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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 언어의 감도(感度)

순간의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언어의 온도》 이기주 + 《모든 순간이 너였다》 하태완

이기주 작가 © 말글터
당신은 난생처음 책을 안고 두근대던 날을 기억하는가. 어릴 적 부모님이 전집으로 꽂아준 한 질짜리 세계문학이나 위인전기는 제외다. 책방의 책장 사이를 하릴없이 걷다가, ‘쿵’ 하고 다가오는 책을 만난 날. 빳빳한 새 책을 고이 안고 돌아와 펼쳐 보던 기억 말이다. 그 기억은 조심스레 페이지를 넘겨 글의 속살을 새기며 읽던 추억으로 이어진다.

SNS에 익숙해진 소셜미디어 세대는 더는 문장을 찾아 책방에 가지 않는다. 애써 찾지 않아도 문장은 이미 ‘지금, 여기에’ 있다. 좋아하는 작가를 팔로잉하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그의 말들은,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독자에게 닿는다. 작가는 독자에게 24시간 연결되어 ‘오늘 하루 잘 지냈는지’, ‘힘들지는 않았는지’ 안부를 묻는다. 여기에 누군가는 ‘좋아요’로 인사하고, 누군가는 ‘공유’로 응답한다. 일면식 없이도 쓰는 이와 읽는 이는 이미 다정한 이웃이어서 일상다반사를 공유한다. 나의 언어와 너의 반응을 나누는 일은 이렇게 힘이 세다. 그 장력은 SNS의 범람으로 책과 멀어졌던 이들을, SNS를 매개로 책으로 끌어당기는 역설을 일으킨다. 생전 책 한 번 사본 일 없던 이들이 난생처음 책을 산다. SNS로 모인 문장들이 책으로 출간되면, 가장 먼저 응답하는 건 이들의 구독자다. 반가운 마음으로 한달음에 책을 산다. 페이지를 넘기며, 아끼던 문장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이기주, 말을 아껴 글을 씁니다

2016년 8월 19일 출간된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는 2018년 4월 9일 100만 부를 찍었다. 말과 글이 지닌 따뜻함과 차가움에 대한 에세이이다. 말하는 사람은 시원해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을 입는 말의 위협에 대해서, 한 끗 차이로 끓는점과 녹는점을 오가는 언어의 온도에 대해서 썼다. 언어가 얼마나 민감한 도구인지 손끝으로 문장을 만들어본 이들은 안다. SNS로 배달되는 다감한 글들은 읽는 이의 감수성도 덩달아 높였다. 취향은 세분됐고, 제각기의 취향은 제각기의 말들과 공명했다. 그 미세한 차이에 집중한 《언어의 온도》는 독자의 반응도 솥처럼 뭉근하게 끌어올렸다. 2016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책이 2017년에 베스트셀러로 역주행하더니, 2018년에는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됐다. 출간한 지 반년이 지나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이례적이다. 더구나 이 에세이는 그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에 관해 쓴 글이다.

독자들은 그의 글이 ‘무심한 듯 섬세하다’고 ‘따뜻한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기주 작가는 책을 내고 온라인에는 손품을, 오프라인에는 발품을 팔았다. 대형 문고뿐 아니라 지역 작은 서점에 들러 독자를 만났고, SNS에 남긴 댓글에는 정성껏 답글을 달았다. 자신을 팔로하는 사람들의 SNS를 함께 팔로잉하는 것도 그의 정성이다. 그는 자신의 글을 읽어준 사람의 SNS에 찾아가 그의 글을 읽는다. 그리고 ‘좋아요’를 누른다.

독자는 그의 글만큼, 그의 소통 방식에 감동한다. 연예인을 실제로 보면 감동하는 것처럼, 스타 작가가 내 글에 찾아와 흔적을 남기는 일은 설렘을 남긴다. 이기주 작가는 자신을 소개하는 글에 이렇게 썼다.

“책과 사람을 그저 음미합니다. 남의 생각과 삶을 평가할수록 우리는 가벼워지기에, 타인의 세계를 존중할수록 우리는 깊어지기에.”

그러니까 그가 말하는 ‘언어의 온도’에는 문장의 온도뿐 아니라 생각의 온도, 행동의 온도도 담겨 있다. 모든 행위가 언어다. 책 역시 말, 글, 행동의 세 파트로 나뉜다. 세계적인 석학의 강연보다 부모님의 말 한마디가 인생에 도움이 될 때가 있고, 신문 경제면의 기사보다 동네 편의점 사장님의 한마디가 더 피부에 와 닿는 경우가 있다.

