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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의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여성의 언어는 상대방의 감정을 해치지 않고 유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와

여자는 왜 돌려 말하는가?

일러스트 : 셔터스톡
서울에 거주하는 어느 젊은 부부가 지방에 사는 사촌의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자가용으로 집을 나섰다. 시내 도로가 막힌 탓에 거북이걸음을 하던 차는 서울을 벗어나자 길이 뚫리면서 목적지를 향해 시원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조수석에 앉은 아내가 남편에게 “여보 물 마시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다. 휴게소를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남편은 별로 갈증을 느끼지 않았던지라 아내의 물음에 건성으로 “응 별로 생각이 없는데”라고 말하고는 그대로 휴게소를 지나쳤다. 그러자 그때부터 아내는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아내가 짜증을 내는 이유를 모른 남편도 짜증을 내면서 결국 부부는 차 안에서 언쟁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남녀의 언어습관이다. 언어 표현상 남자는 직접적인 표현을 선호하고 여성은 간접(우회적) 표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내가 “여보 물 마시고 싶지 않아?”라고 한 것은 ‘물 마시고 싶다’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그런데 남편은 이러한 아내의 요구를 이해 못 했기에 아내는 짜증이 났고 급기야 언쟁까지 벌어진 것이다. 위의 상황에서 만약 운전대를 아내가 잡고 남편이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면, 그는 아마도 “여보 나 목말라. 이번 휴게소에 잠깐 들렀다 갑시다”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아내도 남편에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했다면 남편이 휴게소를 지나치지 않고 들러서 갈증을 해결했을 것이다. 서로의 표현 방식이 다름으로 인해서 생긴 문제다.


남자 친구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지만…

이런 언어습관을 이해하지 못해서 크게 말다툼을 벌인 어느 연인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어느 날 남자는 건강을 챙기고 유연성도 기르기 위해 수영을 배우려고 수영강습 티켓을 끊었다. 열심히 수영장을 다니던 남자는 여자 친구에게 수영이 생각보다 괜찮은 운동이고 자신의 수영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자랑을 했다. 듣고 있던 여자는 남자 친구에게 ‘그럼 언제 나 수영장 구경 좀 시켜줘’라고 말했다. 남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이참에 여자 친구에게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서 열흘 후 토요일 날 수영장에 데려가기로 약속했다. 남자는 여자 친구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자 열흘 동안 더욱 열심히 수영 연습을 하였고, 디데이인 토요일 여자 친구를 데리고 수영장에 갔다.

자신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여자 친구를 앉게 하고 열심히 물살을 가르면서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멋진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수영을 마친 남자는 여자 친구를 데리고 너스레를 떨면서 수영장 문을 나섰다.

그런데 그때부터 여자 친구는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화를 내기까지 했다. 남자는 여자의 요구대로 수영장 구경을 시켜주었는데 왜 그녀가 그렇게 화가 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여자 친구는 수영장을 구경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기도 함께 수영장에 다니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남자 친구는 말 그대로 수영장 구경만 시켜주었던 것이다. 그러니 여자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일상에서 많이 목격된다. 여성잡지를 보고 있던 여자 친구가 잡지 속에서 의상 모델이 입고 나온 원피스를 보고는 너무 예쁘다며 남자 친구에게 보여주었다. 그녀가 남자 친구에게 보라고 권하면서 ‘예쁘다’를 연발하는 이면에는 나도 입어봤으면, 그리고 ‘남자 친구가 기념일에 나에게 사주면 좋을 텐데’라는 마음이 깔려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남자들이 여자들의 이러한 언어 습관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자신의 요구사항을 끊임없이 전달하는데 남자들은 눈치를 채지 못하니 답답하다 못해 급기야 화를 내는 것이다. 더구나 연인들은 만난 지 며칠째 되는 날, 생일 같은 기념일이 가까워지면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여자들은 미리 미리 레이더(?)를 가동하여 남자의 말과 행동 속에서 그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놓치지 않고 포착하여 꼭 필요로 하는 것을 족집게처럼 사다 준다. 평상시 남자가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어 지갑이 많이 낡았네”를 기억하며 기념일에 그것을 선물하는 식이다. 반면 남자들은 기념일에 무엇을 사줄까 고민만 하다가 여자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생뚱맞은 그렇고 그런 선물을 하여 성의가 없다는 면박을 당하기 일쑤다.

