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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의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남자는 최선을 다해서 여자와 데이트를 했고 집에까지 잘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여자는 화를 낸다. 왜?

큰 것에 집착하는 남자,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여자

일상적으로 직장에서 남성 상사 혹은 여성 상사와 일을 하다 보면 종종 다른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다. 대체로 남자 상사들은 과정이야 어찌 됐든 목표만 달성하면 만사 오케이다. 아무리 팀워크가 잘 갖추어지고 팀원들이 열심히 노력을 했다 하더라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팀은 실패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자 상사들은 다른 행동 양상을 보여준다. 여자들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팀원들이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했다면 그 과정을 인정하고 실패한 결과에 대해 크게 질책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남자들은 모든 것을 결과로 말하려는 경향이 있고, 여자들은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신경을 더 쓰는 경향이 있다.


목표 지향적 남자 vs 과정 지향적 여자

이러한 성향은 일상에서도 반영되어 목표에 몰두하는 남자들은 종종 과정을 챙기는 여자들에게 생각지 않은 상처를 주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tvN에서 인기리에 방송됐던 〈남녀 탐구생활〉 속 한 커플의 데이트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남자 친구는 만난 지 얼마 안 된 여자 친구와의 멋진 데이트를 위해 아버지 차를 빌려서 여자 친구와 교외 드라이브를 즐기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도 한다. 그러고는 오늘 하루 너무 즐거웠다는 여친의 칭찬에 약간 들뜬 마음으로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사실 데려다주는 데만 신경을 썼던 남자는 단독주택인 여친의 집 앞에 도착해서 차의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차에서 먼저 내려 차문도 열어주고 공주님 모시듯 에스코트해서 집으로 들여보낸다.

남자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멋진 마무리라고 생각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 날 남자는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하였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는 어제 데이트에서 그가 한 행동에 실망을 하였다는 것이다. 남자는 전날의 데이트 과정을 곱씹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이 없는 완벽한 데이트라는 생각에 여자가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혼란스럽게 여겨진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에게 묻는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제야 여자는 말한다. 데이트 끝내고 자신을 얼마나 빨리 떨쳐버리고 집에 가고 싶었으면 차 시동도 끄지 않고 내려서는 들여보냈느냐고. 남자는 황당하다. “아니! 집이 코앞이고 기름도 아낄 겸 굳이 시동을 끌 필요가 있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여자는 남자 친구의 이러한 행동이 자신을 마지못해 데려다주려 하다 보니 나온 행동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남자는 멋진 데이트를 했으니까 여자가 그것에 감동받아 매우 행복해했을 것에만 신경을 썼고, 집 앞까지 바래다주는 것으로 오늘 자신의 목표는 완수된 것이니 데려다주기만 하면 끝나는 것으로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데이트를 잘하고서 마지막을 챙기지 못해 여자 친구에게 실망만 안겨준 꼴이 되었다.

이 사례에서 대부분의 남자들의 생각은 “시간을 내어 정성을 다해 준비한 멋진 데이트를 했으면 그 정도는 넘어갈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리 까다롭게 구는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큰 것 하나가 중요한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나 여자들은 그렇지가 않다. 모든 것, 특히 전 과정이 중요한 여자에게는 마무리 역시 중요한 것이다. 더구나 그 남자는 여자들이 말하지 않는 비언어적 단서(시동을 끄지 않음)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을 놓친 것이다.

그럼 이어서 이야기해보자. 지난달은 5월 가정의 달이었다. 5월이 되면 신경 써야 할 것도 많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어린이날이 되면 아이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평상시 아이들과의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한 아빠들은 이번 기회에 몰아서 큰 선물을 하나 하거나 에버랜드와 같은 놀이동산을 가서 기억에 남을 만큼 신나게 놀아줌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려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의 반응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놀러 갔다 온 후의 아들과 딸의 반응이다. 대부분의 아들들은 아빠가 평상시 같이 놀러 가겠다는 약속을 여러 번 어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한 번 신나게 놀아주면 저녁에 돌아오는 길에 우리 아빠 최고라고 외친다. 남자아이들은 너무 신나게 놀았기 때문에 이전에 아빠가 지키지 못한 약속은 그냥 묻어버린다.

딸들은 그렇지가 않다. 아빠는 여러 번 약속했는데 이제야 한 번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심지어 그러면서 한 번 약속을 지킨 것 가지고 무슨 생색을 내느냐고 말한다. 아빠들은 사내아이들을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평상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더라고 아이가 좋아하는 값비싼 게임기 하나만 사주면 우리 아빠 최고를 외치고 친구들한테 아빠가 사줬다고 자랑하는데 딸들은 그러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은 집안 청소에서도 확인이 된다. 아무 곳에나 양말 벗어놓기, 청소할 때 소파에 앉아 발만 들어올리기 등의 아빠 모습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목격되는 바이다. 그러던 아빠가 어느 날 청소를 도와주지 않으면서 어질러만 놓는다는 아내의 말에 큰맘 먹고 휴일 하루 날을 잡아 대청소를 한다. 군대 시절에 했던 물청소를 떠올리며 “청소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줄 요량으로 가족을 모두 내보내고 혼신의 힘을 다해 청소를 해놓고는 가족에게 자랑한다. 내심 한동안 자신에게 청소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아빠는 한번 한다면 제대로 하는 사람이야!”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런데 가족, 특히 여자들의 반응은 예상과는 달리 영 시큰둥하다. 그제야 딸이 말을 꺼낸다.