이기주는 “일상에서 건져 올리는 글감에는 그런 생명력이 있다”고 말한다. ‘눈과 귀로 채집한 글감을 가슴으로 들여다보는’ 게 그의 글 쓰는 법이다. 그 때문에 독자를 억지로 잡아당기지 않는다. 감동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사실 그의 책의 첫 독자는 어머니다. 어머니가 읽는다고 생각하고 현학적인 말이나 어려운 말들은 간결하게 바꾼다. 독자들이 걷기 좋은 ‘활자의 숲’을 만드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그는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모든 사람은 글로 연결되어 있다


“이미 세상의 모든 사람이 글로 연결되어 있고 글로써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글이야말로 최상의 포트폴리오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는 책을 낸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글을 판단하는 건 더는 평론가나 심사위원이 아니다. 구독자다. 등단의 개념이 사라진 출판계에서 더 많이 소통한 이들일수록 더 많이 노출될 기회를 갖는다. 한기호 소장은 ‘생각한 것을 글로 쓸 수 있을 때 개인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며 매일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 인생이 달라진 이들을 소개했다. 3월 첫 주부터 4월 마지막 주까지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등에서 베스트셀러 1~3위에 오른 하태완 작가가 그렇다. 그의 책 《모든 순간이 너였다》는 89쇄를 찍었다. 그의 글은 인쇄되기 전부터 이미 50만 명 정도의 팔로어가 읽고 있었다. 구독자는 독자가 되어 그의 책을 샀다. 책을 만든 위즈덤하우스의 허주현 편집자는 “SNS에서 구독자와 활발하게 소통하는 하태완 작가를 주목해 왔다”고 말했다.

하태완 작가는 ‘글 쓰는 무거움’을 떨쳐버리라고 말한다. 꼭 멋진 단어로 빛나는 문장을 써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실 그가 SNS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마음이 무너질 대로 무너져 다 망가진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원래는 음악을 하고 싶었습니다. 성대에 이상이 생겨 노래를 할 수 없게 되면서 큰 절망에 빠졌어요. 글을 쓰면서 그 우울을 견뎌냈습니다. 그런데 제 글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그 글이 다시 저를 위로했습니다. 음악과 글은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창작자의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그렇게 전달된 메시지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는 면에서는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는 ‘#letterwoan’ 이라는 아이디를 쓴다. 매일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너에게’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쓰던 글은 《너에게》라는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그를 팔로잉하던 이들은 책 출간 소식을 들으면 바로 반응한다.

“SNS에 올라오는 글을 읽을 때는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건넨 위로에 덩달아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면, 책에 적힌 글을 읽을 때는 오롯이 자신만을 위로해주는 말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하태완, 50만 명 팔로어의 힘

하태완 작가 © 위즈덤하우스
하태완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글은 ‘너와 살고 싶은 계절’이다. ‘너와는 여름에 살고 싶어 / 차갑지 않은 햇볕이 내리쬐고 / 퍽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 / 식고 싶지 않다는 말이야 / 이왕이면 철이 들지 않는 것도 좋겠다 / 우리는 계속 뜨거울 수 있어 / 차가운 표정은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으니까’로 이어지는 글은, 결국 너와 함께하는 계절이라면 여름이든, 봄이든, 가을이든 상관없다는 고백으로 끝난다.

“저는 대개 글을 쓸 때 누군가에게 하고 싶지만 그런 용기가 나지 않는 말들을 쓰고는 합니다. 애초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차마 건네지 못했던, 못할 것만 같은 말들을 전하기 위해서였거든요.”

작가는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을 쓰고, 독자는 듣고 싶었지만 듣지 못했던 말을 듣는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비밀편지’를 운영하는 박근호 작가는 3년 동안 신촌에서 5000장의 손편지를 써서 여기저기에 붙였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날들이었다고 한다. 이 글들이 모여 책 《전부였던 사람이 떠나갔을 때 태연히 밥을 먹기도 했다》가 됐다.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를 낸 최대호 작가는 “매일 괜찮다는 내용의 글을 쓰면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의 힘을 믿게 되었다”고 한다.

문학동네에서 출판 마케팅을 담당하는 나해진 마케터는 이 작가들의 매력으로 ‘개성, 그리고 어설프지 않은 리얼리즘’을 꼽았다. 이들은 우리 곁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현실을 반영한다. 그렇게 생활에 밀착된 글들이, 독자와 밀착하면서 취향의 공동체를 만들어낸다는 분석이다. 그 때문에 SNS든 책이든 다른 이의 언어를 읽는 ‘독서’는 여전히 유용하다. 이기주 작가는 평소 오르한 파무크의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가 글을 쓸 때 되뇌는 문장이기도 하다.

“당신 주머니나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는 것은, 특히 불행한 시기에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다른 세계를 넣고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이 주머니나 가방에 책이 아닌 스마트폰이 들어 있어도, 그 약효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 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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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 2018-06-01 ) 찬성 : 16 반대 : 16
쓰레기던데
 감동도 없고
 배울점도 없고
 느껴지는것도 없고
 공감도 안되고
 글을 잘쓴다는 느낌도 없고
 비싼돈 주고 이걸 왜샀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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