을 데이터화해 건강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다양한 기계와 연동해 고양이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로봇공학자를 꿈꾸는 청년이 첫 로봇으로 고양이를 위한 화장실 로봇을 만들었다니 이유가 궁금했다.

“해군 장교 복무 시절에 관사에서 1년 동안 고양이를 키웠어요. 크림색 털을 가져 ‘뽀송이’라 이름 지었죠. 어느 날인가 고양이가 다리를 절뚝거리기에 병원에 데려갔더니 전염성 복막염(FIP)이래요. 당시에는 치료 방법이 없었어요. 논문도 찾아봤지만 답이 없었죠. 그 사이 염증이 온몸으로 퍼졌고, 확진 2주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힘든 경험이었어요. 반려동물이 아프면 보호자는 발만 동동거려야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고양이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고양이가 가장 흔히 걸리는 질환 중 하나가 비뇨기질환이다. 화장실 환경 관리도 중요하지만, 평소 고양이가 얼마나 자주 화장실을 가는지, 이용 횟수와 시간, 몸무게 등이 검사에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된다. 라비봇은 이 같은 데이터를 수집해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고양이 자동 화장실이 기존에 없던 상품은 아니다. 다만 라비봇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입혔다는 면에서 다른 제품과 비교해 똑똑하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가장 불편함을 느낀 부분이 화장실이에요. 고양이 용변을 치우고 모래를 보충해주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죠. 라비봇의 가장 큰 장점은 모래 자동 충전입니다. 라비봇은 모래 한 포대(6.5kg)를 온전히 다 채울 수 있어요. 화장실 관리 주기를 크게 늘려 편의를 도왔죠. 장기간 집을 비워도 걱정이 없어요. 미국과 유럽은 휴가를 길게 가는데, 배설물 감당이 어려워 고양이를 유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라비봇이 유기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말에 뿌듯했습니다.”

노 대표는 기능 외에도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청각이 예민한 고양이는 기계식 화장실을 꺼릴 수가 있다. 그래서 라비봇의 소음을 26.5데시벨로 줄였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정도의 소음이다. 암모니아의 94%를 잡아준다는 야자수 활성탄을 넣어 항균 처리했고, 배설물이 묻어나지 않도록 코팅했다.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배설물 분리기 설계였어요. 분리기에 쓰인 갈퀴는 간격과 두께에 따라 효과적으로 배설물 분리가 안 되거나 모터에 부하가 걸리는 등 문제가 많았어요. 시중에 판매되는 고양이용 화장실 모래를 종류별로 테스트해 최적의 설계 조건을 찾는 데 공들였습니다.”


사전 주문 순식간에 마감


라비봇은 아직 시판 전 단계지만 수요가 꽤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처음 선보인 지난 1월 국내 펫 산업 박람회 당시, 1000여 명의 관람객이 출시 소식을 알려달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지난 3월에는 ‘와디즈 펀딩’을 통해 사전 주문을 받았는데 순간 접속자 수가 폭주해 서버가 마비될 정도였다. 펀딩 개시 30여 분 만에 한정수량 777대가 모두 팔려 2억 7000여 만원 매출을 달성했다.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서도 라비봇은 아직 공장에서 머물고 있다. 애초 6월 시판 예정이었지만 조금 더 확실하게, 제대로 된 제품으로 출시하기 위해 두 달간 공정 과정을 거쳐 8월에 배송할 계획이다.

“크라우드펀딩은 기금 모집을 받는 순간부터 제작에 들어갑니다. 기성품이 아직 없는 단계에서 투자를 받는 거죠. 개발품을 양산으로 끌고 가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문제를 예측해 대비하고 대안을 짜야 하죠. 사용자들이 물건을 사용하다 보면 지속해서 문제점이 발견될 거예요. 불편사항일 수도 있고, 품질 문제일 수도 있죠. 문제를 아예 없앨 순 없어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견기업에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제작을 맡겼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좀 더 나은 애프터서비스(AS)를 해주기 위함입니다. 믿고 펀딩해준 분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골골송작곡가 사무실은 매일 밤 불을 환히 밝히고 있다. 노 대표는 동료들과 사무실에서 먹고 자는 게 다반사다. 사무실에는 1년 전에 직원이 데리고 온 길고양이 삼순이가 함께한다. 길에서 살던 시절 다리 하나가 골절됐는데, 그대로 굳어서 지금까지도 장애가 있다. 삼순이는 라비봇의 첫 고객이자 가장 중요한 테스터다.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삼순이 하나로 테스트할 순 없어요. 하지만 다리가 골절된 삼순이가 불편함 없이 라비봇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죠. 라비봇을 다각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결국 생명을 향합니다


노태구 대표는 유년 시절에 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전쟁과 평화, 과학과 자연의 대립이 담긴 작품들이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전쟁 로봇이 정원에서 새를 키우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한다. 파괴를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자연을 돌본다는 아이러니한 설정이 그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에게 “로봇(라비봇)이 고양이를 키우는 거네요” 하고 물었더니 “맞지만 틀리다”고 답했다.

“라비봇의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면 로봇이 고양이를 키운다고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로봇이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키운다는 말에는 책임이 필요합니다. 사람과 반려동물은 가족 사이이니까 유대를 쌓고 추억을 만들어 가야 해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죠.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에요. 추억을 만드는 건 생명을 가진 존재만이 할 수 있습니다.”

‘골골송’은 고양이가 만족스럽고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다. ‘골골송작곡가’라는 사명에는 고양이가 기분 좋아할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 로봇을 만들고 있지만 결국 생명을 향한다는 그의 깊은 속내를 담은 말이기도 하다.
  •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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