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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의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남녀가 옷을 고르다 싸우는 까닭은?

오감에 대하여

우리는 눈, 코, 귀, 입 그리고 몸과 같은 감각기관을 통해서 세상 정보를 입수한다. 흔히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이라고 부르는 감각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대단히 중요한 외부 자극을 받아들여 환경 적응에 필요한 정보와 판단 근거를 제공한다. 그만큼 감각기관은 우리의 삶에 중요하다.

우리는 한시도 빠짐없이 감각기관을 사용하지만 그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왜 눈이 두 개인가’ 혹은 ‘왜 귀는 두 개인가’ 질문을 하면 그냥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그 말도 맞는 말이지만, 두 개의 눈과 귀는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사람이 공간에서 움직이려면 자신의 위치를 지각(깊이, 거리 및 방향)해야 한다. 물리적 공간 내에서 위치를 인식하려면 시각단서를 이용해야 하는데, 한쪽 눈만으로도 가능한 단안단서와 양쪽 눈이 사용되는 양안단서가 있다. 단안단서는 평면에서도 거리를 판단할 수 있는 원근법(예를 들면, 그림을 그릴 때 가까이 있는 산보다 멀리 있는 산을 흐리게 색칠하는 것) 같은 것이 그 예일 것이다.

양안단서는 해부학적으로 양쪽 눈이 동공을 중심으로 평균 6.5cm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두 눈의 망막에 맺히는 상(image, 像)이 각기 다르다는 점을 활용한다. 이러한 차이를 양안불일치(혹은 망막불일치)라고 하는데, 불일치의 크기가 물체의 상대적인 거리나 깊이를 지각하는 데 영향을 준다. 양안불일치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손가락으로 사물을 가리킬 때처럼 검지를 세우고 양쪽 눈의 중간에서 20∼30cm의 거리를 두고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감았다 떠보면 손가락의 위치가 다르게 인식된다.

이렇듯 두 눈에 다르게 맺히는 상을 뇌는 협응하여 받아들임으로써 깊이와 거리를 지각하게 된다. 이러한 양안단서의 소중함은 한쪽 눈만 사용할 경우 잘 드러난다. 눈병이 나서 안대를 하고 계단을 내려갈 때를 생각해보라.

평상시 아무렇지도 않게 잘만 내려가던 계단이건만 깊이와 거리지각이 잘 되지 않아 매우 불안하고 조심스러울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양쪽 귀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아주 작은 시차를 두고 귀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러한 도달 시간의 차를 통해서 우리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지각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소리와 관련하여 남자들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잘 인식하는 반면, 여자들은 소리의 종류를 잘 구분한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능력이 원시시대 때부터 남자들은 밖에서 사냥을 하고 여자들은 동굴에 남아서 많은 아이들을 돌봐야 했던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자들은 사냥을 나가서 사냥감 포착을 위해 소리가 나는 방향에 대한 민감성을 발전시켜야 했을 것이다. 반면 동굴에 남아서 온갖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아야 했던 여자들은 밖에서 놀고 있던 한 무리의 아이들 중 누군가가 위험에 처해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트렸을 때 그 아이가 내 아이임을 즉각적으로 인식하고 대처하기 위해 소리를 잘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켜 왔을 것이라고 보았다. 갓 태어난 아이들이 모여 있는 신생아실에서 어떤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을 때, 아이의 엄마가 즉각적으로 자신의 아이임을 알아채는 능력은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어쨌든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이 두 눈과 두 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공간에서의 위치지각과 움직임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조물주가 만들어주신 것은 아닐는지!


여성들의 색상 감각이 남성보다 뛰어난 이유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각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

