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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오? 45평짜리 손바닥만 한 거예요”

한순간에 관계를 망치는 결정적 말실수 모음

[편집자 주]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어라.’
중요한 자리에서의 실언은 역사를 바꿀 만큼 결정적이다. 역사적인 베를린장벽 붕괴는 동독 정부 대변인의 사소한 말실수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에서 다섯 차례나 총리를 지낸 요시다 총리가 물러나야 했던 것도, 2008년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까지 모두 민주당에 내줄 수밖에 없었던 것도, 2012년 올림픽이 파리가 아니라 런던에서 치러진 것도 모두 말실수 때문이었다. 책 《결정적 말실수》의 저자 박진영 씨는 “말실수는 한 번 내뱉으면 되돌릴 수 없는 ‘자기 자신에게 쏜 화살’과 같다”며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실수를 안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평생을 묵상하며 살아온 이해인 수녀는 ‘날마다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해 준 신에게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치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누구도 실언하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다만 학습을 통해 이를 줄이고 깊이 공감하는 대화 방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책 《결정적 말실수》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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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세종 때 판중추부사 벼슬을 지내고 있던 민대생이라는 인물이 아흔 살을 맞았다. 정월 초하루에 조카들과 손자들이 와서 세배를 하고 축수했다. 한 조카가 100세 인생을 누리시라고 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민대생이 버럭 화를 냈다.

“내 나이가 지금 아흔 살인데 백 살까지 살라는 건 앞으로 10년만 더 살라는 말이 아니냐. 그런 박복한 말이 어디 있느냐.”

그러고는 조카를 쫓아내버렸다. 그다음 사람은 절을 하면서 말을 바꿨다.

“100세까지 사시고, 또 한 번 100세를 누리십시오.”

민대생은 크게 기뻐하며 음식을 잘 차려 먹여 보냈다고 한다.

조선 중기의 문인 성현이 지은 《용재총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사람은 아무리 오래 살더라도 계속 삶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만약 아흔다섯 살인 노인에게 “꼭 백 살까지는 사셔야 해요”라고 한다면, 이 또한 수습 못 할 실언이 될 수도 있다. 역지사지,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하라는 말이다. 공감과 배려가 여기에서 나온다. 상대방의 처지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하는 말은 실언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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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 임원인 K씨는 ○○대학 출신이다. 명문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특성 있는 학교다. 그는 사석이나 공적인 자리에서도 종종 학교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별로 좋지도 않은 ○○대학 출신이지만….”

이 말이 나올 때마다 그 대학 출신 직원들은 고개를 숙였다.

겸양하려다가 폄하가 되어버리는 실언 사례는 아주 많다.

“우리 집이오? 45평짜리 손바닥만 한 거예요.”

“그 친구 월급 아직 500만 원도 안 돼요. 그래 가지고 어디 애 우유나 제대로 먹이겠어요?”

이런 말들은 듣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서는 상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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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을 잘하기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혀가 미끄러진’ 경우가 있다. 미국은 2014년 6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포로로 잡혀 있던 보 버그달 병장을 석방시키기 위해,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감금되어 있던 아프간 재소자 5명을 풀어주는 거래를 했다. 이 거래와 관련해 NBC와 한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이 결정이 ‘나의 정부(my government)’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 정부를 누가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오바마의 속마음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혀가 미끄러진다는 표현은 말실수 중에서도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을 드러내버린 말실수에 초점을 맞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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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유희열 씨가 2015년 4월 3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토이의 단독 콘서트에서 한 말이 논란이 되었다. 유희열 씨는 “내가 공연할 때 힘을 받을 수 있게 앞자리에 앉아 계신 여자분들은 다리를 벌려달라. 다른 뜻이 아니라 마음을 활짝 열고 음악을 들으란 뜻이다”라고 말했다. 콘서트는 별일 없이 끝났다. 하지만 콘서트가 끝난 뒤 발언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수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유희열 씨는 토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경솔한 저의 가벼운 행동과 말에 아쉽고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계셨을 텐데, 무척이나 죄송해지는 밤이다”라고 사과했다. 그의 농담이 콘서트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별 불쾌감을 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말 그 자체가 냉정한 평가의 도마에 올랐다. 상대 또는 말의 대상이 된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고 해도, 자신에 대한 평판을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았다면 실언을 한 것이다. 유희열 씨의 경우는 발 빠른 사과로 잘 수습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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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에서 2014년 10월 방송한 ‘엄마말 번역기 러브맘’에서 엄마는 쉼 없이 말실수를 한다.

“엄마, 나 학교 갔다 올게.”

“얘, 기다려봐. 포클레인 한 입만 먹고 가.”

딸은 엄마가 수저로 먹여주는 것을 받아먹으며 안타까운 듯 말한다.

“엄마, 콘플레이크겠지.”

그뿐만이 아니다. 엄마는 ‘키친타월’을 ‘치킨타월’이라고 발음한다. 또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을 ‘로그아웃’이라 하기도 하고, 일본의 피겨스케이팅 선수 ‘아사다 마오’를 ‘아타마 가오’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말실수는 좀 해도 괜찮다. 왜? 엄마니까! 사람은 나이가 들면 말실수가 잦아진다. 본인이 말실수를 해놓고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엄마를 자식이 부끄러워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노인 중에는 외국어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가 적지 않다. 어느 택시 운전기사는 ‘메리야스 호텔’에 가자고 해도, 더 묻지 않고 ‘메리어트 호텔’에 바로 데려다준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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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꼰대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제일 첫 번째 항목이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하고, 나이가 나보다 어리면 반말을 한다’이다. 나이를 묻는 심리의 밑바탕에는 나이로 서열을 정하려는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꼰대 테스트는 그것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꼰대 테스트 항목에는 이런 것도 있다. “연애사, 자녀 계획 등 사생활도 인생 선배로서 내가 답을 제시해줄 수 있다”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꼰대라 하는 것은, 조언을 바라지 않으니 사생활을 간섭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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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는 남자라고 따로 표시하지 않으면서, 여자에게만 특별히 여성임을 표현하는 사례는 여배우 외에도 여교수, 여의사, 여대생 등이 있다. 심지어 신(神)조차도 여신이 따로 있다. 남성 중심 사회가 오래 이어져온 데 따른 산물이다.

‘의사와 소년이 낚시를 하고 있다. 소년은 의사의 아들인데, 의사는 소년의 아버지가 아니다. 그럼 이 의사는 누굴까?’

답은 어머니다. 답을 빨리 말하지 못한 사람은 혹시 의사는 남자라는 고정관념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박진영

전남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KBS광주와 교통방송 등에서 15년간 MC와 아나운서로 일했다. 프리랜서로 독립한 뒤 본격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했다. 여러 대학과 공공기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서 ‘공감과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고 있다. 현 전남대 객원교수, 공감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저서로는 《아나운서처럼 매력 있게 말하기》가 있다.
  •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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