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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의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이성 또는 동료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은?

호감의 심리학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주 만나면서 친숙해졌다거나(근접성과 친숙성), 혹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든가(유사성), 아니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이 있거나(상보성), 내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수 있는(유용성)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외모, 능력, 성격 등과 같이 좋은 특성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가깝게 지내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좋은 특성과 호감은 어떤 관계일까? 이들 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좋은 특성 중 외모는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첫인상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사람들이 누군가를 소개받을 때, 내심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은 말은 그 사람이 잘생겼는지 혹은 예쁘게 생겼는지가 아닐까. 성격이나 능력 그리고 사회적 지위 등은 그다음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잘생기거나 예쁘게 생긴 사람을 좋아한다. 심지어 갓 돌이 지난 아기도 예쁜 사람에게 안기려 한다. 왜 사람들은 미남 미녀를 좋아할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일단 보기 좋으니까. 아마도 아름다움, 즉 미(美)가 가져다주는 보상이 그들을 좋아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은 미모가 지닌 방사효과(放射效果)이다. 방사효과란 외모가 출중한 사람과 함께 있음으로 인해 개인의 주가가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길거리를 지나면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의 연인(예, 미녀와 추남)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남자의 사회적 지위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뭔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연인이 없는 싱글들이 파트너 동반 모임이나 축제에 초대받을 때, 함께 갈 파트너의 외모에 집착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우리가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찾는 또 다른 이유는 미의 후광효과(後光效果 : 한 가지 장점 혹은 매력 때문에 나머지 것도 다 좋아 보이는 현상)다. 사람들은 외모와 능력 혹은 성격 간에 아무런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들이 지능이 높고 능력도 있으며, 성격도 좋을 것으로 생각해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후광효과는 성인뿐 아니라 아주 어린 아이들도 경험한다. 다이언(Dion) 등은 아이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서술한 종이에 예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사진을 부착하고서 사람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연구하였다.

그 결과 이 내용을 본 어른들의 평가가 각각 달랐다.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예쁜 아이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 예쁘지 않은 아이에 대해서는 엄격한 태도를 보였다. 더욱이 아이의 외모와 행동성향 간에는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원인 설명이 달랐다.

예쁜 아이의 경우, 원래 착한 아이인데 우연히 실수를 했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두둔한 반면, 예쁘지 않은 아이에 관해서는 원래 못되고 고약한 성격이어서 그러한 잘못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외모로 인해서 누군가는 용서받고 누군가는 용서는커녕 더 나쁜 아이로 평가받는 부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외모에 대한 편견은 성인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심리학자 시걸과 오스트로프(Sigal and Ostrove)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이들은 실험을 위해 절도죄와 사기죄로 죄의 유형을 달리하여 범죄기록을 작성하고 그 기록부에 미모가 뛰어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의 사진을 붙였다.

이를 대학생들에게 제시하여 범죄 사실을 읽게 한 다음 각각의 여성에게 형량을 선고해보라고 했다. 그 결과 절도죄의 경우 미모가 뛰어난 여성에게 현저하게 낮은 형량을 선고하였다. 선고 이유를 물으니 앞서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잘못에 대한 원인 설명과 유사했다. 즉, 예쁜 여자는 원래 착할 것이고 따라서 절도죄를 저지른 데는 그만한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만 놓고 본다면 출중한 외모는 우리가 세상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무기, 즉 개인적 자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모에 대한 편견은 왜?


그렇다고 해서 외모가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앞서 연구에서 범죄 사실을 중년의 남자를 유혹해 유령회사에 투자하도록 한 사기 사건으로 구성한 경우에는 매력적인 여성에게 더 엄한 형량이 선고되었다. 왜 그랬을까? 사람들은 이 여성이 자신의 미모를 도구 삼아 범죄를 저질렀기에 진짜 죄질이 나쁜 범죄자라고 본 것이다. 이 같은 결과가 주는 함의는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자신의 매력을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해를 끼칠 경우에는 그에 대한 응징도 매우 강력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외모에 대한 이러한 편견을 형성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책과 대중매체를 통해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미(美)와 선(善)의 결합을 습득했다. 우리가 어릴 적에 읽고 보았던 동화책과 애니메이션 속의 주인공들은 다 잘생기고 예뻤으며, 능력도 있고 친절하고 착했다. 이에 반해 주인공이 아니거나 주인공을 괴롭히는 못된 인물들은 대부분 외모가 떨어지거나 험상궂은 사람들이었고 성격 또한 괴팍했다.

이와 같은 미와 선(혹은 추와 악)의 결합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은 착하고 성격도 좋고 심지어 능력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 즉 고정관념을 갖게 된 것이다. 개인의 외모와 행동성향 간에는 서로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美)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불편함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은 온당치 않은 것 같다.