임상심리학자이자 가정의학 전문의인 레너드 삭스는 미술시간에 남녀 아이들의 크레파스 사용이 다름을 언급하였다. 남자아이들은 차가운 색조의 크레파스를 6개 이하로 사용하고 여자아이들은 따뜻한 색조의 크레파스 10개 이상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해부학적 측면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가 눈을 통해서 어떤 대상을 보게 되면 망막에 상이 맺히고 그 상은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되어 인식된다. 이때 상이 맺히는 망막에는 시세포가 존재하는데, 밝은 빛을 감지하고 색상을 구분하는 원추세포와 어두운 빛과 형태를 감지하는 간상세포가 있다. 통상 여성이 남성에 비해 원추세포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해부학적 차이가 색상지각에서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고 색상에 대한 민감성이 뛰어난 여성과 달리 남성은 상대적으로 색감이 무디다. 여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빨간색을 인식하고 그 차이도 감지해낸다. 버건디, 루비레드, 자몽레드, 레드와인색 등. 그러나 남자들은 이 모든 색이 빨간색 하나로 통일된다. 파랑, 초록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이 색상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여자들의 그 많은 립스틱 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남자들은 비슷비슷하게만 보이는 그 색상들이 각각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따름이다. 그러다 보니 부부가 옷을 사러 가게 되면 옷을 고르는 과정에서 항상 다툼이 벌어진다. 오죽하면 남자들이 여자들과의 쇼핑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우주인 스트레스에 비유했을까! 그만큼 남자들에게 여성과의 쇼핑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여자들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고려해 의상을 선택하는 자신들과는 달리 남자들은 옷 선택에 있어 기능과 가격만을 따지기 때문이다. 물론 남성들 중에도 옷을 고를 때 여성들처럼 디자인과 색상, 유행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계절에 따라 여름옷을 산다면 시원하면 되고 색상은 파랑 정도(빨강은 너무 튀고 검정은 겨울에 어울릴 것 같고 흰색은 때가 많이 탈 것 같아서 제외하고)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10분도 안 되어 옷을 산다. 여성들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일이다. 세세하게 고르고 얼굴빛과 옷의 색상이 맞는지, 디자인은 괜찮은지 등을 꼼꼼히 살펴서 옷을 사야 하는데, 옷을 사는 데만 목적을 둔 사람처럼 단시간에 결정을 내려버리니 답답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남자들이여 파트너를 더 이상 화나게 하지 말라.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고를 자신이 없고 그럼에도 세련되게 입고 다니고 싶다면 옷 고르는 것만은 아예 여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옷과 관련된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여성들의 경우 오랜만에 만나는 동창들과의 모임이나 부부 동반 모임에 내심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입고 나갈 옷이다. 이참에 옷을 하나 장만하려고 하는데 남자들의 반응이 가관(?)이다. 아내를 옷장 앞으로 데려가서는 옷장 문을 열고 이렇게 입을 옷이 많은데 무슨 새 옷이 필요하냐며 면박을 주기 일쑤이다. 사실 옷에 대한 기능적 관점을 중시하는 남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따뜻한 겨울옷, 시원한 여름옷으로 구분하면 그 종류가 많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색상, 디자인 그리고 유행 등을 따져서 입어야 하는데, 오래된 옷들은 철 지난 바닷가의 빛바랜 파라솔 같은 느낌을 준다. 따라서 그런 옷을 입고 나간다는 것 자체가 왠지 초라해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남자가 한기를 느낄 만한 늦가을에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는데 친구들은 이미 계절에 맞게 추동복을 입고 나왔는데 자신은 여전히 여름 양복을 입고 앉아 있는 모양새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참에 남자들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어차피 사주어야 할 거면 마지못해 사주고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못 들을 바에야 미리 사주고 칭찬받자는 것이다. 여기서도 남자들과 여성들의 행동 특징이 드러난다. 남자들은 상대가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달라고 해야지만 주는 데 반해(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상대가 그것이 필요 없는 것으로 생각함), 여자들은 상대가 달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미리 헤아려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주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달라고 해서 받은 선물은 미리 준비하여 주는 것보다 감동이 덜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남자들은 고개를 돌려 여자를 보지만…


그럼 다시 시각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시지각 능력과 관련된 남성과 여성의 또 다른 차이는 바라보는 범위, 즉 시야가 다르다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시야가 상대적으로 좁다. 그래서 남성들의 좁은 시야를 터널에 비유하여 터널형 시야라고 부르고, 여성들은 거의 180°에 육박하고 보고자 하는 대상뿐만 아니라 주변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하여 주변형 시야라고 부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연인들이 혹은 부부가 길을 걷다가 뛰어난 미모의 여성이 눈에 띄게 되면 남자들은 시야가 좁기 때문에 그 대상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그 순간 여자친구나 아내는 어디 한눈을 파느냐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함께 길을 걸으면서 멋진 남자가 지나갈 때 아무 일 없다는 듯 초연하게 지나칠까?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들도 남자를 본다. 대신 눈동자만 돌아갈 뿐이다. 그래도 다 볼 수 있다. 바로 주변형 시야 덕분이다.

