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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와 꽁냥꽁냥〉 배성태 작가

모든 일상은 특별하다

두 마리의 고양이 망고와 젤리, 그리고 아내와 함께하는 네 가족의 일상이 예술이 됐다.
배성태 작가의 그림은 그렇게 일상을 파고든다. 작품은 배 작가만의 것이 아니다.
독자들은 그의 일상에 공감하며 행복을 얻는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37만 명에 달한다.
배 작가를 그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상수동 편집숍 ‘스튜디오 썸띵’에서 만났다.
텅 빈 말풍선은 외롭지 않다. “빈칸을 채워주세요,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일지 몰라요.” 작가의 한마디에 수많은 사연이 댓글에 닿는다. 여느 라디오 DJ 못지않은 사연 수집 능력을 지닌 주인공은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32) 작가. 배 작가 특유의 파스텔톤 그림과 따뜻한 사연이 만나면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평범한 일상도 그림으로 그려지면 특별함을 갖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느낄 기회를 나눠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특별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빈칸을 채우시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일상이 전하는 따스함은 그의 그림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고양이 털이 가득한 집을 청소하는 풍경, 함께해줘서 고맙다며 서로를 토닥이는 남녀. 배 작가는 아내 그리고 고양이 망고, 젤리와 함께하는 신혼 생활을 그린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작품을 모아 《구름 껴도 맑음》을 출판했으며, 매주 웹툰 〈집사와 꽁냥꽁냥〉을 웹툰 사이트 ‘저스툰’에 연재 중이다. 현재 작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어는 37만 명에 이른다.


길에서 태어난 망고, 군에서 데려온 젤리


배 작가는 자신의 본업을 주부와 집사, 부업이 일러스트와 만화라 말한다. 2015년 10월, 4년간 만난 아내와 결혼식을 올리며 그의 ‘안사람’ 생활이 시작됐다. 프리랜서 작가인 그에게 집은 작업 공간이자 삶의 터전이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니 자연스레 출근하는 아내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게 됐다.

“아침에 눈뜨면 정리를 시작해요. 깔끔한 환경에서 작업이 더 잘되는 편이라. 일이 있는 날엔 그림을 그리고, 그렇지 않은 날엔 아내, 망고, 젤리와 시간을 보내요”


개나 고양이를 기르기로 한 아내와의 약속 덕분에 지금은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가 됐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긴 작가에게 고양이는 반려동물로 안성맞춤이다. 매일 산책 시켜줘야 할 필요도 없고, 작업할 때 서로의 거리를 유지할 수도 있다. 입양을 결심하고 나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책장에 고양이 관련 책이 가득해요. 입양하기 전에 미리 지식을 쌓고, 책임감 있게 기를 수 있을지 판단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작정 길러선 안 된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때 공부한 게 지금 웹툰 작업에도 도움이 됐어요.”


노란 털을 가진 첫째 고양이 망고는 길에서 태어났다. 지인이 데려다 임시 보호하던 고양이를 배 작가가 입양하면서 첫 번째 가족이 되었다. 몇 달 후, 군부대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 젤리를 데려와 현재 네 식구를 이루게 됐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은 작품 세계에도 영감을 불어넣었다. 곁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망고와 젤리의 온기, 이를 함께 느끼고 공유하는 아내와의 일상. 그림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흘러가 버렸을 순간은 어느새 작품의 주된 소재가 됐다. 작가는 본인의 작품을 집 앞 산책하는 것처럼 편안한 그림이라 칭한다.

“신혼 생활의 어느 날, 흘러가는 일상을 붙잡아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일이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시작한 거였습니다. 일종의 자기만족이랄까. 내가 즐겁기 위해 그린 그림인데 사람들 반응이 좋아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만화가를 꿈꾸던 중학생


배 작가는 한때 만화가를 꿈꿨다. 쉬는 시간이면 그림을 그리던 아이. 선생님과 교실 풍경을 소재로 그린 그림은 친구들에게 인기였다. 그는 작은 칭찬에 즐거움을 느꼈다. 만화가가 되고자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 진학했지만, 꿈은 마음처럼 쉽게 이뤄지는 게 아니었다.

“그림을 곧잘 그렸지만 스토리를 만드는 힘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만화는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생각했죠. 만화를 포기했고, 사회로 나와선 일러스트 작가로 일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지만,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만화만 보고 살았던 그에게 일러스트는 생소한 분야였다. 주변에 도움을 구할 곳도 없어 고군분투해야 했다.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을 활용했어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참고해 수없이 따라 그리며 연습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만의 그림체가 나오더라고요.”

상업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던 그에게 새로운 활력이 생긴 건 결혼 덕분이다. 작업 틈틈이 그린 일상 그림이 대중에게 사랑받기 시작했다. 네 컷에 불과했지만 만화도 조금씩 그렸다. 반응이 좋으니 여기저기서 연재 제안이 들어왔다. 아내와의 일상은 책으로, 집사 생활은 웹툰으로 살아났다.

지난 5월, 그는 고백을 주제로 한 토크쇼에 참여했다. 사랑의 시작인 ‘고백’에 대한 사연을 받아 배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시인 태재가 글을 쓰는 행사였다. 현장을 찾은 독자들은 자신의 사연을 나누고 작품을 즐겼다. 작가와 독자들이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는 바로 ‘공감’이다.


“처음엔 일상을 그려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아내와 나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우리 일상을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처럼 느끼는 독자들이 많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공감의 힘을 알기에 그는 앞으로도 독자들과 일상을 나눌 예정이다. 다음 목표는 육아 웹툰이다. 아이가 생긴다면, 아빠가 되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다고 작가는 말한다. 웹툰을 통해 초보 집사의 생활을 그린 것처럼 말이다. 육아 관련 지식을 쌓은 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육아학습서를 그리는 게 목표다.

“일상을 그린 그림이 사랑받는다는 건 특별한 일이에요. 지금은 마냥 예뻐 보이는 일상이 나이가 들면서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죠. 저에게만 좋은 그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따뜻함을 전할 수 있는 그림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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