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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신중하면서도 너무 무겁게 다루지 않는 데 성공한 영화” – 《뉴욕타임스》

당신의 인생을 바꿀 영화 ② 〈인생은 아름다워〉

서양 속담에 ‘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는 말이 있다. 시절 좋고 상황 괜찮을 때 원만한 관계를 맺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먹고살 만할 때 어깨동무하는 건 초등학생도 한다. 하지만 시절 나쁘고 상황이 엉망일 때 곁을 지켜주는 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역경에 처했을 때 본모습이 나온다.

80년 인생을 살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지만, 사람의 일생 가운데 가장 힘든 고난은 아마도 전쟁일 것이다.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행동의 연장”이라는 명제로 유명한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Karl von Clausewitz, 1780~1831)도 말했다. “전쟁은 욕심과 자만에서 탄생되며 눈물과 고통, 피만 남게 되는 비참한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스페인 내전(Spanish Civil War, 1936~1939)에 참전하고 그 경험을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담은 바 있는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또한 “현대전에서는 더 이상 아름답거나 보기 좋은 죽음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은 아무 이유 없이 개처럼 죽을 것이다”라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 1997)는 그러한 전쟁에 처한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엉뚱하게도 코믹 요소를 섞었다. 영화의 전반부는 사랑에 빠진 청년이 가족을 이루기까지의 모습이다.

로마에 갓 상경한 시골 총각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운명처럼 만난 상류사회 여인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에게 첫눈에 반한다. 이미 약혼자가 있던 그녀를 재치와 유머로 사로잡은 귀도는 그녀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분신과도 같은 아들 ‘조슈아’를 얻는다.


가장 로맨틱한 장면은?


서점을 꾸리며 행복하게 살던 어느 날, 아들의 다섯 살 생일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군인들은 유대인인 귀도와 조슈아를 수용소행 기차에 실어버리고, 도라 역시 수용 대상이 아님에도 기차에 따라 오른다. 귀도는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무자비한 수용소 생활을 단체로 참가한 게임이라 말해주고 1000점을 제일 먼저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상으로 주어진다고 말한다.

영화는 어른이 된 조슈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것은 동화처럼 슬프고 놀라우며 행복이 담긴 이야기다.”

이 말대로 귀도는 신분 차이를 넘어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얻는다. 귀도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진심어린 유머다. 가령,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달리던 귀도가 우연히 도라와 부딪혀 넘어지는데 그때 그의 대사는 “안녕하세요. 공주님!”이다.


가진 것 없이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귀도는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계속하고 그때마다 “안녕하세요, 공주님! 또 당신이군요. 어떻게 이렇게 자꾸 만나죠?”라며 유쾌하게 인사를 건넨다. 그 밝고 엉뚱한 매력에, 부모가 정해놓은 약혼자가 마뜩하지 않던 도라는 호감을 갖는다.

특히 사교 모임에 억지로 참석했던 도라와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친구의 차를 빌려 운전대를 처음 잡은 귀도가 빗속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은 영화의 가장 로맨틱한 신이다. 그녀의 집 앞에서 헤어지며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귀도 : 당신에게 잊고 말하지 못한 게 있는데….

도라 : 말해 봐요.

귀도 : 내가 얼마나 당신과 자고 싶은지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예요. 하지만 나는 이 말을 아무에게도, 특히 당신에게 결코 말하지 않을 거예요. 이 말을 하게 하려면 나를 고문해야 할 거예요.

도라 : 어떤 말이오?

귀도 : 당신과 자고 싶다는 말. 단 한 번이 아니라 반복해서 계속.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결코 말하지 않을 거예요. 미치고서야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심지어 나는 당장 당신과 자고 싶어요. 바로 지금, 그리고 내 평생 동안.



국내 상영 때 “당신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라고 무난(?)하게 번역을 해놓았던데, 원래는 ‘성관계를 갖고 싶다(I want to make love to you)’는 직접적 대사다. 그래야 귀도라는 인물의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이 ‘자고 싶다’는 발언을 통해 오히려 더 도드라지는 것이다.

귀도 역을 맡은 로베르토 베니니는 이탈리아의 유명 코미디 배우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그가 감독도 맡았고, 각본까지 직접 썼다. 도라 역의 니콜레타 브라스키는 실제 그의 부인이다. 흠 잡을 데를 찾기 어려운 이 영화에서 옥에 티가 바로 니콜레타 브라스키의 ‘발 연기’이다. 처음에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그녀의 표정이 잠깐 신선하게도 느껴지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연기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그녀의 모습이 화면 몰입을 방해한다.