사실 여자들은 평상시 남자들에게 자신이 필요한 것을 반복적으로 전달을 한다. 특히 우회적으로 잡지책을 보면서 ‘민수씨, 이 스카프 너무 예쁘지 그치?’ 그리고 며칠 지나 쇼윈도 앞을 지나면서 ‘민수씨, 저 스카프 엊그제 잡지에서 봤던 거네. 실물로 보니까 더 예쁘네’라고 말한다. 우연인 것 같지만 자신이 받고 싶어 하는 선물을 이렇게 암시하듯 알려주건만 남자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니 남녀 간에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눈치 없는 남자들


이러한 여성들의 돌려 말하기에 대해서 남성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바로 알아들을 텐데 왜 돌려 말해서 사람 힘들게 하느냐고. 이러한 특징을 정리하면 남자는 직접 표현, 여성은 우회적 표현을 선호하거나 자주 사용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여자들의 우회적(간접) 표현은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직접 표현했을 때 직면하게 되는 갈등이나 불화를 피하면서 지배적인 인상을 주지 않고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게 해준다.

문제는 남자들이다. 남자들은 사실관계, 자료 및 해결책을 전달하기 위해 말을 한다. 그러다 보니 직접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남자들은 여성(상대)의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남자와 여자는 다른 해석으로 갈등을 빚는 것이다. 앞선 부부의 예에서 “여보 물 마시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을 때, 남편은 문자 그대로 자신에게 물어본 것으로 받아들였고 결국 부부 사이에는 냉기가 감돌았던 것이다.

그러면 왜 여자들은 이러한 언어습관을 가지게 되었을까?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밖에서 사냥을 해야 했던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동굴에 남아 다른 여자들과 함께 아이들을 돌보며 살았다. 사냥을 간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면 온전히 여자 혼자서 자신과 아이들을 돌볼 수밖에 없었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 특히 여성들과의 유대관계 및 긴밀한 인간관계가 향후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여성의 언어는 상대방의 감정을 해치지 않고 유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은 우회적 표현이 약자의 언어라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은 과거 농경사회의 특징이었던 가부장제하에서 아버지 혹은 남편의 말에 절대복종해야 하는 삶을 살았다. 특히 아버지나 남편의 말 한마디에 생사여탈권이 달렸었다. 따라서 여자들은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에서 절대 권력을 지닌 그들에게 자신의 요구를 직접 말해서 경을 치기보다는 보다 안전한 우회적 방식을 채택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습관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서 여성들이 돌려 말한다는 것이다.

물론 권력관계 측면에서 볼 때 남자도 예외는 아니다. 남자들도 종종 우회적 표현을 사용한다. 직장생활에서 아주 엄한 관리자를 상사로 모시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부하직원들은 회식을 원하지만 회식 얘기를 잘못 꺼냈다가 일도 잘 못하면서 먹는 것만 밝힌다고 혼날 것이 두려운 나머지 “부장님, 어제 A부서는 회식을 했다는데 분위기 아주 좋았답니다”라는 식으로 에두른다.

눈치 빠른 혹은 언어표현에 대한 민감성을 가진 부장이라면 부하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그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회식을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눈치 없는 부장으로 인해 좌절감만 쌓여 간다. 사실 유능한 관리자나 지휘관이 되기 위한 덕목 중의 하나가 부하들의 욕구나 요구를 미리 간파하여 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요구나 욕구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언어표현에 대한 민감성을 갖는 것이다. 유능한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가까운 남녀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 형성을 위해서라도 서로의 언어습관을 이해하고 표현에 대한 민감성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정인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다양성관리연구소 소장으로 남녀소통, 성격과 리더십, 성격과 건강, 남녀 파트너십, 양성평등, 폭력예방 등을 주제로 강의 및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한국여성수련원 교육연수부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등을 역임하였고, 한국여성심리학회 이사, 한국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협회 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연구자문위원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희롱 행동의 이해와 실제》 《경력개발과 적응(인적자원관리의 심리학)》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경영학에 여성은 없다》가 있다.
  • 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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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돈오와점수   ( 2017-06-17 ) 찬성 : 9 반대 : 6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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