또 다른 감각은 피부에 닿아서 느껴지는 촉각이다. 촉각이 중요한 이유는 통증을 지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인간이 통증, 즉 아프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몸 자체 혹은 환경으로부터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여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인간의 정서에서 ‘두려움’이 위험한 특정 대상(예, 맹수)이나 상황을 피하도록 사람을 움직이는 것처럼, 피부감각을 통해서 지각되는 통증도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인간을 동기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피부감각은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통증만 있는 것이 아니고 무언가가 누르는 느낌, 차가운 느낌, 따뜻한 느낌, 부드러운 느낌 같은 것들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촉각 인식의 기저가 되는 피부감각의 경우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발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고통이나 따뜻함이나 부드러움 같은 것들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남녀 간의 관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스킨십 혹은 터치와 관련된 행복감 혹은 불쾌감은 여성이 훨씬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연인 혹은 부부가 사이가 좋을 때의 백허그는 여성에게 훨씬 더 큰 행복감과 만족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연인 간 초기의 스킨십 시도는 남자가 하지만 관계가 더 친밀해지면 여자가 주도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녀가 더 큰 행복감을 느끼기 위한 것은 아닐는지. 거꾸로 생각하면 큰 만족감을 느끼는 만큼 원치 않는 접촉으로 인한 불쾌감도 더 클 수 있다. 남자가 미운 짓을 하고 마음을 풀어줄 요량으로 원치 않는 백허그를 하는 것은 그 당사자에게 오히려 더 큰 분노를 자아낼 수 있음도 기억하자. 백허그나 스킨십도 상황을 보아가며 눈치껏 하자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피부감각은 우리가 느끼는 쾌적함과도 관련이 있다. 앞서 소개한 레너드 삭스에 따르면 남녀 아이들에게 알맞은 교실 온도는 서로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남아들은 20.5°C이고 여아들은 24°C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남녀 간에 3.5°C 정도의 차이가 난다. 우리는 사우나에 가서 온탕과 열탕을 자주 이용하는데 그 온탕과 열탕의 온도를 본 적이 있는가? 온탕은 우리의 체온보다 불과 3∼4°C 정도 높을 뿐이다. 열탕도 매우 뜨겁다고 느끼지만 42∼43°C 정도다. 그렇다면 3.5°라는 차이는 상당히 큰 차이이다.

부부가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기혼자들은 알고 있다. 신혼 때야 서로 행복의 단꿈에 빠진 나머지 조금 불편해도 그냥 넘어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에게 이것저것 맞추기가 쉽지 않음을 경험하게 된다. 실내 냉·난방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남녀 학생들에게 알맞은 교실 온도에서 볼 수 있듯이 남성과 여성을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남자들은 약간 서늘한 것을 선호하고 여자들은 약간 따스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부부가 한 이불을 덮고 자도 아내는 춥다고 이불을 끌어당겨 돌돌 말아 자고, 남편은 덥다고 같이 덮고 자던 이불을 발로 차낸다. 이것이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의 실상이다.

남녀 간의 이러한 쾌적함과 관련된 온도지각의 차이는 대중교통수단이나 직장에서도 목격된다. 사무실에서 에어컨이 가동되면 남자들이 시원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 여성들의 표정은 일그러진다. 시원함을 넘어서 한기를 느끼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들이 시원하다고 생각하고 이 정도 온도면 괜찮다고 생각할 때 남자들은 왜 더 빵빵하게 틀지 않느냐고 불만에 찬 표정을 짓는다. 사실 서로 양보하여 적정한 온도를 찾으면 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에 지하철에서는 강한 냉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 여성 혹은 노약자들을 위해 약냉방 차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객차 두세 량을 지정하여 냉방의 온도를 약간 높여서 운영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객차 단위보다 객차 내 7칸을 지정하고 그 7칸 내에 임신부석도 함께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강한 냉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것이다. 우리도 서로가 다름을 인식하여 그 누군가가 다름으로 인하여 차별받지 않도록 혹은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김정인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다양성관리연구소 소장으로 남녀소통, 성격과 리더십, 성격과 건강, 남녀 파트너십, 양성평등, 폭력예방 등을 주제로 강의 및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한국여성수련원 교육연수부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등을 역임하였고, 한국여성심리학회 이사, 한국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협회 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연구자문위원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희롱 행동의 이해와 실제》 《경력개발과 적응(인적자원관리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경영학에 여성은 없다》가 있다.
  •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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