“에이, 아빠는 고작 청소 한 번 하고서 무슨 생색이야.”

이 이야기를 들은 아빠는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아내나 딸이 평소에 원한 것은 한 번의 커다란 과시성 대청소가 아니라 평상시에 작은 것 하나, 즉 양말이라도 벗어서 빨래바구니나 세탁기에 제대로 넣어주는 것이다. 큰 것을 원한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작은 것이라도 원하는 것을 잊지 않고 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빠 입장에서는 살짝 당혹스러울 수 있으나 남녀 간 생각의 차이이다. 남자들은 큰 것 한 건으로 용서를 바라고 용서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여자들은 작지만 평상시의 약속 이행 혹은 성실함으로 용서를 주고받지 않도록 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 이러한 현상들은 직장 생활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과거와 비교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진 상황이다. 공무원의 경우 2014년 기준으로 여성이 전체 공무원의 약 44.1%를 차지하고, 여성 군인과 여성 경찰 역시 최근에 1만 명 시대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여성 상사들과 일할 기회가 그만큼 많아졌다.

문제는 앞서 모두에서 소개한 것처럼 부하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남녀 상사들이 종종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남자 상사의 경우 A라는 부하 직원이 평상시 가끔 지각도 하고 업무 시간에 졸다가 걸려도 만일 그가 회사에 아주 중요한 큰 계약 건을 성사시킨다면 이전의 작은 잘못들은 대부분 없던 일로 치부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 상사라면 A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물론 큰 계약 건을 성사시킨 공은 인정하지만 평상시의 불성실한 행동습관을 고치지 않는 한 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계약 성사 건은 해야 할 업무 중 하나로 치부될 뿐 불성실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자 상사들의 경우 결과보다는 평상시의 됨됨이에 더 비중을 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모든 남성과 여성이 꼭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러한 성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과정 지향적인 남성도 있고 목표 지향적인 여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해서 거기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행동 지향적 남자 vs 대화 지향적 여자


한 가지 더 이야기해보자. 남녀에게 나타나는 우정에 대한 행동상의 차이를 보면 흥미롭다. 여자아이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어디를 가고 이야기하는 것에 비중을 두는 반면에, 남자아이들은 관심 공유, 게임이나 활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여자아이들은 대화를 중시하는 반면, 사내아이들은 활동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딸과 친해지려면 자주 대화를 하고, 아들과 친해지려면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서 자주 땀을 흘려야 한다.

필자가 예전에 모 수련원에서 근무할 당시 수련원을 찾은 여학생들을 보면 저녁 식사 후 과자를 잔뜩 사서는 과자를 한가운데 놓고 삼삼오오 모여서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밤늦도록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자주 보았다. 반면 사내아이들은 저녁에 자유 시간이 주어지면 일단 운동장으로 모여서 숙소로 들어가라고 할 때까지 운동을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일상의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여자아이들은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친구들의 부모가 무엇을 하시고 친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상세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활동 지향적인 남자아이들은 엄마가 친구의 부모님이 뭘 하시는지를 물어보면, 친구에게 물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대답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러면 엄마들은 아들에게 말한다. ‘그러고도 동신이가 니 친구 맞아?’라고. 사내아이들의 이야기 주제는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 팀 선수 혹은 그 팀의 경기 실적과 같은 것이나 게임에서 누가 몇 점을 기록했는지 같은 것들이다.

주변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이러한 행동 패턴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여자들은 친구들의 사생활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잘 알고 있는 반면에, 남자들은 어떤 계기가 있어 친구 간에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한 친구의 속사정을 잘 알지 못하여 여자 친구나 아내로부터 그가 친구가 맞는지 의심을 받기도 한다.

특히 여자들이 남자들의 행동 중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이 낚시터에 간 남자들이다. 친한 친구 둘이서 낚시터에 갔는데, 한 마디 말도 없이 찌만 노려보다가 돌아와서는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친구와 어디를 갔다면 못다 한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가슴 아픈 일이 있으면 위로도 하는 것이 친구와의 동행이다. 따라서 말없이 낚시만 하고 잡은 고기로 매운탕 끓여 소주잔만 기울이다 온 남자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일상의 차이를 우리는 인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자 친구든 아내든 어디를 가게 되면 대화에 동참하고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먹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그리고 더 나은 사랑을 위해서!

김정인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다양성관리연구소 소장으로 남녀소통, 성격과 리더십, 성격과 건강, 남녀 파트너십, 양성평등, 폭력예방 등을 주제로 강의 및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한국여성수련원 교육연수부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등을 역임하였고, 한국여성심리학회 이사, 한국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협회 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연구자문위원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희롱 행동의 이해와 실제》 《경력개발과 적응(인적자원관리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경영학에 여성은 없다》가 있다.
  • 201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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