최근 들어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외모가 다양해지는 것은 미(美)는 곧 선(善)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본다. 또한 외모는 떨어지지만 매력적인 사람들이 영화나 TV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외모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호감과 능력


우리가 타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또 다른 요소는 능력이다. 탁월한 능력을 상징하는 높은 지위나 유명 대학 졸업은 배우자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배우자 선택이 아니더라도 친구를 고를 때 이왕이면 능력이 뛰어난 유능한 사람을 찾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이들 능력자는 내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여러모로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과 호감 간의 관계에도 제한 조건이 있다. 사실 능력자들은 평소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 행동 성향이 있는데 이들이 인간적인 허점을 보일 때 우리는 그들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수효과(失守效果)라고 부른다. 평범한 사람이 실수를 하면 이미지가 나빠지지만, 전문가나 유명인이 실수하거나 ‘허당기’를 보이면 그들에 대한 거리감이 없어지고 오히려 이미지가 더 좋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한 조직에서 능력도 출중하고 업무도 완벽하게 처리하는 직원이 매번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리고 본인은 왜 우리 조직은 나 같은 인재를 몰라주냐고 항변하는 경우를 본다.

왜 이 사람은 승진이 늦어지는 것일까? 지나치게 유능하고 완벽하다는 것은 그의 유능성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지만, 주변 사람들(선배나 동료)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승진 경쟁이 치열한 조직일수록 유능한 인물의 등장은 모두를 긴장시킨다. 따라서 이러한 인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를 받게 된다. 이러한 견제는 상사나 동료들의 성과평가나 인물평가에 반영되어 그의 성공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의 경우, 가끔 허점을 보이거나 작은 실수를 통해 자신에게도 인간적인 면이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실수효과). 그래야 주위 사람들이 그를 좋아한다.

이러한 유능한 인재들이 회사에서 상사나 선배가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 있다. 본인이 탄탄한 실력을 겸비한 능력자라 하더라도 주어진 업무를 혼자서 완벽하게 처리해 능력을 과시하기보다는 가끔은 선배나 상사에게 그 일을 물어보거나 상의하고 처리하는 것이다.

능력이 출중한 부하나 후배가 자신에게 물어보고 일을 처리했다는 사실은 선배나 상사의 입장에서 그가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인정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뛰어난 후배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기분 좋은 일이고 자신의 가치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후에 후배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짐과 동시에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후배를 칭찬하고 자신이 도와준 사실을 자랑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부각하고자 할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 자신이 좋은 사람임을 알리기 위해 도와준 사람을 칭찬하면서 자신의 선행을 이야기한다.

다음의 우화가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동물들이 사는 마을에 여우네 가족과 토끼네 가족이 이사를 왔다. 이사 온 첫날 이 두 가족은 다른 동물 가족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여우네는 떡을 만들어 돌렸고, 토끼네는 이집 저집 돌면서 이삿짐 정리에 필요하다며 연장을 빌렸다. 두 가족이 없는 어느 날 동물들이 모였다. 거의 모든 동물 가족들이 여우네는 이야기하지 않고 토끼네만 이야기를 하더란다. 그들 이야기는 토끼 아빠가 망치가 없다며 빌리러 왔기에 빌려주었는데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참 좋은 분인 것 같았다는 식이었다. 결국 베풂을 받은 쪽보다는 베푼 쪽이 더 호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렇듯 호감을 끌어내기 위해서 친절과 호의를 베푸는 방법도 있지만 상대가 나에게 친절과 호의를 베풀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외모와 성격 중 어느 쪽이 중요할까

마지막으로 우리는 좋은 행동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좋은 행동특성이란 어떤 것일까.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친절함, 책임감, 성실성, 사려 깊음, 정직, 관대 및 유머감각과 같은 특성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성에 호감을 가질 때, 이러한 행동 특성과 외모 중 어떤 것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까.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첫 대면 혹은 단기간 만남에는 외모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관계 혹은 배우자 선택에서는 외모보다는 좋은 행동 특성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전 이야기를 해보자. 대학에서 여학생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았던 잘생기고 운동도 잘하는 남자 선배가 있었다. 그리고 남자 후배들이 누나라기보다는 형처럼 따랐던, 그 당시로는 보기 드문 매우 비만한 여자 선배도 있었다. 어느 날 이 두 선배가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각자 짝을 만나 결혼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가 청첩장이 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청첩장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선배들이 결혼한 후 신혼집에 초대되어 갔을 때,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남자 선배에게 했다. 언제부터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결혼을 결심했냐고. 남자 선배 왈, 처음에는 그냥 단순히 선후배 사이로, 그러면서 자주 만나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마음 씀씀이와 좋은 행동 특성들이 눈에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 데는 외모도 작용하겠지만 오랜 만남을 위해서는 성격과 같은 좋은 행동 특성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김정인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다양성관리연구소 소장으로 남녀소통, 성격과 리더십, 성격과 건강, 남녀 파트너십, 양성평등, 폭력예방 등을 주제로 강의 및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한국여성수련원 교육연수부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등을 역임하였고, 한국여성심리학회 이사, 한국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협회 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연구자문위원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희롱 행동의 이해와 실제》, 《경력개발과 적응(인적자원관리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경영학에 여성은 없다》가 있다.
  •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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