이는 〈고래사냥〉(1984),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의 흥행 영화를 만든 배창호 감독이 결혼 후 〈러브 스토리〉(1996)에서 자신의 아내 김유미를 주연으로 출연시킨 경우를 떠올리게 만든다. 섞여서는 안 될, 아내에 대한 애정과 작품의 완성도가 엉켜든 불행한 사례일 것이다.


웃음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드러내다


2차대전의 비극을 코믹 요소를 가미해 영화로 만들 때 가장 큰 리스크는 불행한 역사를 희화화했다는 비난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해서도 실제 일부에서 그런 비판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이들이 대부분 공감하듯 로베르토 베니니는 웃음을 통해 도리어 전쟁의 비극성을 더욱 절감하게끔 영민하게 극을 이끌어 간다.

일례로 어린 아들과 함께 거리를 걷던 귀도가 ‘유대인과 개는 출입 금지’라 써 붙인 상점 앞을 지나는 장면이 나온다.

조슈아 : 왜 유대인과 개는 못 들어오게 해?

귀도 : 그들은 단지 유대인과 개가 상점에 들어오지 않길 바라는 거야. 누구나 자기가 바라는 대로 하는 거지. 조슈아, 저기 철물점 보이지? 저긴 스페인 사람과 말 출입 금지야. 저쪽 편엔 약국이 있지? 어제 아빠가 캥거루를 데리고 나온 중국인과 함께 약국에 들어가려 했더니 “우린 중국인과 캥거루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그러더구나. 중국인과 캥거루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단지 그런 거야.

조슈아 : 우리 서점에는 누구나 들어오잖아.

귀도 : 아니, 앞으로는 우리도 써서 붙여 놓을 거야. 싫어하는 거 있어?

조슈아 : 거미. 아빠는?

귀도 : 아빠는 서고트족(Visigoths) 야만인을 싫어하지. 내일부터 이렇게 써 붙이자. ‘거미와 서고트족은 출입 금지.’ 아빠는 서고트족이라면 아주 신물이 난다니까.



로베르토 베니니의 명연기


나치 독일의 광기 어린 ‘인종 청소’로 600만여 명의 유대인이 학살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관객들로선 영화의 이런 코믹한 장면에서 깊은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 영화 개봉 당시 세계적 권위지 《뉴욕타임스》 또한 “역사를 신중하면서도 너무 무겁게 다루지 않는 데 성공한 영화”라 칭찬했다. 이는 물론 천연덕스러운 로베르토 베니니의 명연기 덕분이다. 제7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 영화로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도 받았는데, 미국인이 아닌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경우는 〈햄릿〉(1948)의 영국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 이후 두 번째였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등 주요 4개 부문 후보로도 올랐다. 수상 후보로 지명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오스카상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3개 부문에 동시에 오른 인물로는 〈시민 케인〉(1941)의 오손 웰스, 〈애니 홀〉(1977)의 우디 앨런, 〈레즈〉(1981)의 워렌 비티 이후 통산 네 번째였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장면은 여자 수용소의 아내를 찾아나선 귀도가 군인들에게 발각되고 어쩌면 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 골목 철제 박스에 숨겨둔 아들 쪽을 바라보며 코믹한 발걸음으로 장난기 어린 윙크를 보내는 신이다. 어떠한 현실에서도 늘 밝았던 아버지 귀도다운 마지막 모습은 로베르토 베니니의 페이소스 가득한 얼굴로 인해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이 됐다.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 영어 제목 Life Is Beautiful)의 제목은 러시아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가 멕시코 망명 중 스탈린에게 암살당할 것을 알게 된 직후 정원에서 아내를 바라보며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적은 데서 따왔다고 한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비관주의자는 모든 기회에서 난관부터 보고, 낙관주의자는 모든 난관에서 기회를 찾는다.(The pessimist sees difficulty in every opportunity. The optimist sees the opportunity in every difficulty)”라고 말했다.

영화 내내 귀도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도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다.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으며 행동한다. 마치 “어떠한 고난에서도 사랑과 용기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 인생이란 정말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웅변하는 듯하다.

처칠이 말했다. “나는 낙관주의자다. 다른 것이 되어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다.(For myself I am an optimist ― it does not seem to be much use to be anything else)” 왜 아니겠는가?
  •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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